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

잠깐 by 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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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정령이 실존하고 과학과 마법을 접목한 마법과학이 개발 되어도. 달에게 사랑 받는 이 세계는 미지로 넘쳐있다. 세기의 지자 무르 하트가 족히 수백 년, 탐구하고 연구하고 온갖 진실을 밝혔을 텐데. 여전히 질서 중 하나인 <위대한 재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이가 없고 사랑해도 모든 걸 알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 제도는 또 어떻고?

대체 언제부터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선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된 걸까? 힘을 과시하며 <위대한 재앙>을 돌려보낸 마법사가 있는데도, 어쩌다가 스무명의 마법사를 고르게 된 걸까. 애초에 인간과 마법사가 공존하는데 재앙을 대비할 수 있는 건 마법사뿐이라니. 이 불공평한 구조는 어디서 기인한 걸까.

<위대한 재앙>, 달이 아니라도 수수께끼는 많았다. 정령이 없어 끝까지 날아갈 수도 없는 바다. 그 건너편! 수평선 끝을 보고 오겠다고 호언장담과 함께 출항했다 돌아오지 못한 인간도 마법사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수많은 별이 밤하늘에서 명명을 기다려 떠있는 것처럼 바다 속에는 수많은 시체와 실패가 과정으로 남길 바라며 잠들어 있는 게 이 세계였다.

이렇게나 가만히 있어도 미지와 수수께끼가 넘치는 세상인데. <위대한 재앙>이 유례없는 힘을 가진 작금의 상황은! 정말이지. 죽은 사람을 가엽게 여겼는지, 기다리는 이들을 가엽게 여겼는지 모르지만. 망자를 흉내내면서 돌아다닌 시계탑. 사람의 욕망대로 부화하는 은 달걀이 재앙의 힘으로 비대해져,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고. 이기고 싶다는 욕망이 그대로 굳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 않는 기사를 만들기도 하는 둥. 예상도 상상도 초월하는 사태가 즐비해서.

미지로 넘치는 세계에 그리움이 닿았다.


탁자 하나로 집을 얻다니, 열 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도 아니고. 피가로에게 맡긴 현자의 서. 그리고 미틸이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하고 싶어. 얘기하고 싶어! 그런 표정으로 다가온 덕분에 아키라는 마법사의 집에 대해서 알게 됐다. 일하는 자 먹지도 말라. 그런 것과 비슷한 관념으로 남쪽에는 남의 성의와 호의는 무시하지 말 것. 제대로 받으면 감사 인사를 전하고, 고마운 걸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 것. 뭐 그런 게 있는 게 아닐까. 협력을 중요시 하는 남쪽이니까. 그리고 그 관념이 제대로 빛을 본 거지.

헌 탁자를 고쳐 썼더니 헌 집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황당했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였다. 허물고 없어지는 것 보다는 너희가 관리해주는 게 좋을 거야. 교훈이 담긴 한 마디 아닌가. 마법으로 고쳤으면 이런 친절 못 받았을까? 안 좋은 생각이 잠깐 번뜩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졌다. 뭐 하나 버리지 않고 다시 고쳐 쓰는 씀씀이에 감동해 양도했으니 수단은 중요하지 않았으리라.

마법사의 집.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상담해드려요! 그런 표지판이 달린 집을 형님이 본 적 있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마법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곤란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 아 저도 같은 마음이지만 이 말은 피가로 선생님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그랬군요 그래서 마법사의 집이 된 거군요! 직관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네요. 아키라는 미틸의 말에 맞장구치면서 잠깐 딴 생각을 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연이 있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조건인 건 북쪽도 남쪽도 똑같은데. 북쪽은 그런 자연을 찍어 누를 힘을 가진 개인이 혼자서 살아가고. 남쪽은 그런 자연을 함께 이길 수 있도록 협력하면서 살아간다. 이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남쪽 나라는 사람을 거부할 만한 눈보라가 없어서? 눈보라 대신 가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부는데도? 험한 날씨가 찾아오긴 해도 기본적으로 남쪽은 온후하고 규칙적인 기온을 보이는데. 남쪽은 한결 같이 사람을 거부하는 냉기가 불어서 그런 걸까?

아키라가 나름의 대답을 내리기 전에, 미틸이 딴 곳으로 샌 아키라를 잡아왔다. 루키노씨라고 하는 신문기사가 홍보도 해주신대요! 신문기사가 홍보를요? 네, 언젠가 저희에 대해서 쓰고 싶다고 그랬어요! 나중에 지면을 받으면 저희 홍보를 적는데요. 어떤 문구를 적어야 곤란한 사람들이 바로 저희를 찾아올까요? 그러네요 어떤 문구가 좋을까요. 마법관에 의뢰를 맡길 만큼 중요하고 엄청난 사건은 아니지만. 혼자 해결하긴 곤란해서 이웃의, 마법사의 손을 빌리고 싶을 일은 뭐가 있을까.

어떤 식으로 홍보하면 그런 상황인 사람들이 마법사의 집을 두드릴까. 아키라는 미틸과 머리를 맞대 같이 고민했다. 신문 광고면 짧고 간결하게,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게 좋을 텐데. 마땅한 게 없네요. 짧고 간결하지만 기억에 남게? 끄응. 짧고 간결하지만 기억에 남는 멋진 말.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니까 믿음직스럽고 의지 되는 게 좋겠어요. 미틸이 앓는 소리를 내며 고민에 빠지자 우연히 이 근처를 지나가던 피가로가 다가왔다.

안심과 신뢰의 마법사 집. 모든 걸 해결해드립니다 같은 건 어때? 그건……, 조금 아니 살짝 미덥지 못해요. 미덥지 못하다니 너무하네. 안심과 신뢰만큼 중요한 건 없는데. 그치 현자님? 장난스럽게 윙크하는 피가로를 본 아키라는 그냥 멋쩍게 웃었다. 아 그래! 레노씨에게도 물어보고 올래요. 내가 있는데 레노? 피가로가 진짜 토라진 건 아니겠지만 삐진 것처럼 목소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남쪽 마법사 여러분들이 받은 집이니까 다 같이 정해요. 뭐든 후보가 많을수록 좋잖아요. 첫번째 후보는 피가로가 말한 안심과 신뢰의 마법사 집!으로 해요. 아키라는 멋쩍은 웃음을 갈무리하면 휘휘 손을 저었다.

홍보를 하면 사람들이 잔뜩 올까요? 곤란해서 먹어치우고 싶을 정도로 넘치는 마법관 의뢰서처럼. 마법사의 집에도 많은 편지가 올까요? 미틸이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눈을 빛내며 돌아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피가로가 그런 미틸을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면서 실없는 소리 반, 진심 반으로 응원해준 것도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마법사의 집은 마법관만큼……. 이건 과장이 너무 심하네. 마법관만큼은 아니지만 꽤 좋은 소통의 장소가 됐다. 선생님에게 볼일이 있을때 교무실을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건 힘들지만, 복도에서 보이면 쉽게 말을 거는 것처럼. 현자와 현자의 마법사가 궁금하긴 한데 마법관 문을 두드릴 용기가 안 나는 사람들이 마법사의 집을 찾았다.

마법관은 현자의 마법사님 이런 이변이 있습니다. 부디 조사헤주세요. 해결해주세요. 그런 내용이 담긴 의뢰서가 찾아왔고. 마법사의 집은 좀 더 평범한 내용이 찾아왔다. 예를 들어서, 중앙 나라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일기예보의 마녀가 내일은 큰 비가 내릴 거라고 하니. 내일 올 때는 꼭 우산을 쓰고 오렴. 현자의 마법사를 세계를 구한단 사명을 가진 스물 한 명의 집단으로 대하는 이들. 현자의 마법사를 아직 어색한 이웃처럼 대하는 이들. 어느 쪽도 바라던 바였다. 마법사는 세계를 구하는 사명을 가진 존재기도 했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기도 했으니까. 좋은 변화였다.

아키라는 기대와 긴장을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어떤 사람이 마법사의 집을 찾았을까? 확인해서 알고 싶은 만큼, 나쁜 일이 없길 빌었다. 현자는 마법관 의뢰가 우선이고 마법사의 집에서 있던 일은 담당인 루틸이나 자주 가는 리케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랬답니다.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반대였다. 마법사의 집에서 새로운 세상과 접하던 리케가 임무하러 나가고 아키라는 마법관에 남았다. 저번 여름 강습이 좋았던 미틸과 리케를 위해서 ‘파우스트 선생님의 특별 수업’이 시작 됐으니까.

특별 수업 도우미로 같이 가게 된 카인이, 몰래 아키라에게 찾아와 속삭였다. 마법사의 집에 리케가 자주 가는 건 알지? 특별 수업 기간 중에는 못 가니까. 오즈에게 대신 부탁했어. ‘제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는지 꼭 알려주세요.’ 딱 그 정도 서론만 있어도 충분했다. 오즈는 오즈 나름대로 열심히 부탁을 들어줄 테지만. 리케가 만족한 수준은 못 되겠지. 그러니까 현자님도 마법사의 집을 맡아줘.

아서는 공무로 바빠 성에서 못 나오고. 나는 수업 도우미니까. 현자님.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죠! 카인은 친화력이 좋고 두루두루 친한데. 왜 다른 마법사가 아니라 나에게 이런 부탁을? 김치국과 의아함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파우스트 특별 수업을 하니까. 그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 젊은 마법사들이 얼마나 애썼는지를 아키라도 알고 카인도 알았다.

저번 특별 수업은 오즈가 있고 피가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피가로가 있고 오즈가 없네요. 그때 피가로는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못 온 거잖아? 이번에는 반드시 참가한다고 그랬어. 오즈는……. 청소가 기초고 중요한 건 알지만 이왕이면 좀 더 다른 것도 배우고 싶어요. 이건 ‘특별’ 수업인데. 오즈가 오면 평범한 수업과 뭐가 다른가요? 두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 카인이 학생의 의견을 전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오즈는 남아야겠어요. 그치?

그럼 현자님.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카인도 잘 다녀오세요! 안부인사와 함께, 밤이라 필요 없지만 왠지 하고 싶어서 어색한 하이파이브를 나눈 게 어제였다.

특별 수업으로 마법사 대부분이 부재니, 마법사의 집에는 누가 있을까. 아키라는 잠깐 고민했다. 북쪽 나라는 특별 수업도 마법사의 집도 관심이 별로 없을 테니, 셋을 빼고. ……미스라는 있을지도 모르겠네. 미스라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자기 직업을 좋아하니까. 처음에는 뜻밖이라 놀랐는데, 지내면서 왜 좋아하는지를 금방 알게 됐다. 미스라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부분이 있으니까. 솔직하고 알기 쉬운 부분이 있으니까. 이 마법관도 현자의 마법사 일도 미스라가 좋아하는 일이 되면 좋겠어요. 긍지로 여겨주고, 아 이 사람 이걸 좋아하는 구나. 알게 되는 날이 오면 참 좋을 텐데.

남쪽 나라가 만든 집이니까. 남쪽 마법사는 무조건 한 명 있겠지. 그럼 루틸, 레녹스? 파우스트도 피가로도 카인도 가니까. 레녹스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동행했을까. 특별 수업 준비에는 힘도 손도 많이 들어갈 테니, 그걸 도와주러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고리를 잡으니 힘을 주지 않아도 문이 열렸다. 자동문인가? 익숙하고 낯선 장치에 아키라는 자기도 모르게 원래 세계라면 센서가 있었을 장소를 올려다보고 마법을 떠올리고 웃었다. 사람이 온 걸 확인해서 열어주는 기계보다, 문을 열어주는 마법이 더 말이 될 텐데. 있을 리가 없는 친숙한 기술이 먼저 생각난다.

“아, 현자님 어서오세요!”

“루틸!”

이 세계에 온지 꽤 됐지만 기본적인 감각은 여전하구나. 이 여전함이 좋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 복잡한 맛을 곱씹고 있으니 안쪽에 있던 루틸이 손을 흔들었다.

문을 열면 바로 응접실, 이라기보다는 거실처럼 보이는 탁 트인 공간이 손님을 반겼다. 중앙에는 커다란 탁자가 있고. 저게 이 집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인 그 탁자인가요? 네. 그렇답니다. 못도 예쁘게 박혔죠. 아주 튼튼하게 잘 고쳐졌어요! 자세히 보세요.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대화는 시작하지 못했다. 중앙에 탁자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었으니까.

“뭐하고 있는 건가요?”

히스클리프와 클로에가 사뭇 진지한 태도로 탁자 위에 있는 뭘 관찰하고 있었다. 친하고 사이좋은 두 사람이지만. 히스클리프는 기계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치를 좋아했고. 클로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옷을 좋아하니까. 둘의 전문 분야는 다르니까. 뭘 보고 저렇게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걸까? 호기심이 솟아오를 수 밖에 없었다. 옷도 기계도 사람 손을 타고, 여기서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바느질로 컴퓨터의 발전을 이루기도 했으니. 저 둘의 눈을 동시에 빛내는, 공명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게 뭔지 궁금하지만. 신기해서 보고 있으니 루틸이 후후 웃었다.

“현자님도 해보실래요? 퀴즈랍니다.”

“퀴즈요?”

“네! 퀴즈. 답은 저희도 아직 몰라서 추론해서 맞춰봐야하는, 조금 특이한 퀴즈예요.”

마법사인 저희라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거라고 하고, 오늘 온 아이가 두고 간 난제랍니다. 처음 단서는 금방 발견했는데 그 뒤 진도가 지진부진해요. 현자님, 도와주시겠어요? 차분하게 흥미를 돋궈 참여를 유도하는 말투는 선생님 같았지만. 호기심으로 두 눈을 빛내고 있는 모습은 친구처럼 친근해서. 아키라는 루틸의 손을 잡았다. 물론이죠! 제가 참가해도 되는 퀴즈라면요. 꼭 하고 싶어요.

긍정적인 의사를 보낸 뒤에야 뒤늦게 아키라는 치명적인 결점을 떠올랐다. 퀴즈 좋지, 히스클리프 루틸 클로에 셋이서 하는 활동이면 뭐든 좋겠지. 그런데 아키라는 마법이 없는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었다. 중앙 나라에서 사는 어린아이가 만든 퀴즈를 풀 수 있을까? 문이 저절로 열리면 마법보다 과학을 먼저 떠올리고. 처음 보는 게 있으면 ‘여기에 있을리가 없는’ 다른 것과 유사점을 찾아 그거구나. 멋대로 납득하는데. 제대로 도움이 될까? 아니 애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어디에 가도 언제라도 의사소통이 되니까. 간과하기 쉬운데…….

아키라는 이 세계의 문자를 모른다. 문화도 언어도 다른 아이가 만든 퀴즈를 풀 수 있을까?

루틸의 권유고, 히스클리프와 클로에니까. 하지 못해도 같이 했다는 점, 모르는 걸 시도 했다는 점, 즐거웠다는 점으로 백점만점짜리 시간이 될 테지만. 알지 못하는 문제를, 도움도 안 되는 상태로 풀게 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가시질 않았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한다고 할 걸. 아니, 잠깐 뜸을 들이다가 죄송해요 전 견학만 할게요. 무슨 문제인지 구경만 해도 되나요? 부드럽게 거절하면 거기서 그냥 끝일까? 아쉽다는 표정이 잠깐 떠올랐다가 물론이죠 현자님. 아쉬움을 숨기듯이 움직이는 루틸의 손길이나……. 많이 바쁜데 저희가 붙잡았나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유감스럽고 걱정스러운 반응이 돌아오면. 어느 쪽을 골랐어도 마음에 작은 추가 눌러 앉았겠네. 아키라는 그냥 순응했다.

히스클리프는 반듯한 이마에 주름까지 잡아가며 턱을 괴고 골몰하고 있었고. 클로에는 발걸음 소리와 인기척을 느끼고 다가오는 둘에게 손을 흔들었다. 현자님도 참가하는구나, 살았다-! 이거, 아무리 해도 안 풀려서 정말. 현자님 말대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거든! 고양이 손보다 못할지도 모르지만요…….

아차, 빈정거리는 것처럼 들렸나? 아키라가 움찔하기도 전에 클로에가 으응, 아니야! 웃으면서 아키라를 탁자로 이끌었다. 이런 퀴즈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거든. 다양한 각도로 보면서 맞춰야 하는데. 나랑 히스클리프, 루틸도 너무 오래 봐서 이제 새로운 각도가 안 나와. 현자님의 각도가 꼭 필요해!

“그 아이도 그래서, 우리에게 부탁한 걸 테니까.”

“마법사라면 이게 뭔지도 알지? 하늘도 날고, 퍼레이드도 하잖아. …후후 귀여운 아이였죠! 솔직하고.”

“저 하늘은 못 나는데요.”

“하지만 날아봤지? 우리 도움 없어도 현자님 세계에는 날 수 있는 기구가 있다고 들었어. 퍼레이드도, 중심은 현자님인 걸!”

시노라면 고민하는 히스도 멋있지? 뿌듯하게 관찰하다가 창틀에 쌓인 먼지를 털듯이 히스클리프의 이마 주름을 펴줘 흐름을 끊었을 텐데. 그러니까 괜찮아. 자, 자! 여전히 무슨 규칙이 있을 텐데 모르겠어. 도대체 뭐지? 반복된 이유가 있을 텐데. 이마에 주름을 잡고 중얼 거리는 히스클리프 대신 클로에가 아래에 있는 종이를 들이 밀었다.

노력해볼게요. 같이 힘내요. 문제를 확인하고 웃으려고 했던 아키라의 표정이 이상하게 굳었다.

“알 듯 말 듯 모르겠어. 현자님, 이게 뭐라고 생각해? 어떤 의견이라도 좋아!”

“몰라도 괜찮아요. 알아내려고 이렇게 모인 거니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가죠!”

응?

“역시 모르겠어. 규칙성을 찾기엔 문장이 너무 짧아. 마법과 관련된 암호인걸까?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아이 같았는데…….”

어어. 어어어? 고양이가 소란스럽게 울던 보름달이 뜬 날 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니 나타난 기사와 드라몬드를 본 아키라는 상황이 이해되질 않아서 온갖 헛소리를 했다. 그런 게임과 저희 아파트가 제휴를 맺은 건가요? 사전 연락도 없이 이러시면 곤란해요. 저 이런 거 해본 적 없어서 좋은 의견도 못 드릴 텐데. 집에 가도 될까요?

고양이가 소란스럽게 울지도 않고. 위대한 재앙은 아직 저 멀리에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상황이 이해 되질 않아, 당장이라도 온갖 헛소리가 목을 타고 올라올 것만 같았다.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다들 장난 친거죠? 이건 어떻게 했어요. 다른 현자의 서를 보고서? 아 정말, 스노우랑 화이트는 갑자기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어른이다가 아이였다가 하면서 절 놀렸는데. 아니, 위로 했는데. 이런 장난은 생각도 못해서 좀 많이 놀랐네요. ……장난, 맞죠?

정말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면 술술 나왔을 말은 안 나오고, 대신 다른 의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누가 가져왔다고요?”

“이 근처에 사는 아이야. 가끔 마법사의 집으로 할머니랑 놀러오는데. 미틸과 리케보다 두세 살 정도 더 어려."

“마법사가 조금 무섭지만, 많은 걸 알고 있으니 좋아한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가끔 길을 모르겠거나 처음 보는 걸 찾으면 종종 여기로 오는데…….”

그러면 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장난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아키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자기만, 아니 현자만이.

이방인만이 읽을 수 있는 암호를 읽었다.

잘 지내? 잘 지내야해.

보고 싶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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