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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죠르] 마지막 수요일

공간 by 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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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위팀 전원 생존이라는 설정입니다. 이 설정 이외에도 원작과 다른 설정이 있습니다.

보스와의 전투가 끝나고 우리들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보스가 된 죠르노는 마약을 거래하는 팀이 다른 일을 시작하게 도왔고 죠르노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마약을 조달하는 조직원은 처단했다. 조직에 남았지만 수입이 줄자 마약과 관련이 깊었던 사람들과 새로 바뀐 보스가 마음에 안 드는 조직원들은 새로운 보스, 그러니까 죠르노는 여전히 부차라티의 시다바리 짓을 하고 있다는 등의 악담을 했다.

마약근절은 죠르노의 명확한 의지였다. 죠르노는 그런 험담이 도는걸 알고 있었으나 가만히 있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걸 죠르노가 알고 있어서일까.

그는 파시오네의 정상에 서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부차라티 팀과 함께하였다. 부차라티는 이제 직접적으로 죠르노에게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그를 존중하였으나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부차라티는 여전히 부차라티였다. 그건 죠르노도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상사와 부하 사이였던 적이 없었으니 반대의 상황이 되어도 그들은 여전히 등을 맞대고 싸울 수 있는 동료로서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죠르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보스가 되었고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꿈을 하나하나 이루어 가고 있었다. 미스타는 여전히 내 곁에 있다. 푸고는 나란차에게 중등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바키오는 틱틱거리지만 내 명령을 들어준다. 그리고 부차라티.

죠르노는 그때쯤부터 느끼게 되었다. 부차라티가 다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부차라티의 상태를 인지했던 건 보스를 쓰러트리기 전.

기절한 트리시의 곁에서 부차라티는 엄청난 양의 피를 내뿜으며 쓰러져 있었다. 저렇게 많이 다쳤다면 몸이 떨린다던가 숨을 거칠게 뱉는다던가. 그런 행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부차라티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차라티는 죽었구나. 죠르노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죽음을 인정했다. 그의 죽음을 내뱉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죠르노가 부차라티의 죽음을 한 번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걸까? 아니다. 그가 죽으면 어떻게 대처할 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해보았다. 만약 트리시를 호위하다가 부차라티가 죽으면?

솔직하게 말하자면 부차라티가 죽어도 죠르노는 잘 대처할 자신이 있었다. 호위팀의 누군가가 죽더라도 만약 혼자만 남겨지더라도 목표는 어떻게든 이루리라. 죠르노가 항상 하던 생각이었다. 그랬을터인데. 부차라티의 초점을 잃은 동공을 보자마자 죠르노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러면 나는 어떡하라고? 이미 차가워진 몸에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상대방의 죽음, 자신의 죽음을 각오했다. 말을 꺼내어서 이야기 한 게 아니지만 곁에 있으면 이 사람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여러 번 죽음의 문턱앞에 섰다. 그건 부차라티도 마찬가지다. 우린 우리 두 사람 중 하나가 죽더라도 자신의 할 일을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나는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었어. 죠르노가 정신을 차리려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부탁이니 이렇게 날 떠나지는 마. 자신이 저런 말들을 내뱉는지 자각하지도 못하고 죠르노는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으려 했다. 이 말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야. 죠르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이미 차가워진 시체를 치료한다. 골드 익스피리언스는 죽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시체를 치료하는 게 얼마나 허무한 짓인지 죠르노는 잘 안다. 그걸 알면서도 부차라티에게 생명에너지를 주입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왜? 라는 의문이 자꾸 들었지만, 죠르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의문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부차라티의 시체에 집중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운명이 허락해준 건가. 어째선진 몰라도 부차라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차라티는 깨어났고, 보트에 올라탔다. 아마 그 시점부터 부차라티와 죠르노의 세계가 꼬여버린 걸 지도 모르겠다. 팀원들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부차라티의 등 뒤에서 죠르노는 부차라티의 어딘가 텅 비어있는 영혼과 그 안에 자신이 주입한 생명 에너지를 보았다. 그 때 깨달은 것이다. 지금 부차라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 저 에너지가 영혼을 잡아놓고 있다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에너지가 흩어진다는 것. 그렇게 죠르노는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가지를 배웠다. 

죽은 듯이 자는 부차라티의 영혼에 에너지를 주면서 생각했다. 나는 부차라티가 떠나는 게 무서운 건가? 죽은 자를 되살리는 건 잘못되었다는 걸 죠르노도 알고 있다. 불행하게도,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져봤자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보스를 무찌르고 죠르노에겐 하나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죠르노는 반드시 주기적으로 부차라티에게 생명에너지를 주입해야했다. 억지로 욱여넣은 생명이다 보니 고통을 느낄 수 없다던가 감각이 둔해졌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차라티가 내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전과는 몸이 달라졌다는 걸 부차라티도 알고 있지 않을까.

죠르노가 골드 익스피리언스로 주입한 에너지는 부차라티를 유지시켰다. 다만 그를 어느 정도 지탱하고 나면 점점 사라지기에 죠르노는 주기적으로 몰래 부차라티에게 생명에너지를 주입했다. 그가 자고있을 때 잠깐 찾아간다던가. 부차라티가 쇼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때 몰래 곁에 가서 에너지를 넣었다. 처음에는 한 번 에너지를 넣은 것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부차라티가 버티는 간격은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운명적인 그 날을 마주하게 된다.

나의 이기심이 들통난 날.

마지막 수요일

다른날과 다른 점이 없던 평범한 저녁.

6명의 남자들은 탑처럼 쌓인 서류와 쏟은 커피로 얼룩진 테이블 앞에 퀭한 눈을 하곤 모여 있었다.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났군요." 시계는 11시와 12시의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미스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죠르노의 눈을 째려보고는 말했다. "드디어 돌아버린 거냐 보스. 우리 3일 밤샜다." 

"헐. 진짜잖아? 우리 일요일에 다 같이 앉아서 시작했는데 지금 화요일이야... 몇 분뒤에는 수요일이고." 나란차가 안 믿긴다는 듯 미스타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마지막엔 나를 보았다.

"아." 죠르노가 밤을 샌 것도 까먹고 있었다는 듯 머리를 숙이고는 짧은 탄식을 했다. 죠르노가 보스가 되자 처리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보스가 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전혀 쉬질 못했다. 이 지역에선 이런 문제가 생겼고, 저 지역에선 저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직원들의 보고를 보면 죠르노는 죽은눈으로 도장을 쾅쾅찍었다. 

"그래도 거의 다 해가니까 각자 집에 들렀다 올 수는 있겠네요." 푸고가 말했다. 결재서류에 커피를 쏟고도 평온한 표정을 한 푸고를 보고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죠르노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 마저 이어서합시다. 라는 짧은 말을 하고 팀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나란차는 엎어진 푸고를 바닥에 질질 끌고 가면서 무겁다며 욕을 내뱉으면서 집으로 향했고, 미스타는 나 지금부터 푹 잘 거니까 내일 지각해도 좀 봐줘. 라 하며 바쁘게 뛰어갔다. 아바키오는 이제 죠르노의 말에 대꾸 할 힘도 없는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빈 방에 이불을 피고 잠들어버렸다. 집에 가서 자든 직장에서 자든 몇 시간 못 잔다는 건 똑같기 때문이었다.

"다들 피곤했나보군."

부차라티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가 봐도 여기서 제일 피곤해 보이는 건 부차라티인데도, 부차라티는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말을 해버린다.

"간부 일에 제 일까지 돕느라 힘들었을 텐데." 죠르노가 말했다.

"힘들긴하지만 간부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지."

"집에 들렀다가 오실 건가요?"

"어떨까. 아바키오처럼 그냥 여기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부차라티는 쏟아진 서류를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양이 확 줄어든 거 보면 이 짓도 곧 끝나겠네."

"빨리 끝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죠르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어디서 잘 생각이지?"

"글쎄요. 집까지 오래 걸리니까 이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요." 죠르노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죠르노는 담요를 가져와 책상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담요를 두르고 난 뒤 서류를 정리하는 부차라티를 지켜봤다. 예전보다 줄어든 팔의 두께. 며칠 전부터 음식을 잘 못 먹던데 몸에 문제가 더 생겼나? 멍하게 부차라티를 시선으로 훑던 그 때 부차라티의 발목이 죠르노의 시선에 들어온다. 엉뚱하게 볼펜이 꽂혀져있다.

피가 흐르지 않는 걸 보아선 꽂힌 지 좀 됐나 본데. 아까 나란차가 푸고와 싸울 때 휘두른 볼펜이 부차라티의 발목에 꽂힌걸까. 아니, 그보다 부차라티는 볼펜이 발목에 꽂혔는데. 그 아픔을 느끼지 못했던 건가.

"부차라티. 저기, 그... 발목에." 죠르노는 손으로 발목을 가리켰다.

아, 부차라티는 발목을 보고 눈썹을 찌푸린 뒤 말을 이었다. "아까 나란차와 푸고가 다툴 때 꽂힌 건가."

예전에 부차라티는 이제 아픔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부차라티의 겉도 속도 멀쩡해 보이는데. 그의 몸이 죽은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 에너지가 영혼을 제대로 못 붙잡아 놓아서 그런 것이다. 이 짓도 계속하면 언젠간 내가 에너지를 넣지 않아도 그의 영혼이 다시 정착할 거라 믿어왔다. 그런데 그 믿음이 흔들린 지 오래다. 전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감싸고 있는데 부차라티가 깨끗해진 방을 보고 크게 한숨을 쉬고는 흐르는 정적을 깼다.

"죠르노. 나는 여기서 잘게." 부차라티는 죠르노의 책상 바로 맞은편에있는 쇼파에 낡은 담요를 깔고 누웠다. 불 끌까? 타들어가는 죠르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차라티는 태연하게 행동했다. 이제 그는 이런 일들이 익숙해진 걸까.

"불 끕니다." 죠르노가 테이블 위 조명의 줄을 당겨 조명을 껐고, 이제 방엔 달빛 말곤 두 사람을 비추는 게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죠르노는 잠이 안와 몸을 뒤척였다. 아까 부차라티의 발목과 태연한 태도가 계속 떠올랐다.

부차라티가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건 사실상 영혼이 또 흐릿해졌다는 걸 의미했다. 그말인 즉슨, 이제 또 부차라티한테 에너지를 넣어줘야하는데. 보아하니 이틀정도 남은 거 같은데. 마침 가까이 있겠다. 평소 부차라티에게 몰래 다가가서 주기엔 나도 바쁘고 부차라티도 바빠서 기회가 잘 없었는데, 오늘같이 피곤해 깊게 잠든 날은 평소보다 더 많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죠르노는 거의 반 즘 감긴 눈을 부비며 부스스 일어나 부차라티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가 확실히 자는지 확인하고, 죠르노는 부차라티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제 온기가 느껴지지도 않아. 피부를 만져도 죽은걸 만지는 것 마냥 쓸쓸하기만 하다. 부차라티가 깨지 않게 골드 익스피리언스를 꺼내곤 에너지를 넣으려고 한 그때.

부차라티의 차가운 시선이 죠르노의 손을 타고 올라와 눈에서 멈췄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분명, 자고 있었을 터인데. 왜 하필 지금.

"아. 그게, 벌레가 있길래..."

누가 들어도 변명이다.

"스탠드를 사용해서 벌레를 잡는 사람은 처음보는군." 부차라티가 말했다.

이대로 넘어가나? 설마 눈치채지 못한 건가. 부차라티의 시선이 날 찔렀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해왔는지 설명할 날이 온 거같군, 죠르노." 부차라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니,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는데 그게 오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내 행동을 지금까지 눈감아온 거 였나. 부차라티의 눈빛을 뿌리쳤다. 내 행동의 결과를 마주치기 싫어서.

"말하지 않으면 모르잖아. 뭘 해왔는지 빨리 말 해." 지친 눈으로 부차라티는 나를 타일렀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면, 다 말했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일을 이야기했다. 죽은 당신을 되살렸고 당신의 상태가 점차 악화되는걸 알면서도 나는 당신을 붙잡았다고. 자연의 섭리를 멈추었다고. 내 숨소리와 시계 초침소리만 들린다. 너무 조용해 귀가 멍해져 귀를 만지작댔다. 고개를 푹 숙이고 부차라티와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는데, 그게 또 잘 안되네. 내 말을 다 들은 후 부차라티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부차라티는 시계를 봤다가, 내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 그리고는 옅게 한숨을 쉰 뒤,

"넌 신이 아니야."

"... 그래요, 나는 신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흔들리고 매번 당신에게 조심스레 생명을 불어 넣은 거라고요."

"죠르노,"

이렇게까지 화 날 일이 아니었는데, 아니 오히려 부차라티가 화 낼 일이 아닌가. 부차라티의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 그래서 그가 나한테 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난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 회유해볼까? 아니, 부차라티는 그런 말을 들을사람이 아니야. 혼란스러워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깨질 듯 아프다.

부차라티는 당황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바라보던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저 눈빛이 순간 미웠다.

"... 말 하세요."

"넌 내가 없어도 잘 할 거야."

내가 처음 죽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이 들었을지 생각 해 봤니? 너희에겐 미안하다만 사실 후련했다. 목표를 향해 도달하지 못하고 죽었구나. 이제 다 끝났으니, 아버지에 대해서도, 보스에 대해서도, 너희들에 대해서도. 전부 잊겠구나. 눈을 감고 있자 너무나 고요해서 기분이 이상했어. 그 고요함에 안심했다.

순간의 후련함은 순식간에 지나갔어.

짧은 시간동안 내 무력함에 대해 생각했어, 그리고 트리시를 생각했다. 미스타와 푸고에 대해 생각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많이도 생각했다. 나란차, 아바키오를 생각했고.

그리고 너를 생각했다, 죠르노.

그 때 너를 만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뭐랄까, 너는 나를 구하러 왔잖아. 보스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를 말하는 게 아니야. 죠르노 네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는걸, 그걸 말하는 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왔던 꿈을 네가 알아줬을 때. 함께 나아가기를 다짐했을 때, 그때도 참 좋았다. 그래. 난 그 때 네가 무슨 신이 준 선물 정도로 생각했던 거 같다. 아냐, 솔직히 신이라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는 갱한테 신이라니 웃기지만 그 땐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었어.

시간이 지나 너와 꿈을 이루었을 때 나는 말 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내가 해 온건 헛 된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해준 너에겐 정말 감사하고 있어.

이제 그런 경험은 이젠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적어도 '나'에게서는 말이야.

그러니, 이제는 날 보내줘.

부차라티의 말이 끝나자 고요가 둘을 덮쳤다. 죠르노는 옅게 떨며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몸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셨던 건가요. 응, 사실 안 지는 꽤 오래됐다. 왜 저한테 따지지 않으셨나요. 네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렸어. 그렇구나...

"미안해요. 부차라티..."

*

"제가 제일 두려웠던 건 당신이 죽을 때 나를 떠올리지 않을 거란 생각. 두 번째로 두려웠던 게 뭐냐면 그 생각이 점점 확신이 되어간다는 거였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죠르노."

"이제 끝인데 뭐 어때요. 하나 부탁이 있어요."

"뭔데?"

"오늘이 끝날 즘엔 제 에너지가 완전히 소멸할 거예요. 떠날 준비가 다 되고 짐도 다 챙겼다면, 만약에 누군갈 떠올릴 만큼의 시간이 남으면, 그 때 제 생각을 해주세요."

그 뒤에 부차라티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말을 했던가? 옅게 웃었던가, 결국은 같이 밤을 샜다. 

"그 때 아바키오가 너한테 먹였던 게 오줌이었다고? 가기전에 한 마디 해야겠군." 부차라티가 얼굴을 짚었다. 

"뭘 그렇게까지야.."

 함께 했던 순간을 곱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떠오르는 아침 해가 우리를 내리쬐자 우린 슬슬 아침을 먹으려 둘이서 식당으로 향했다. 당신과 보내는 마지막 수요일. 다시는 안 올 수요일. 

"내가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요."

"잊기 어렵다면, 그러면 그냥 잊지 말아줘."

"어떻게 잊겠어요?" 

지금까지 같이 보냈던 수요일과 앞으로 올 수 많은 당신이 없을 수요일을 생각하며.

소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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