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빛무리.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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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금새 훤하게 시야가 넓어진다. 동시에 온 시야를 채우고도 남을 거대한 호수에 별과 달이 비쳐들었다. 그 광경을 담는 눈동자에도 자연히 별빛이, 달빛이 흘러들었으리라.
“쉿, 조용히.”
이제 곧이라네. 하며 속삭인다. 장난스런 웃음은 덤이었고. 가만히 숨을 죽이면, 찌르르- 하는 풀벌레 소리가 천천히 귓가를 채워온다. 드넓은 호수에 치는 잔잔한 물결소리, 저 멀리서 내리꽂는 폭포수가 아스라이 부서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가만히 숨을 죽여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소담스레 흘러온다.
“가만히 보게나.”
명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별빛만이 가만히 호수를 비추었을 뿐. 슬슬 의아할 법도 했다. 대체 무엇이 있다고.
“하나… 둘…”
예의 빙글거리는 웃음을 띤 채로, 천천히 수를 세었다. 이윽고-
“… 셋.”
명의 말이 떨어지자, 일순. 별들이 날아올랐다. 눈 앞을 가득 채우던 호수의 별빛들- 아니, 별빛은 그대로였다. 그저 하나둘 늘어난 빛들이 순식간에 날아 올랐을 뿐.
만홍송산의 또 다른 명물, 천지호의 반딧불이였다.
숨이 멎는 듯 한 광경이었다. 천지 분간할 것 없이 온 세상이 별빛으로 가득 차오른 듯, 환히 빛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던 명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떤가. 이번에는 그대를 놀린 것이 아니지?
백색의 호랑이는 푸슬 웃었다. 어느샌가 인영이 아닌 짐승의 그것으로 변한 명은, 살포시 바닥에 배를 깔고 주저앉았고. 제 코 끝을 간질이는 반딧불이 하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것이 미소일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분위기상.- 당신의 어깨 위에도 그새 반딧불이 하나가 날아들어 제 날개를 팔락거렸다.
-아름답지 않은가. 내 종종 이 아이들을 보러 걸음하곤 하지.
귓가로 들려오는 호랑이의 목소리에는 편안함이 묻어나왔다. 실로 마음을 편안케 하는 광경이렸다. 생의 고통도, 죄업의 책임도. 모든 것을 한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백색의 호랑이는 그저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것을 잊고 한낱 미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럼에 범이었다. 하여 산군이었다. 종래에는 신선이었다.
-가만히 보게. 아이들이 놀랄 수 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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