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영원이 갇혀 있던 방은 창문조차 없었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고, 벽지에는 정체 모를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침대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비참한 낡은 매트리스는 한쪽이 푹 꺼져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정액과 먼지, 그리고 피로 얼룩져 있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이 년아, 거기서 뭐해?”
포주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방을 찔렀다. 영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더욱 미친 듯이 뛰었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
“이 새끼들이 돈 내고 왔으면, 손님한테는 좀 웃어야 할 거 아냐!”
그 말과 함께 그의 손이 허공을 가르고, 영원의 뺨을 후려쳤다. 뺨에 느껴지는 불꽃 같은 고통보다, 그 뒤로 이어질 일들이 더 두려웠다.
“말을 안 들어? 내가 몇 번을 말했어!!”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대로 입꼬리를 올렸다. 작은 몸이 그대로 끌려가 방 한가운데 던져졌다. 포주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게 만들고는 빨갛게 달군 인두를 살에 가져다 대었다. 살 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났다.
“울어봐. 손님들은 그런 걸 좋아하거든.”
하지만 영원은 울기는 커녕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배운 생존법이었다. 눈물을 흘리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배웠다. 대신 그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게 그를 더 화나게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포주는 더 이상 말 없이 그를 발로 찼다. 작은 몸이 벽에 부딪혔다. 그의 작은 손이 벽을 짚으며 일어서려고 할 때, 다시 그의 발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복부였다. 그 작은 몸이 허공을 날았다가 매트리스 위로 떨어졌다.
“이런 게 살아서 뭐하겠냐.”
포주는 그 말을 남기고 문을 세게 닫았다. 어두운 방 안에는 적막만이 남았다. 영원은 웅크린 채로 숨을 죽였다. 몸을 감싸고 있던 향은 이제 역겨울 뿐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방 안에 작은 빛도 사라지고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영원은 몸을 더 깊게 웅크렸다. 몸이 아닌 영혼이 도망칠 수 있다면, 이 방에서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자신을 차라리 죽여주길 바라였다.
사창가 골목은 늘 똑같았다. 악취와 술에 찌든 남자들, 좁은 골목 사이로 희미한 불빛만 깜빡거렸다. 이곳은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영원은 오랜 시간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얇은 옷자락을 움켜쥔 채 좁은 방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몸에 남은 상처들은 이미 아물 기미도 없이 또 다른 상처들로 덮여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무겁게 닫힌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희미한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방, 그에게는 그저 또 다른 밤일 뿐이었다.
영원, 영원이. 이름이 아니었다. 그의 가격을 뜻하는 호칭이었다. 그에 대한 것은 모두가 신생아 시절에 버려저서 착취를 당하던 신생아라던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심지어 나이도 몰라서 겨우 3살인지 벌써 5살인지도 알 수 없었다.
포주가 문을 닫고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밤이었다. 어둠 속에서 영원은 자신의 존재를 더 작게 만들려는 듯 웅크리고 있었다. 방 안에는 그의 얕은 숨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차 커졌다. 평소 듣던 무거운 발자국과는 다른, 가벼우면서도 단호한 소리였다.
‘또 누군가 온 걸까?’
그의 작은 몸은 본능적으로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익숙한 냄새나 위협적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탕!” 하는 폭발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렸다. 묵직했던 철문이 벽에 부딪혀 쾅 소리를 냈다. 영원은 놀라 움츠린 채 고개를 들었다.
문턱에 서 있는 사람은 포주가 아니었다.
그는 평범한 손님도 아니었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은빛 갑옷의 가슴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문양이 눈에 띄었다. 그 문양은 황실의 상징, 황금빛 태양이었다.
영원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가렸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이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학대와 공포에 익숙해진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웅크린 채, 입술만이 희미하게 떨릴 뿐이었다.
“겁낼 필요 없습니다. 전하를 구하러 왔습니다.”
그가 한 발자국 방 안으로 들어오며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은 커다랗고 단단해 보였다. 그러나 그 손은 자신을 때릴 손이 아니라는 걸, 영원은 희미하게 직감했다.
“…저를 …드디어 죽이러 오신 건가요?” 영원이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작았지만, 그 속에는 지쳐 스러진 영혼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다가오며 영원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 따스함은 영원이 기억조차 못 하던 감각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느꼈지만, 놓지 않았다.
“이 아이가…”
“—너무 작은데.”
밖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방 안으로 몇 명의 경호원이 들어섰다. 그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 여성이었다. 그는 영원을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그랗게 떠 있었다.
“황녀 전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황녀? 영원은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그 호칭은 그저 낯선 소리에 불과했다.
“그 말은 그만둬라.” 검은 망토를 쓴 남자가 말을 끊었다. “지금 전하께 필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이곳에서 벗어나는 거다.”
“전하께서는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지만,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영원의 마음을 흔들었다. 영원은 여전히 그의 손을 잡은 채로 그를 응시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낯설고도 이상했다. 그는 자신을 보살피는 손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경호원 중 한 여성이 망토를 벗어 영원의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둘렀다. 영원은 본능적으로 움츠렸지만, 망토의 부드러운 감촉이 피부를 감쌌다. 그 순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몸이 덜 떨렸다. 낡고 얇은 옷 대신 따뜻한 옷감이 몸을 감쌌다.
“여기서 나가면…” 영원의 갈라진 목소리가 방 안에 희미하게 울렸다. “다시 돌아오나요?”
여성 경호원이 손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부터는 달라질 겁니다. 전하께서 돌아올 곳은 황궁입니다.”
그 말에 영원은 잠시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그의 기억 속에 황궁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몰랐다.
“황궁이요…?” 영원이 되물었다. 그의 작은 목소리는 불확실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망토를 휘날리던 남자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맞습니다. 전하께서 태어난 곳, 전하의 집입니다. 그곳은 어둠이 아닌 빛이 가득한 곳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영원은 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눈에는 공포도, 욕망도 없었다. 단지 확신과 따뜻함만이 깃들어 있었다. 영원은 그를 믿고 싶었다. 아니, 믿지 않으면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주저하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함이 다시 손끝으로 전해졌다. 영원은 순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울음을 배운 적이 없었다.
“좋습니다.” 남자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가볼까요, 전하.”
어두운 방에서 벗어난 뒤, 좁고 길게 이어진 사창가의 골목이 그들을 맞이했다. 악취와 비명이 섞여 있는 그곳은 여전히 지옥 같았다. 영원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깨에 얹힌 망토가 그의 몸을 감싸며 가려주었다.
경호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영원을 중심으로 방어 진영을 구축했다. 그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 주변을 날카롭게 경계했다.
“서두르십시오.” 앞서 걷던 경호원 중 하나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곧 포주와 그의 부하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 순간, 골목 끝에서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포주와 그의 부하들이 몽둥이를 들고 나타났다.
“감히 내 돈줄을 빼앗아 가겠다고?” 포주는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그의 눈은 영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년은 여기서 죽어야 할 년이야. 데려갈 수 없다고!”
검은 망토를 휘날리던 남자가 포주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칼날이 희미한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는 이제 너의 것이 아니다. 감히 황녀를 모욕한 대가는 치르게 될 것이다.”
포주는 황녀라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 “황녀? 저게 황녀라고? 그딴 말을 믿으라고?”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을 땅에 내려 정확히 포주의 발 앞에 찔러 넣었다. 칼날은 돌바닥에 박혀 묵직한 소리를 냈다.
“네가 선택할 시간은 끝났다. 지금 물러서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포주는 이를 악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부하들은 주저하며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그들 또한 상대의 무장을 보고 본능적으로 상대가 단순한 손님이 아님을 느낀 듯했다.
“이… 이 년이 살아남아봤자 어디다 쓸 건데!” 포주는 마지막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검을 뽑아들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영원을 바라보았다.
“끝났습니다. 이제 갑시다.”
영원은 그를 따라 천천히 발을 떼었다. 처음으로 그는 두려움 없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날 밤, 사창가의 좁은 골목을 벗어난 뒤, 영원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넓은 세상과 마주했다. 달빛 아래 펼쳐진 초원과 하늘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의 뒤를 따라 조용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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