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형님과 아우의 이야기.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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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쯤이던가. 언젠가, 호랑이 앞에 서게 된다면. 얼른 냉큼 엎드려 형님! 하고 부르면 제 앞의 인간놈이 정말 제 아우인 줄로 착각하여 살려주게 된다던.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이 온 천지를 울리던. 그런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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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내 그 때는 신선은 아니었네. 고작해야 영물 정도일까. 하루는 산길을 휘휘 돌아다니던 중이었다네. 어디 돌부리는 없는지, 혹여 영감이 밟고 넘어지면 안 되니 말야. 여기저기 잘 둘러보며 다니던 와중이었지.



 “허- 허어억!”



 웬 인간 청년의 기겁한 목소리가 들리지 뭔가. 그렇다고 백호가 갑자기 사람 말을 해도 놀랍기야 매한가지 일 터이니, 적당히 그르렁거렸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을까? 클클. 그런데 웬걸, 요 맹랑한 인간 녀석이 내게 하는 말이 퍽 우습지 않던가.



 “혀- 형님! 이 불초 아우, 인사 올립니다요!?”



 형님이라. 내 분명히 기억한다네. 나를- 그러니까 이 커다란 백호를 보고 제 형님이니 뭐니. 아주 웃기지도 않는 녀석이었지.



 “...?”



 당연히 퍽 당혹스러웠다네. 이 놈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가만히 바라만 보았지. 어디 무슨 헛소리를 더 늘어놓을까, 싶어 기대도 되었고 말이야.



 “그. 그 탐스러운 수염! 늠름한 자태! 무엇보다 이마에 선명한 묵색 무늬까지! 제 형님이 분명하구만유!”



 무얼. 내 수염이 탐스러운 것이야 당연한 말이고, 내 자태야 응당 늠름하기 그지없지. 묵색 무늬는 또 어떻고. 끌끌. 퍽 당연한 말들을 늘어놓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통했다, 싶었던지 무어라 막- 헛소리들을 더 늘어놓기에… 한숨을 푹 쉬었어.



 “그, 미안하네만.”


 “그러니까 형니- 으 으어어!? 호랑이가 말을 한다!”



 그 호랑이한테 형님이니 뭐니 하던 작자가 말일세. 웃기지도 않지 그래.



 “내 자네의 형님일 리는 없을 것 같네. 내 올해로 나이가 사백이니, 인간인 그대와는 형님, 아우 사이라기엔 조금 그렇지 않겠나.”



 내 조곤히 말하니 당황하던 녀석도 금새 부끄러운 줄은 알더구나. 연신 고개를 숙이며 영물이신 줄은 몰랐다느니, 사실 처음부터 그 영험함이 바루 느껴졌다느니. 입에 발린 말들은 뭘 그리 잘들 하는지. 인간이란.


 그리고는 산을 내려간다~ 싶더라니, 요 건방진 녀석이 또 산에 올라 나를 찾지 뭔가. “형님-! 형님-!!” 하면서 말이야. 웃기지도 않은 맹랑한 것.



 “형님-! 안 나오실 겝니까요?! 아우가 고기 산적도 싸 왔습지요!”



 고기 산적은 참 맛이 좋아. 그렇지 않은가.



 “... 내 그대의 형님이 아니라 하지 않았는가. 산적은 두고 가게. 고맙게 받지.”



 그러고도 몇 번을, 몇 년을 줄곧 찾아오더군. 결국에는 나도 오냐, 아우야. 이번에는 무엇을 가지고 왔더냐. 어머님은 안녕하시고? 하며 죽을 맞춰 주기도 했단다.


 인간은 참 재미있는 녀석들이지. 그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면서도, 퍽 재미난 일들을 벌여대니 심심할 통이 없어. 다만 하나 단점이라 한다면…



 ‘일찍이 떠나가 버린다는 점일까.’



 음, 아닐세. 아무것도. 인간들이란 재미있는 존재들 아닌가. 뭐, 그리 재미난 이야기는 아니었겠구나. 그저- 그런 일도 있었다네. 감히 산군께 형님이라 칭하던, 맹랑한 아우 녀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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