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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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마녀가 나타났다. 수군. 수군. 다들 조잘거리지. 마녀가 나타났어. 우릴 잡아갈 거야. 불길은 손짓을 닮아 땅을 기어오르지. 수군수군. 속닥속닥. 깊은 숲에서 초록빛 연기를 보았대. 밤이면 족제비 비명 소리가 들린다지? 불길한 징조가 날마다 가득해. 곧 세상이 멸망할 거야. 마녀가 나타났어. 아이들을 단속해. 어른들도 도망쳐. 가까이 가는 이
로O히 타속성 AU: [불] 셀레스테 X [어둠] 스칼렛 바야흐로 혁명의 불꽃을 올린다. 너절하게 닳아버린 신발의 천으로 이슬이 스며든다. 해가 채 뜨지 않은 어스름 가득한 하늘은 무척이나 맑다. 셀레스테 프레즌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고, 더는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정면을 향한다. 새벽은 첫걸음을 내딛기 좋다. 아침 해가 뜨면 더는 나태한 자의
밤하늘을 헤엄치는 별빛이 되어 날아오르고 석양 아래 손 잡고 잠이 들 수도 있었겠지 네게 닿을 수도 있었겠지 네게 전할 수도 있었겠지 다른 날 꾼 다른 꿈에서는 사랑했겠지 나의 심장에는 네가 설 자리가 없다 붉디 붉은 것들로 가득하여 검푸른 네 색은 섞여들 수 없다 그리운 것들은 마음 속에 눈 감으면 펼쳐지는 다른 세계 속에
https://lovelightlit.wixsite.com/20231031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걷은 기억이 없는 커튼은 이미 활짝 열려 있다. 창문을 통과하는 햇빛이 침대 위까지 늘어진다. 방 밖에서는 가벼운 흥얼거림과 함께 규칙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난다. 잠깐…… 인기척?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하며 스칼렛은 대충 이부자리를 걷어차고 방문을
네게 묻고픈 말이 있어 늘 삶을 몽유하는 내가 언제쯤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을지 우리는 사랑을 정의하곤 하지 기나긴 언어의 서술이 마음을 따라가질 못하는데도 그렇잖으면 붙들 것이 사라질 것 같아서 네게 하고픈 말이 있어 별빛이 찬란히 부스러진다 나는 눈이 부셔서 또 울곤 한다 허공에 입을 맞추면 기어이 흐느낌이 터져 나온다 연못에는 당신 얼굴
우주선의 밤은 낮과 다름이 없다. 인간의 몸은 정직하여 밤낮을 맞추어주지 않으면 금방 항의를 하기에, 다름없는 하루 사이에서 그들은 시간을 잰다. 지구에서 보던 일출과 일몰 대신 우주에는 광활한 어둠의 침묵이 있다. 밤이든 낮이든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자면 문득 외로워진다. 이는 우주비행사가 결코 홀로 여행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스칼렛은 사출된 1인
그 성에는 괴담이 돌았다. “그거 들었어요? 글쎄-” “쉿. 그 이야기는 금기인 거 모릅니까?” 성주는 괴담을 입에 올린 자들에게 싸늘한 눈길을 보내기 일쑤였으니 자연스레 그 이야기는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금지된 이야기란 무릇 호기심을 돋우기 일쑤였기에, 오래 지나지 않아 성에 상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는 귀가 없는 곳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의 마음은 결코 꺼지지 않는 별빛이어서 세상이 잠든 새벽에도 밤새 빛났다 - 안리타,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중. 디어리스트 dearest 비가 내린다. 창밖으로 보는 하늘이 잿빛이다. 우중충하게 마음을 흐리는 먹구름으로부터 물방울이 툭툭 잘도 떨어져내린다. 저 먼 위 어딘가에서 누군가 세상에 으름장을 놓듯 울려대는 천둥과, 또 이상
달빛 휘영청 말간 눈을 하고선 어둠이 내려앉은 이곳 오두막 지붕 위로 옅은 손길 내어준다 잠든 혼과 꺼져가는 촛불 하나 하얗게 식어버린 손끝 붙든 채 죽음으로부터 생으로부터 도망치며 온 생애를 내내 울던 이들아 네 태양은 너의 사랑을 비추지 않고 네 하늘은 품에서 너를 내치고 있다 밤하늘 별빛과 달빛 등불 삼아 마지막 세상을 향해 휘청거리자 잠든
春. 매화는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피었다. 하얀 먼지처럼 내려앉은 겨울의 마지막 눈이 자취를 감출 무렵이면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달짝지근한 향기를 내뿜었다. 궐 안의 매화는 유독 곱고 향긋한 것이 가득했다. 무어든 가장 빼어난 것만을 눈에 담을 분이 계신 궁궐은 그러한 곳이었다. 무엇이든 반짝이고, 모두가 화려해 길을 잃은 작고 초라한 의녀
셀레스테프레즌. 죽음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저 막연하고 멀었던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누구든 한 번쯤은, 혹은 그 이상이라도 꿈꿀 적은 있지만 목전에 들이닥쳤다 느끼지는 않는 그런 개념. 죽고 보니 그리 다를 것도 없어 보였다. 죽음 대신 생이 멀어 보였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었다. 한없이 멀리서 관망하다가도 불현듯 끌리면 들이닥치는 원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