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도

모르겠음

가지 않은 길

론도 by 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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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군가는 음악이라고 답할 것이었다. 길거리에서도 울려퍼지는 노랫소리가 사치스러워 봤자라고 답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단장은 그것들을 비웃었다. 문학은 글로서 남고, 미술은 존재로 남지만 음악은 음악가가 연주를 그친 순간 끝나버린다. 그 연주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도, 다시 들을수도 없는 오직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주제에 음악가를 그 순간을 연주하기 위해 셀 수 없이 긴 시간을 쓰고, 셈하기도 어려운 재화를 소비한다. 그것을 계산 해본다면 음악만큼 사치스러운 예술이 어디 있을까. 단장이 비행선을 훔친 후 가장 먼저 들인 단원이 음악가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유망한 궁중음악가의 삶이었다. 내가 한 연주를 듣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돈을 내어놓고, 심지어는 명령을 하기도 했다. 어려울 것 없는 일이지 않은가. 내가 긋는 현의 소리 한번에 부는 피리 소리 한번에 사람들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고 즐거운 일이었다. 다만 이것을 너무 오래 했던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라는 것에 질려버린 것인가 언제부턴가 즐거움보다는 지루함이 더 커졌다. 아니 지루함보다는 무뎌졌다는 것에 가깝나? 중요한 것은 어찌해도 과거와 같은 희열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늘상 초대받던 지루한 연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스스로를 기예단의 단장이라고 호칭하는 남자는 홀연히 연회장의 한가운데 나타나 그 누구도 보여준 적이 없던 신비한 기예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눈과 귀를 빼앗았다. 그리고 그 기예의 끝과 동시에 남자는 인사하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트와일라잇 트루프의 공연에 와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이 공연에 대한 보답으로 저는 이 연회장에서 가장 값비싼 것을 공연료로 받아가겠습니다.”

그 말을 한 단장은 뚜벅뚜벅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내 손을 잡고는 다시금 큰 소리로 외쳤다.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을 저를 위해 연주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수많은 보석과, 사람들 그 사이에서 남자는 나를 꼽았다. 사치? 물론 겸소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치와 가까운 삶을 살지는 않았던 나를 어째서 남자는 데려가려는 것일까?

“현에서 활을 떼면, 피리에서 입을 떼면 사라져버리는 것이 음악인데 어찌 사치스럽지 않을까요?”

기이한 남자였다. 그렇기에, 저 남자를 따라가면 내 지루함도 사라지지 않을까? 아니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남자의 손을 잡았고 스스로 단원이 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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