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light
명헌태섭 썰 백업
빠르게 써내렸던 클래식악기 다루는 au. 고증없는 날조 덩어리로, 그냥 이런 명태가 보고 싶었을 뿐인 제 욕망에 au는 이용만 당했습니다..
태섭이의 약간 깔랑깔쌈 외향으로 클래식 악기 다루는거 좀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이거 쓰고 있는 인간은 클래식 악기중에는 콘트라베이스를 가장 좋아하며, 특히 작은 사람이 콘트라베이스 연주하는거 완전 좋아하니까 무조건 태섭이 콘베임. 태섭이 기럭지 비율도 좋으니 높은 연주용 의자에 엉댕이 착 걸치고 콘베 지탱해야하니까 의자다리 잇는 가로형 바에 한쪽발 걸쳐 안허벅지에 콘베 살짝 고정하고 한쪽다리는 바닥으로 길게 뻗고 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선이 얼마나 고울까(욕망).
각잡힌 팔 각도로 콘베 목을 손가락으로 감싸 현을 누르며 웃음띤 얼굴로 고개를 콘베에 기대듯 기울인다? 걍 쓰러지고 싶당(욕망2) 근데 이제 지 몸보다 덩치 큰 콘베 케이스 이고지고 가는 모습은 귀여움 맥스 일듯..(욕망3.. 그만하세요) 이명헌 피아노면 약간 정석적인 연주 특화로 온갖 상 다 휩쓸 것 같은 느낌은 있음.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다루기에 다소 탁툭콱스러운데도 그 정확도 어쩔꺼냐고. 오케 합주할 때 태섭이랑 맨날 으르렁댈 것 같기도. 정석과 기교의 불협화음(연주X 인간O).
-이판에서 그딴 연주할거면 재즈쪽으로 가던가
-그쪽 연주가 재미없는걸 어쩌라고
웃기는 애들임. 뭐 그렇게 어긋나거나 아예 다른 연주를 하거나 하는 것도 아님. 종사자들만 미묘하게 인지가능할 정도고, 곡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님. 많은 수의 인원이 함께 연주하는 합주에서 각자의 특성이 최소한으로 허용되는 범위는 있고, 태섭의 연주 역시 그 범위안에 있는건데도.. 이명헌의 예민함으로 시작하고 송태섭의 성깔로 궤도 타는 전쟁.
하 옛다하는 심정으로 송태섭이 칼각잡힌 정석 연주하면 이명헌 그거대로 열받음. 지금 할 수 있으면서도 안하나. 아님 사람 일부러 놀리나싶은. 오케면 지휘자 기준이니까 싸움이 도중에 연장되지는 않는데, 합주 속 쁘띠로 둘 붙여두면 살얼음판 되는 거임.
명헌이 지 독주회에 태섭이랑 듀엣곡 프로그램으로 하나 넣음. 송태섭, 제안 받고 얼떨떨함. 도대체 이 인간이 왜? 내 연주 싫어하는거 아니었어? 거절해도 되는데 괜히 지는 것 같잖아. 그건 싫어서 오케이. 의중을 알수는 없지만 어쨌든 명헌이 주인공인 공연이니 최대한 맞춰주려함.
명헌은 바락바락 싸울 줄 알았던 애가 고분고분하게 따라와주는게 재미있어. 듀엣 잡은 것도 맨날 거슬리는 기교 연주하는 애가 어디까지 자신에게 맞춰줄지 궁금해서였는데, 꽤 하잖아. 손보지 않는 클래식 곡을 하고 싶었지만, 콘베와 피아노만 합을 맞출 수 있는 곡은 없어서 가능할 정도로 편곡함. 그런데 이명헌 일부러 콘베 깔기 빡세게 편곡 잡아둬서 연습만 끝나면 손가락 마비 올 것 같은 송. 관절염 오겠네 아오. 늘 명헌보다 일찍 연습실에 도착해 피아노로 간단한 뉴에이지나 치면서 손가락 푸는데 명헌이 그거 보면서 마음이 좀 이상하긴해.
현을 두드리는 모습은 낯서니까 그런거라는 이유나 붙이며 무시하는데, 매번 일부러 기척안내고 연습때마다 그 모습 지켜보신다. 그러다 한 날은 조용히 접근해 태섭의 손 위로 자신의 손 겹치면서 태섭이 삐끗하는 부분의 건반 짚는 법 알려주는데 탁툭콱 거대 연주머신 정말 기척1도 안내는 바람에 태섭 귀신본 듯 심장 떨어질뻔 함. 머리꼭지까지 쿵쿵 울리는 느낌에 괜히 이명헌 야림.
-난 피아노 아니니까 이런거 필요없어요
-내가 거슬려
-그럼 그렇지
어쩐일로 친절하나 했다.
악보 재생 ai 이명헌, 그래도 클래식으로만 구성하면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는 건 알고 있어서 라이트한 곡도 넣자 싶어, 영화 오슷들 몇개 추려서 태섭과의 듀엣 연습날 아닌데도 연습실 오게 만듦. 정해둔 연습 일정 말고 추가로 오라는 소리에 또 뭐가 마음에 안드는데 사람을 못부려먹어서 죽은 귀신이 어쩌고인가 생각하지만 이왕 도와주기로 한거니까-하고 저항없이 가긴 해. 연습실에 가서야 추가 연습의 내용을 알게되서 송태섭 또 어이없음. 이런건 미리 말해주면 미운털 하나 덜 박을거 아냐. 그러면서도 흥미는 있어서 꽤 열심히 곡 픽하는거 도와줌.
-이런 곡들 연주할때 무슨 생각해?
-뭔 생각을해요, 손가는대로 하는거지
명헌은 당황스러움. 오케 연습 중 좀 자유롭게 현을 짚는다 싶을 때 봤던(거슬려서 본거지만) 태섭의 표정들이 떠오름. 손가는 대로 하는 사람의 표정이 그렇다고?
-그럼 지금 해봐
-에?
-보여달라고
-하 참나
음, 얘로 되는 곡이 있으려나- 하고 악기케이스 여는데 이명헌이 피아노로 쳐보랜다. 갑자기 송태섭 손에 땀차기 시작함. 무림고수 앞에서 재주 부려야하는 송사리가 본인임. 당장은 콘베보단 피아노가 악보에 맞춰 자신도 바로 칠 수 있긴하니까 의자에 궁둥이는 붙여봄.
-실력으로 꼽주기 없기예요
-봐서
-내 전공 아니잖아요 봐달라고
-내가 볼 건 연주가 아니라서
그럼 뭘 본다는건데.. 곡 고르다가 쳐보라는 사람이 연주말고 볼게 뭐 있담. 감 1도 안오는 태섭임. 입 삐죽 한번 해주시고 좀 전에 이야기하면서 받았던 악보들 뒤적거림.
-아 이거 내가 좋아하는 곡, 나름 유명하기도 하고. 보컬라인 바이올린으로 채워도 좋을 것 같아요. 바이올린 섭외해서 해봐요.
봐달라고 설설긴(아님) 사람치곤 바로 가볍게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고 태섭의 표정이 잘 보이는 피아노 옆쪽으로 자리를 잡은 명헌은 다시 한번 당황할 듯. 그러니까 정말 아무 생각없는거 맞냐고.
Flashlight.
송태섭, 너가 만난 빛은 어떤거야..?
살짝 눈을 내리 깐 태섭의 건반 위 시선이 반짝하고 틔어지는 눈동자로 변해 악보로 올라가고, 외우는 부분인지 닫히는 눈꺼풀, 입가에 설핏 번지는 미소. 그러다 손가락 삐끗. 으앗. 그래도 멈추지 않는 연주에 명헌도 어느새 태섭의 미소를 따라 입꼬리가 옅게 선을 달리하고 있었음.
-멜로디 해볼래? 보컬라인 피아노
-나랑? 악보 많이 수정해야할 껄요 콘베라
-내가 할게
-내 손가락 또 얼마나 일시키려고요
-이 곡 고쳐봤자 그렇게 안 빡센거 알잖아, 그 정도도 못할 실력은 아니고
-?? 갑자기 착해져서 적응안되네
-그럼 싸울까?
-됐네요 우리가 언제 판 깔고 싸웠나
이렇게 좀 편해지고 친해졌다 싶으면서도 오케 연습때는 둘이 서로 야리고 째리고 난리남. 지휘 사인 못봤냐, 아니 본대로 들어갔다, 그정도면 박치아니냐 하면서 쉬는 시간 땡하자마자 으르렁거림. 남들 못쉬게 하지 말고 나가서 싸우라고 연습실에서 쫓겨나면서도 절대 양보도 없음. 정작 합주의 결과물은 좋다 소리를 듣고 있음에도.
-연주할 때 표정 안풀어?
-그쪽 표정이나 풀어요
-아무생각 안한다며
-아무생각 없는 표정일 수도 있죠
그렇게 자판기까지 같이 감. 자연스럽게 손 먼저 뻗는 인간이 상대방 것도 알아서 뽑아주고, 음료 죽죽 빨면서 싸움. 하지만 오케에서 틱택 다해놓고 같은 날 저녁에 독주회 연습해도 감정을 끌고 오지 않는다는 점이 서로에게 연주자로서 플러스 포인트임. 태섭이 잘 따라와주었기에 둘의 연습은 문제랄 것도 없이 평온하게 흘러갔음.
명헌의 독주회날 대기실에서 프로그램 북 훑으며 차례 기다리는 태섭, 사실 긴장은 많이 됨. 자신에게 시선이 꽂힐 성격의 무대는 서본적이 많이 없는걸. 오케는 수십이 함께 하는거고, 지인끼리 트리오 콰르텟을 한다해도 콘베가 끼는 일은 드물고, 있어도 교내에서 했던 작은 이벤트 정도였으니까.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될거라 마음을 다잡고 무대에 올랐건만, 연주 시작부터 명헌이 힘으로 도발해서 콘베 묻힐 위기감 느낌. 저 사람 정석대로 하는 사람 아니었어? 앞 순서의 다른 사람들과 한 중주에선 안 이랬잖아. 명헌쪽 잠시 흘기고 죽자사자 연주해 겨우 밸런스 맞춰 무대를 마쳤음. 그냥 해도 손가락 떨리는 곡인데 이렇게 부려먹어. 대기실로 걸으며 연신 손을 주물렀음. 명헌의 장난에 괘씸함을 느낀 태섭. 이따 오슷 듀엣할 때 배로 갚아줘야함. 어차피 정석 연주 필요 없는 환기용 곡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명헌은 감정을 실어야하는 곡에 약하다는 걸 연습하면서 알았으니 복수엔 딱임.
그랜드 피아노 앞 객석쪽으로 놓인 연주용 의자에 앉으면 의자의 높이차로 태섭이 명헌보다 커짐. 약속한대로라면 악기를 객석을 향하게 했어야 했지만 태섭은 명헌의 방향으로 약간 틀어 자리를 잡았음. 잠시 태섭을 바라보던 명헌은 그 돌발행동을 따로 정정하진 않았음.
태섭이 묵직하게 라인을 깔기 시작하는데 첫음부터 명헌은 연습과는 다른 걸 느끼고 웃음을 내비칠 수 밖에 없었음. 아까전에 자신이 했던 장난을 되갚아준다는 건 너무 티나. 아깐 자신을 따라오게 해야했다면 이젠 자신이 그래야할 차례였음. 연습실에서 피아노로 연주를 하던 그 표정. 건반을, 악보를, 그리고 저를 쳐다보던 표정. 그땐 명헌이 서서 태섭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시선을 위로 올려 바라봐야했음. 내려다 볼땐 내리깔린 눈매의 아래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달라.
뭔 생각을해요, 손가는대로 하는거지
명헌은 그 말 뜻을 이제야 알것 같았음. 생각을 하는 순간 연주는 자유로움을 송태섭다움을 잃는다. 그 눈과 입꼬리에 담긴 건 음을 대하는 태섭의 감정이었음을. 태섭이 웃는듯 눈꼬리가 내려가고 다시 눈을 맞춰오다 활을 힘있게 움직이면 명헌은 거기에 홀린듯 건반을 누를 수 밖에. 연습된 타이밍이 아닌 태섭의 연주에 이끌려 태섭의 활이 정한 타이밍에. 따라가줘야 한다는 건 없어, 그저 끌려가는 이명헌이 있었을 뿐.
태섭이 보는 빛이 저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다가 결국 본인이 보는 빛이 태섭임을 깨달았음. 마지막 건반이 눌리고 관객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맞추다 명헌의 촉촉한 눈망울에 태섭이 덜컥 놀라겠지. 착각인가, 아냐.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눈을 손바닥으로 한번 꾹 눌렀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놀라버린 무대 후 오케 연습때도 왁왁거리는 것 없이 묵묵히 연습만하고 명헌을 피해다니는 태섭과 그런 태섭의 행동을 알면서도 무신경한 척 구는 명헌의 줄타기가 보고 싶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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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light은 영화 pitch perfect2의 삽입곡이에요. 이 썰 쓸때 사무실에 혼자였어서 이노래저노래 틀어두고 있다가 마침 흘러나오는데 이걸 써야겠네 -하고 썰에 냅다 집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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