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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난무 만바사니 커미션(1)

르안님 커미션

잠깐 by 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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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공휴일 포함 휴무 없음 쉬지 않고 달립니다. 혼마루는 그런 팻말이 붙을 만한 업무량과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정말 다행히도, 정부 기간인 관계로 휴무를 보장했다. 혼마루는 하나가 아니며 정부쪽에서도 별도로 도검남사를 가지고 있으니까, 사니와도 부담없이 휴가를 신청했다. 도검남사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휴무 없이도 버틸 수 있으니 혼마루 휴가를 신청하는 건 대부분 사니와였다.

키즈나 네 혼마루도 그렇게 일주일 휴가를 얻었다. 텅 빈 출진표를 본 남사들은 모처럼 얻은 휴가니까, 그렇게 서두를 끊고 자기 희망을 열심히 말했다. 혼마루 청소를 하자. 평소에도 하지만 이럴 때 대청소를 해야 한다. 전에 산 책을 다 읽고 싶다. 서재에서 살 거다. 하고 싶은 연구 과제가 있으니 그 과제를 하고 싶다. 다 같이 여행을 가자. 야구 대회를 열자. 다양한 의견과 욕망이 오가는 오오히로마에 두 뺨이 상기된 미다레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주인씨 날짜 잡는대!"

엄청난 벼락을 떨어뜨렸다.

휴가 때 뭘 할 건지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왜 휴가가 생겼는지 생각하는 흐름으로 바뀌더니. 미다레를 중심으로 시장 통처럼 시끄러워졌다. 왠지 주인이 요즘 일을 착실하게 잘 하더니, 아니 원래도 미루지 않고 잘 하는 사람이지만. 일머리가 좋은 사람이지만? 요즘엔 좀 어떤 경지에 올라갔어. 맞아 경지에 올랐지. 달인이 될 솜씨였어.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나 했는데 그런 거구나. 주인은 중요한 일이 잡히면 그 전에 다 끝내려고 하잖아. 막 뭐 남으면 찝찝하다고. 다 하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면서.

사니와가 도검남사와 연애하는 걸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알콩달콩 혼마루라면 한 번쯤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달콤쌉쌀한 전개가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이 혼마루에는 그런 달콤쌉쌀함이 없었다. 일단 인간의 육신을 가졌다고 해도 감정이나 감수성이 인간을 따라가는 게 좀 늦는 게 일반적인 도검남사의 평균이라서. 고참 도검남사는 갓 혼마루가 만들어졌을 무렵에 와 엄청난 업무량에 치이고 치이느라 동료애, 친애는 생겨도 그런 사랑은 싹트지 않았고. 어엿한 혼마루가 된 무렵 온 도검남사들은 이미 완벽한 연애 기류가 형성된 이후라 오해나 착각 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일방통행으로 막힘없이, 혼마루 초기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와 사니와의 연애가 진행 됐으니, 다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혼약까지 맺을 줄은 몰랐는데."

"왜? 할 만 하지."

아직 결혼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파를 빼고는 반응이 둘로 나눠졌다. 막연한 생각만 했을 뿐이지 진짜 할 줄은 몰랐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 구나. 경사네.

"주인이 얼마나 독점욕이 심한데. 할 줄 알았어. 오히려 좀 늦은 거지. 난 일주년 될 때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은근 선을 잘 긋는 사람이잖아. 도검남사와 인간은 다르니까 안 할 줄 알았지."

"사랑하는데 그런 선이 보이겠어?"

"사랑하니까 더 엄격하게 하는 거지."

나뉜 두 파는 논쟁이라기엔 조금 많이 유치한 말싸움을, 아니 이걸 싸움이라고 해도 되나? 의견 교환을 하면서 웅성거렸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내 검이라고 선보이고 싶어졌나 보지. 하지만 사람의 연을 맺는 건 그런 마음만으로는 힘들잖아.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주인이라면 한참 고민했을 거 같은데. 주인이 먼저 말한 게 아니라 야만바기리가 말한 거 아냐? 그럴 의지랑 강단이… 있긴 하지.

그치만 주인한테 가서 당신과 연을 맺고 싶다. 당신을 나한테 주길 바란다. 그런 말은 안 할 거 같은데. 반대지 반대. 그것도 몰라? 내가 주인의 것이 되고 싶으니까, 날 전부 가져가길 바란다. 이런 식으로 말해서 주인이 결심하게 된 거지. 꺄아. 지로가 느리고 과장스럽게 말을 꺼내자 미다레가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주인이 결정했고 이미 하기로 했다면 말려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고. 말릴 필요도 찾지 못한 그들은 계속해서 이런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우리도 뭐 따로 하는 게 좋지 않나? 뭘 준비해야하지? 주인이 아직 공표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알았다고 뭐 해도 괜찮나? 시끄럽고 경사스러운 분위기에 새 바람을 넣은 건 오오쿠리카라였다.

"…괜찮은 건가?"

뭘?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눈치 빠른 쇼쿠다이키리가 아, 깨닫고 입을 손으로 가렸으니까. 혼인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시대마다 양식이 달라지는 대표적인 행위지만. 그래도 그 모든 걸 고려해도 공통 되는 사항이 있었다. 사랑하고 마음이 맞는 두 이가 만나서 행하고…….

행하기 전에 양가 식구가 서로를 대면해 인사해야하는데.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인간의 육체를 가진 츠쿠모가미, 도검남사였다.

도검남사한테 어버이가 있다고 하면 칼이라는 토대를 만들어준 도공과 내려오는 설화를 준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누구도 소개해줄 사람이 아니었다.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눌 수도 없었다. 이럴 땐 누굴 데려가지? 칼과 혼인하는 괴짜 이야기는 옛날이야기로 전해지기도 하고. 사니와 사이에서도 꽤 흔했지만. 옛날이야기는 현대에 반영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고. 다른 사니와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묘수가 아니었다. 주인은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은 일을 다른 곳에서 쑥덕거릴 수 없으니까.

결국 그들은 머리를 맞대 그럴듯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앉았다.

식구라는 건 부대끼고 살면 되는 거니까. 우리 중 아무나 누구 데려가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럼 소우자? 왜 제 이름이 나와요? 호리카와가 있잖아요. 호리카와는 외견이 어려보이잖아. 그게 문제가 되나요? 아 그러네, 호리카와 도파를 데려가면 되네.

형제처럼 친근하기도 하고. 내려오는 조직 같기도 하고. 단순한 연결고리 중 하나인 곳도 있는 게 도파다 보니 마땅한 식구가 없으면 도파를 데려간다는 발상을 못한 도검남사 일동이, 소우자의 말에 맞네 맞아. 손뼉을 쳤다. 그러고보니 왠지 이 오오히로마에 호리카와가 안 보인다 했어. 마지막 원정 나가서 없는 거 아냐? 아니 근데.

"호리카와는 외견이 어려보이잖아. 괜찮나?"

"그게 문제가 되나요?"

"도파가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 안 되면……. "

냐아-. 난센이 시선으로 표정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 누군가의 본가를 가리키자, 다들 암묵적으로 합의 봤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자세를 유지하지 못해 선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한 야만바기리 쵸우기가 입을 열다 말았다.

내가! 그 다음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으락푸르락 바꿨다. 화가 나서 안색이 변하는 게 아니라. 긴장과 말도 안 되는 사건에 놀라 창백해졌다가 자신감과 긍지 덕분에 여유를 되찾았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안색이 그렇게 변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의 가족으로 지목 된 이 상황이 믿겨지질 않고 우리의 관계가 그런 관계인가? 놀라서 말을 잃고. 중요한 임무에 자기가 나가야한다는 사명감과 영광스러움에 말이 나오고. 엉망진창이라 펑크난 본가를 제대로 앉힌 건 하치스카였다.

여기서 더 화제를 끌어나가는 것도 재밌겠지만. 상대가 말도 안 되게 고장 났다는 걸 알게 된 난센은 이정도만 하자는 마음으로 얌전히 정석적인 상대를 지목했다.

"야마부시가 있다냐."

"야마부시는 인상이 좀, 험악하지 않아?"

"괜찮아. 스토리만 있으면 돼."

"이야기는 중요하지."

"그치?"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돌아가셔 어려운 일도 여러모로 있었지만 착실하게 일한 청년 가장. 장남 야마부시 쿠니히로! 그 형 밑에서 자란 무뚝뚝한 차남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부모님이 남기고 간 복덩이 귀염둥이 막내 호리카와 쿠니히로! 그렇게, 호리카와 형제! 츠루마루가 양 팔을 벌려 그리 소개하자 웃음이 한 번 터졌다. 이번에는 또 어디서 그런 걸 봤어? 사다도령, 단말기라는 작은 상자 안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네!

호리카와 쿠니히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야마부시 쿠니히로. 도검 이름은 사람 이름으로 쓰기 썩 좋은 게 아니니 멀쩡한 가명을 지어보자고 팔을 걷는 이와 주인도 이상함을 알지 못했으니 괜찮다 문화의 차이로 이름이라 느낄 거다 파가 나뉘고. 그런 이야기를 쓸 거면 고생한 티가 나는 게 좋겠지. 아 흉터 있는 게 낫나? 남자의 훈장이니 뭐니 그러던데. 야마부시한테 말해서 다쳐오게 할까? 생채기 정도면 대련이 더 나을 텐데. 사니와가 들으면 무슨 미친 소리 하세요, 어이없어할 주제로 떠드는 이들도 있고. 아직도 고장 난 본가를 보살피거나 결혼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상견례 다음 일을 궁리하거나. 언제 사니와가 공표할지를 예상해보거나.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경사를 축복했다.

무슨 큰 일이 생겨 축제가 장례식으로 변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 무산되거나. 아무래도 한치 앞도 알 수 없어 불안한 게 인생인데. 모두가 입을 모아 한 가지 미래를 말하고 바라고 있으니…… 쑥스럽긴 한데 안심 되네. 휴가 신청이 수리 됐으니 왜 휴가를 신청했는지 오오히로마에서 말하려고 한 키즈나는 부산스러운 분위기와 드문드문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멋쩍게 작게 웃었다.

부모가 없을 경우엔 누구 데려오는 게 맞아? 상견례나 그럴 때에. 그러면 형제나 친척이 오지. 왜 물어봐? 이미 부모님께 물어봐서 야마부시와 호리카와한테는 한 달 전에 상담을 끝낸 상태고. 이름은 호리카와로 통일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말하기로 입이 말을 맞췄고. 내 가족은 결혼 상대가 남자라면, 아니 성별과 관계없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사람이 아니더라도? 딸이 선택한 상대면 가정 사정이나 그런 걸 따지지도 않는 사람이라 그런 이야기는 필요 없다고. 말해야하는데.

어떻게든 주인의 가족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괜찮은 날짜를 잡길 바라는 대화가 끝없이 이어져서 적당히 끊고 들어갈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어떻게 당사자가 들어가냐고. 누가 어색하게 서있는 날 발견하고 문 열어주면 좋겠다. 저기서 먼저 발견해도 뻘쭘하지만 들어갈 수는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내린 키즈나는 결국 뒤를 돌았다.

만바 데려오자.

중요한 이야기니까, 만바랑 함께 말하자.

마음의 준비를 다 한 줄 알았는데 아직 좀 모자랐나봐. 가면서 다시 하고. 데리고 오면 이야기도 다 끝났을 거고? 얼추 정리 됐을 거 같고? 안 그래도 만바가 문 바로 열어주겠지. 만바가 열지 못해도 이번에는 다 알고 가는 2회차니까 열 수 있을 거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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