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

에덴 by J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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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시가지를 통틀어 제일 높은 건물이 터졌다. 비스켓처럼 반토막난 건물이 느리고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공사장에서 맡을 수 있는 퀘퀘한 내음과 탄내가 진동했다. 뒤늦게 터진 거대한 쿵 소리, 모래폭풍처럼 몰아치는 먼지세례에 눈귀가 죄 쿰쿰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멍청이 같은 질문인 거 안다. 내가 제일 잘 안다. 저 겁나 높은 건물은 내 회사고 난 오늘 첫 출근했는데 3보 분량 앞에서 실직했다. 사장님은 인턴 아무개 씨가 say hi인지 goodbye인지 구분 못 하실 텐데, 허허. 이거 보통 큰일이 아닌걸? 굉장한 큰일인걸? 외부적 현타보다 내부적 현타가 더 세게 왔다. 그동안 내 취준 생활은 뭐가 되는 걸까. 급격하게 이완된 다리가 풀렸다.

어둡다. 내 앞이. 관념적 표현이 아니다. 정말 갑자기 어두워졌다. 생각해보니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방금 큰 소리가 들렸다. 굉장히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 같다. 이를 테면 콩크리트 덩어리가 낙하하는 것 같은…….

콰직.

광명이 돋았다. 순식간에 어둠을 물리친 백의 날개가 내게 손 내밀었다. 후광이 비췄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진짜 빛이 났다! 살랑이는 바람에 빛을 머금은 머리칼과 날개가 나부꼈다. 이제야 이 모습을 시야에 제대로 담았다. 이건 마치, 마치….

천사다.

“쫄지 마. ”

쿵. 바짓단 옆으로 육중한 덩어리가 꽂혔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일어설 수 있겠냐?”

나는 구원받았다.

ㄴ미카엘라는 ㄹㅇ신이다 킹갓제네레이션라미카 영원히 히어로 해 줘라 절대 퇴직하지 마 퇴직하는 순간 AOH 본사 앞에서 똥쌀거임

ㄴOO님 미카엘라 님은 >>천사<<라는 (비)공식 별칭이 있으니 호칭 정정해주세요^^ 산도시라 신성모독에 예민하십니다~~^^

ㄴ삭제된 댓글입니다.

언제나 커뮤니티를 뜨겁데 달구는 주제가 있다. 1순위는 고르기 어렵다. 연예계 혹 정치계, 당신의 선택은? 물론 이건 중요치 않다. 3순위는 고정픽이기 때문이다. 히어로 그리고 빌런! 널 오늘 지옥에 처박은 새끼와 그 지옥에서 널 구해준 놈이 공존하는 세상! 히어로 팬카페는 당연지사 뉴스 댓글엔 오늘의 주접과 악플이 공존한다. 히어로는 준 연예인 타이틀을 손에 거머쥔 밥벌이 공무원이다.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지만 까의 영향은 덜 받는 이점이 있다. 최근 빌런측 여론조작 사건이 물 위로 올라온 영향이 컸다.

그중에서 8월 31일 오늘의 대기업 엔터테이먼트 테러 사건에서 완벽한 공을 세운 미카엘라는 누가 뭐라고 해도 뉴스 1보의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사망자 0명, 경상자 2명이라는 완벽한 구출과 사건 장소에 있던 빌런 8명을 모두 체포해내는 쾌재를 이뤘다.

이른 바, 현 시대 최강의 히어로 후보 중 하나, 천사, 나의 구원자, 개인정보를 좀 더 유출해줬음 하는 히어로 1위!

“너 뭐 쓰냐?”

그 미카엘라가 내 눈앞에 나타나서….

“안 봐도 뻔하다. 또 사족이나 달고 있겠지.”

내 대가리를 후려치고 유유히 떠났다.

“에헤헤…, 팬카페 회장의 임무는 막중하다고요? 하루라도 서툴게 보낼 수는 없어요. 신규생들 교육이 얼마나 빡센데요.”

“지랄.”

내 팬심을 시원하게 먹금한 미카엘라가 아이스티를 원샷했다. 벌레만도 못한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아, 짜릿하다. 지릴 것 같아. 여기서 죽어도 좋다. 불충한 시선을 눈치챘는지 미간을 모은 채 시선을 뗐다.

“보고서는.”

“오시기 전에 올렸어요! 록시 님께서 이따 저녁에 스케줄 빼라고 하세요. 같이 식사 하시자는데….”

각하.

“각하.”

예쓰! 맞았다.

“히, 그럴 줄 알고 선약이 있다고 했어요. 티나지 않게 조심히 다니셔야 해요?”

미카엘라는 빈 컵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첨언 없는 오케이 신호였다. 우리는 그 뒤로 오늘 사건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관 자료를 공유했고 4시 30분이 되자마자 내 상사는 칼퇴했다. 행복한 하루였다!

내 이름은 이브, AOH 히어로 전담 매니저다. 정확히는 미카엘라가 있는 AOH 소속 히어로 중 2팀 전담 매니저. 극성빠돌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맞다. 특출나게 미카엘라, 애칭 미카에 대한 팬심이 높은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다른 히어로들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되려 인과관계는 히어로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에 미카엘라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세간에 많은 사람들은 히어로를 고고한 늑대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다. 히어로 뒤에는 수많은 서포더즈가 존재하고 히어로 위에는 수많은 간부들이 또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나처럼 여러방면에서 히어로를 서포터하는 매니저가 있고 의복이나 물품을 제조하는 제조업계, 의학계, 약품계 등 세분화된 직군이 많다. 빌런 덕분에 히어로가 생겨났고 이 등장은 일자리를 늘렸다. 청년실업에 이득이 된 건 사실이다. 암.

이능력 발현, 어느날을 기준으로 만화에서나 볼 법한 능력을 선천적, 후천적으로 가진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추후 그 어느날은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이 날을 기점으로 세상은 132도 정도 변하기 시작했다. 분석과 연구가 이어졌다는 재미없는 소리는 후술하고 가장 큰 문제인 테러집단, 오늘날 빌런이라 불리우는 것들의 대거 속출. 그저 길거리 양아치와 같은 부류가 아니다. 결원과 의지를 다지는 크고 작은 범죄집단들이 우후죽순 창궐했다. 범죄의 동기는 전염성 높은 병이다. 할 수 있다는 근자감은 범죄 새싹 재배에 탁월했다. 이 새싹들과 다 큰 나무들을 벌초하기 위해 히어로가 등장했다. 공식 히어로의 등장은 생각보다 늦었다.

미카엘라만 해도 9기 히어로니 말 다했다. 2년에 한 번 있는 국가우수히어로수학시험 일명 국히수를 통과한 기준이다.

아무튼 히어로, 그리고 우리의 목적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악을 처단하는 것! 저 나쁜 새끼들을 모조리 타도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큰 산을 넘어야 했다. 가령….

“미카엘라는?”

“아까 퇴근하셨.”

“미, 카, 엘, 라, 는?”

“퇴근합.”

“어디 갔냐고!!!”

공무원 특, 언제나 진상이 존재함.

이 스토커를 먼저 해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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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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