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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천사와 악마 합작(재업로드)

기상호 선후배 드림

*어색한 사투리 주의


천사라는 게 별거 있나. 기상호는 고개를 들어 제 눈앞에서 거슬렸는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던 한 학년 많은 선배를 쳐다봤다. 갈색 빛의 조금은 길다 싶은 머리카락에 까만 눈동자. 작고 오뚝한 코에 저와는 다름 위치엔 아랫입술 쪽에 있는 점까지. 숙소 생활하는 두 학년 선배와는 다른 분위기의 미인형 얼굴을. 입을 열면 깨는 경우도 있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한결같은 행동을 보였다. 자상하고 좋은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천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하기도 했다. 이렇게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중에도 주변에 있던 여자의 시선에도 아무렇지 않게 제 이름을 부르는 선배를 보면서 말이다.


“상호야?”

“예? 예.”

“갑자기 왜 존댓말을 하는 거야?”


제 대답이 웃긴지 소리 내어 웃는 얼굴이 와… 주변의 시선이 더 쏠리기 시작했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서 지내다 이렇게 가끔 주말에 가족을 보러 부산으로 내려오면 희찬이랑 셋이서 또는 둘이서 만났다. 중학생 땐 눈높이가 비슷했나 조금은 작았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가서 조금 더 컸다더니 살짝 올라간 것이 조금은 부러웠다. 도대체 뭘 했길래 조금이어도 키가 큰 걸까. 엘리트 학교는 뭐가 다르…겠지. 아무래도. 본인의 학교를 떠올리다 머릿속으로 훈련에 대해 상상을 하던 상호는 다가오는 손에 고개를 뒤로 뺐다. 상대 쪽에서 머쓱하게 내밀었던 손을 내린다.


“미안. 머리카락에 뭐가 붙어있어서.”

“어데?”

“그쪽 말고.”


다시 다가오는 손에 상호는 이번엔 가만히 있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어쩐지 저를 향한 것 같아 시선을 살짝 옆에 있는 통유리창 쪽으로 돌렸다. 유리창을 통해 주변을 확인하니 주변이 저를 향한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제 쪽이 아니라 맞은편에 있던 상대였다. 머리카락이 살짝 당겨진 느낌이 나고 금방 손이 떨어지자 관리를 한 건지 가느다란 손끝에 있는 건 어디서 묻은 건지 정체를 모를 먼지였다. 음료와 함께 챙겨온 티슈에 손가락을 닦는 그를 흘깃 쳐다보자 맞은편 쪽에선 티슈를 정리하며 말을 이어왔다.


“상호 인기가 많네.”

“뭐가?”

“다들 상호 네가 귀엽다면서 쳐다보고 있잖아.”


저 말을 처음 들었다면 나를 멕이나 싶었겠지만 그걸 2년 내내 들으면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잘생긴 줄 모른다는걸. 처음엔 왜 저러나 싶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궁금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집에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저렇단다. 못생겼다는 건 농담인 것 같은데 본인이 눈치가 없으니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다. 그런 건 아닐 거라 했더니 이해 못 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 그냥 두기로 한다. 일부러 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점점 다운되는 기분에 음료를 마저 마시는데 혼자서 말을 하던 그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제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보나 마나 별거 아니겠지 싶었다. 손이 가방 밖으로 나오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 맞다. 상호야 나 형이랑 1박2일로 일본 갔다 왔잖아. 형이 친구 거 사러 간다고 해서 무슨 애니메이션 매장 갔다가 상호 생각나서 산 건데 이 캐릭터 맞지? 상호가 좋아한다고 했던 캐릭터.”


최근에서야 리메이크되어 나왔지만 오래된 만화 중 하나였다. 아는 사람은 많지만 봤다는 사람은 적었고 리메이크 되자 좋아하던 사람들이 더 생겼고 좋아했던 사람들도 전작과 비판을 하던가 비교를 하며 더 좋아하던가 파가 나눠지기도 한 이 만화. 그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였다. 그림체를 보니 리메이크 전인데 구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런 걸 어디서 구한 걸까? 도대체 어떤 애니메이션 매장을 갔길래 살수 있었을까. 천사같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뭔가가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상대는 중학생 시절부터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운은 좋은 사람이었다. 운과 그게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상호는 그가 내미는 열쇠고리 쪽으로 공손히 두 손을 내밀었다. 열쇠고리가 손바닥에 닿자 바로 두 손으로 포개자 가운데 낀 손이 놀라 움찔거렸다.


“우서햄…햄은 진짜 천사가?”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상호는 참 귀엽다니까.”


다시 소리 내어 웃자 주변에선 알 수 없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남들이 뭐라 해도 지금은 너무나 고마웠다. 이렇게 구하기 힘든걸… 검색해도 가격이 높아 힘들었다. 작은 열쇠고리인데도… 고개를 위아래로 빠르고 힘차게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으니 머리 아프겠다며 말을 잇는다. 뭔가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 저녁을 산다고 했더니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형이 사줄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선물까지 받았는데 저녁까지 사준단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것 밖엔 없었다.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말로 표현으론 모자란 것 같아 행동으로도 표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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