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란.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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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이라. 그도 맞는 말이렸다. 제가 살아온 세월이 지극할 진데, 이제 와 영감이라는 호칭에 딴죽을 걸 생각일랑 추호도 없었다. 고집은 오래도록 생을 이어온 자들의 특권과도 같은 것이니. 그야 제 말 한 마디에 율이 녀석을 기절시킬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라.


 글쎄. 그 한 마디에 울고 웃는 것이 결국 생을 영위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렴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라 하여도, 그 가볍고도 한 없이 무거운 말은 입 밖에 내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으레 아비와 자식들이 그러하듯. 제 혈육에게도 쉬이 내뱉지 못하는, 그런 단어였으니. 그만큼 질 나쁜 장난이라도 핑계 삼아 그리들 입에 담곤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아비가 될 생각이십니까?


 장난스레 건네는 말에 살풋 웃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했을 리 없지 않겠나.


 아무렴 그는 율선생을- 분명히 사랑했더랬다. 제 손으로 거두어 기른 세월이 만 삼백 년을 바라보니, 그만한 애정이 없고서야. 선계의 영감이야, 무얼. 알아 잘 살고 있지 않겠나. 꼴에 관직이나 받은 모양이던데. 이제는 그 조차 확실한 내용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남긴 말로는 그러했으니.


 역정을 낼 때 확률적으로 부끄럽거나 상황을 피하려고 하시던데…


 그 입에서 내뱉어지는 말이 퍽 우스웠다. 저를 이리도 잘 아는 이가, 이토록 끈질기게 오래도록 설득을 해 대니. 나 원. 당연히 경을 쳐도 제게 칠 것이다. 율선생이야 늘상 이런저런 화풀이를 제게 꼬장을 부려 풀어내곤 했으니. 아마 당신에게는 조금 뾰로통한 표정으로 몇 마디 쏘아붙이곤 말 것이다.


 그 전에야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걸세.


 제 앞의 어둑시니가 어지간한 작자는 아니니, 어디서 쉬이 객사- 퇴마당할 일이야 없을 터이니. 이어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듯 하여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어.


 … 푸흡.


 그러더니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이, 결국에는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던가. 저나 당신이나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이러니 친우가 되는 것이었을까.


 아이들이란.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번에 조르고 매달리는 것이, 퍽 난감할 때가 왕왕 있었으니. 비단 율선생 만이 아닌, 마을의 다른 아이들도 그러했다. 제 수염이며 귀, 꼬리 할 것 없이 이리저리 잡아당기고 꼬집어 대는 것이, 여간 손이 매운 것이 아니지 않았던가.


 그게 단가? 이거, 자네 이야기를 들으려 시작했건만, 다시 내 차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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