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키家]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그니스도 탄생시킨 유사쿠라면 할 수 있어

*행복차원 브

*캐붕 개인캐해석 날조 급전개 퇴고안함 기타등등 주의!!!!!!

*어느 정도는 실화 기반(제 얘기임

*로봇삐가 쿠사나기를 어떻게 부르는 지를 모르겠습니다...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언제나 실례가 많습니다. 이건 이번에 들어온 방울토마토 키트인데, 괜찮으시다면 쿠사나기 씨도 한번 키워보세요.”

화분, 받침대, 배양토, 씨앗.

자주 핫도그를 사러 들르는 손님이 건네 준 방울토마토 키트는 딱 봐도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뭔가 식물을 키우는 일을 하시는 거려나. 어쨌거나 자신은 당장 진을 돌보는 것 만으로도 바빴다. 소중한 동생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은근히 손이 갔다. 그것이 참을 수 없이 기쁜 것이지만.

그렇다면 이 키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있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이런 걸 건네주면 좋아할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런고로 유사쿠, 부탁한다.”

“에?”

“방울토마토!! 신난다!!!”

“어쩔 수 없네~ 바쁜 쿠사나기를 대신해서 이 Ai님이 훌륭하게 키워줄게.”

“잠깐 기다려,”

“주인님, 주인님, 이름은 어떻게 하시나요?”

“설마 방울토마토니까 방울, 이런 건 아니겠지?”

유사쿠가 저를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냥 하하 웃으며 흘러 넘겼다. 계속 복수며 이그니스며 하는 일로 바빴던 유사쿠에게는 이런 휴식이 필요할 테다. 로봇삐는 조금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으니 분명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이 정답인 모양이었다. Ai야 눈치가 빠르니 제 의도를 알아채 준 것이겠지.

“그럼 방토로.”

“성의가 없어!!! 뭐야 그거, ‘유사쿠 2세’만큼이나 성의없는 이름이잖아. 방울토마토가 상처받아서 삐뚤어지면 어떡해??”

“닥쳐.”

…알아준 걸 거다.

별로 내키지 않아 보였지만 유사쿠는 결국 키트를 싸들고 돌아갔다. 은근히 정이 많은 녀석이니 Ai와 로봇삐가 이렇게까지 키우고 싶어하는 걸 무시하지 못한 거겠지. 그럴 거라 생각하고 셋이 모여있을 때 권한 거였지만. 좀 해탈한 것처럼 보이던 유사쿠의 표정을 생각하니 약간 미안한 감정이 솟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식물 키우기는 유명한 테라피 방법 중 하나기도 하니까. 나중에 열매가 맺히면 자랑해 달라고 했으니 앞으로는 기다릴 일만 남았다. 아무렴 고성능 인공지능이 둘이나 붙어있는데 풍년이겠지.

그 뒤로는 솔직히 거의 잊고 있었다. 유사쿠가 어련히 잘 키우겠지 한 것도 있고 진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미 제 손을 떠난 씨앗에 대해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미묘한 얼굴로 찾아온 후지키 일가가 건네준 공책에 <방울토마토 성장 일지>라 써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키우라고 줬었지, 하고.

“일지까지 쓴 거야?”

“Ai랑 로봇삐가 하도 성화여서…”

“그래서, 잘 키웠어? 너희라면 분명 잘 키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사쿠의 얼굴이 더 미묘해졌다. 묘하게 조용한 Ai와 로봇삐의 표정도 미묘했다. 설마, 죽인 건 아니겠지? 단숨에 머리 끝까지 긴장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힐링하라고 준 키트인데 어쩌면 정반대의 결과가 났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노트를 쥔 손에 절로 땀이 났다.

“일단, 당신이 준 키트니까 성장과정 정도는 봐둬야 할 것 같아서. 먼저 읽어줬으면 해.”

“어, 어…그래.”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노트를 넘겼다.

이하는 내가 읽은 일지의 내용이다.


<1일 차>

쿠사나기 씨에게서 방울토마토 키트를 받았다. Ai와 로봇삐가 일지도 쓰자고 해서 이 일지를 작성한다. 관찰 개체는 다음과 같다

《식물계 속씨식물문 쌍떡잎식물강 통화식물목 가지과 한해살이풀 방울토마토》

학명: Solanum lycopersicum var. cerasiforme

원산지: 페루,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그리고 볼리비아의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남미 안데스산맥 태평양 쪽의 좁고 길게 형성된 산악 지대

특징: 높이는 1m 안팎, 7~9월에 열매가 익음. 열매 크기는 높이 2.8~5㎝, 지름 2.5~4.8㎝. 무게는 최소 15g에서 최대 50g이지만, 대개 20~25g. 빛깔은 붉은색, 짙은 붉은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생김새는 대부분 둥근 꼴.

다행히 지금은 6월이라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키트에 포함된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 놓았다.

(사진)

Ai가 방울토마토를 기르는 방법에 대한 자료수집을 완료했으니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일단 쿠사나기 씨에게 받은 것이니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Ai와 로봇삐가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했으니 대부분 이 녀석들이 담당해 키울 것이다. 관찰 개체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시 추가 기입할 예정.

-너무 삭막하잖아! 좀 더 애정을 담아서 쓰라고 설마 계속 이런 식으로 쓰는 거야?

-주인님, 이름은요?


<8일 차>

싹이 올라왔다.

(사진)

화분 크기에 비해 싹이 올라온 개체가 많아 후에 분갈이를 하며 솎아내야 할 성 싶다.

물주기는 주로 로봇삐가 담당하고 있다. 본래 가사로봇인 탓인지 이런 면에서는 가장 믿을 만 하다. Ai는 물을 지나치게 줘서 씨앗을 썩게 할 뻔한 이후로 로봇삐에게 물 주기 금지 명령을 받았다.

다음은 당시의 기록이다.

로봇삐: 형님!!! 뭐하시는 거예요!!!!!

Ai: 아, 아니, 그냥 물 주려고…

로봇삐: 물을 이렇게 많이 주시면 어떡해요! 형님은 앞으로 물 주기 금지!!

Ai: 그런 게 어딨어! 키우는 법 조사한 건 난데?!

로봇삐: ‘물주기는 형님에게는 금지된 행동입니다.’

Ai: 너 전부터 할 말 없으면 자꾸만 양산형 AI처럼 말한다?

이론을 알아도 행하는 건 별개라는 것을 깨달았다. Ai에게는 앞으로도 섬세한 일은 맡기지 않을 예정이다.

-나도 물주고 싶어 유사쿠우우….

-’물주기는 금지 행동입니다.’ 주인님, 이름은요?


<19일 차>

생각보다 싹이 너무 잘 자랐다.

(사진)

화분이 너무 작아서 분갈이를 하기로 했다. 화분을 사오라고 Ai와 로봇삐를 보냈더니 지나치게 큰 화분을 사온 탓에 더 이상 집안에서 키우는 게 힘들어졌다.

준비물: 망사, 마사토, 배양토, 화분, 삽

진행 과정

망사를 잘라 새 화분 아래에 깐다.화분의 1/3 지점까지 마사토를 깐다.마사토와 배양토를 적절히 섞어 올린다.배양토를 덮는다.이전의 화분에서 모종을 옮겨 심는다.

위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차피 앞으로는 집 밖에서 키울 예정이라 밖에서 진행했다. 새 화분 밑 준비는 Ai와 로봇삐가 하고, 모종 옮기는 일은 내가 맡았다. 어느 정도 수를 줄일 생각이었는데 기를 쓰고 말리는 탓에 결국 솎아내지 않고 전부 옮겨 심었다. 총 13뿌리가 나왔다.

(사진)

화분이 워낙 큰 탓에 넉넉히 거리를 두고 전부 심는 게 가능해서 다행이다. 더 이상 분갈이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수가 많다는 이유로 죽이는 건 불쌍하잖아, 유사쿠는 식물의 마음을 몰라! 냉혈한! 그리고 화분 고른 건 내 센스였는데 어때? 완벽한 선택이었지? 그리고 슬슬 이름을 지어주는 건 어때?

-분갈이 재밌었어요! 밖에서 키우면 주인님의 활동량도 느니까 일석이조라구요. 주인님, 이름은요?


<25일 차>

로봇삐가 며칠 내내 주변을 빙빙 돌면서 이름을 짓자고 성화여서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이름을 13개나 짓는 건 귀찮고 번거로우니 하나로 통일하기로 합의를 봤다. 각자 이름 후보를 2개씩 제안하기로 했다.

이하는 각자가 제안한 이름 후보군이다.

-방토(너무 성의없어!/싫어요오)

-방울(그렇게 이름 짓는 게 싫어?/저 삐질거에요)

-유사쿠쨩과 Ai쨩의 사랑의 결실♡(길어/형님 저는요?!)

-슈퍼울트라하이퍼엘레강트토마토@이그니스터(진심이야?/구려요)

-식물기괴 토마토드래곤(카드?/드래곤요소는 어디에 있는 거야?)

-방울생명체 토마루(그만둬/그만둬)

방울삐로 합의봤다.

(사진)

이름표는 Ai와 로봇삐가 꾸며서 붙였다.

-그래도 역시 내가 제안한 이름이 가장 멋져

-저랑 형제!! 너무 좋은 이름 같아요 맘에 들어요


<32일 차>

자고 일어났더니 뿌리가 4개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Ai가 주변 CCTV를 해킹한 결과 밤 사이 새들이 뜯어먹었다고 전해줬다. 로봇삐가 “새들을 전부 추적해서 죄를 물을 거예요.”하고 화내는 것을 말리느라 곤란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어서 남은 뿌리라도 아껴주기로 했다. 미안, 쿠사나기 씨. 기껏 맡겨준 건데.

-미안해, 쿠사나기

-미안해요……


<41일 차>

Ai가 곁가지를 쳐주면 더 빨리 자란다고 해서 자르기로 했다. 로봇삐와 Ai가 두 뿌리씩 맡았다. SOLtis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면 이런 것도 가능한건가. 미동도 없이 정밀하게 필요한 정도만 잘라내는 걸 보면서 새삼 이 녀석들이 인공지능이라는 걸 오랜만에 자각했다. Ai녀석, 이렇게 정밀하게 행동할 수 있으면서 처음에 왜 물을 잔뜩 준 거지.

(사진)

제법 깔끔해졌다.

-Ai쨩은 하려면 할 수 있는 아이라구용~

-그래도 물은 못 주게 할 거예요


<55일 차>

꽃봉오리가 맺혔다.

(사진) (사진)

Ai와 로봇삐가 오늘 날짜를 달력에 표기하고 기념일로 삼기로 했다. 꽃이 핀 날로 하는 편이 낫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거랑 이거는 별개라면서 화냈다. 영문을 모르겠다.

뿌리 중 하나는 꽃봉오리를 맺지 못했다. 유독 햇빛을 받지 못한 건지 비실비실한 개체라 로봇삐가 걱정하고 있다. 영양제를 사서 놓기로 했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는 느낌이네

-방울삐를 전부 훌륭하게 키울 거에요!


<64일 차>

꽃이 폈다. 세 뿌리에만.

(사진) (사진) (사진)

로봇삐가 조금 침울해보이는 게 걱정이다.

남은 뿌리는 전부 훌륭하게 꽃을 피워냈다. 생각보다 더 건강해 보인다. 영양제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됐던 걸지도 모르겠다. Ai가 인공지능에게 이정도는 껌이라고 으스대길래 가만히 화분의 빈 공간을 바라보았더니 그건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며 화냈다. 딱히 뭐라 하는 건 아니었는데.

꽃이 지면 곧 열매가 열릴 것이다. 쿠사나기 씨에게 결실을 보여줄 날이 머지 않았다.

로봇삐는 저녁 즈음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두근두근하네

-별로 그렇게까지 침울해하지는 않았거든요!


<77일 차>

왜?


일지는 여기서 끝났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서 유사쿠를 처다봤다. 유사쿠는 여전히 미묘한 표정이었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을거다.

“그래서…어떻게 된 거야?”

“로봇삐.”

유사쿠가 가만히 로봇삐를 불렀다. 로봇삐가 종종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이제 보니 계속 주먹을 쥐고 있었다. 무릎을 굽히고 손을 내밀자 로봇삐가 손에 쥔 것을 내 손 위에 올려줬다.

“…방울토마토네.”

방울토마토였다. 일지대로라면, 아마 방울삐일.

“근데 왜…3알 뿐인 거야?”

손 안에서 굴러다니는 방울토마토는 3알 뿐이었다. 혹시 또 새에게 습격 당하기라도 한 건가, 걱정되어 물어보자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유사쿠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냥 3알 만 열렸는데.”

“그냥?!”

“주변 CCTV를 죄다 해킹해본 결과 딱히 누가 뜯어간 것도 아닌데 저거만 열렸어. Ai쨩 이해불능.”

“꽃은 훨씬 더 많이 폈는데 이상해요. 쿠사나기 씨가 이상한 씨앗 준 거 아니죠??”

로봇삐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에 최선을 다해 해명했다. 내가 직접 준비한 건 아니라지만 감사의 표시로 불량 씨앗을 주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있다면 위험하지.

어쨌든 이걸로 일지의 마지막 부분을 이해했다. 이건 정말 “왜?”다.

“진짜 열심히 키웠는데…”

로봇삐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유사쿠도 Ai도 얼굴 낯이 좋지 않다. 손 안의 방울삐들을 굴리다가 다른 손으로 로봇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로봇삐, 고개 들어 봐.”

유사쿠나 Ai가 아니면 위에서 남이 함부로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로봇삐가 오늘은 얌전하기만 하다. 동그란 정수리를 보다가 가볍게 딱밤을 날렸다. 당연하지만 내 손만 아팠다. 무슨 멍청한 짓을 하냐는 표정으로 드디어 고개를 든 로봇삐에게 방울삐를 하나 건넸다. 유사쿠와 Ai에게도 하나씩 넘겼다.

“열매가 많이 안 열린 게 어때서? 처음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열매를 수확한 것 만으로도 대성공이라고.”

딱히 반드시 열매를 많이 맺어오라고 강제를 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다고 문제가 생기는 일도 아니다.

“정말 훌륭하게 키워냈구나, 너희. 방울삐를 소중히 키워줘서 고맙다.”

양손이 다 비었겠다, 내친 김에 유사쿠와 Ai의 머리를 끌어안고 냅다 쓰다듬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얌전히 품에 안긴 녀석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뭐 어떤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을. 처음인데. 이내 로봇삐가 “치사해요! 저도!” 하면서 가운데에 낑겨 들어왔다. 한쪽에서 작게 바람 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렇네. 처음이니까.”

방울삐들은 Ai와 로봇삐가 자신들 몫까지 유사쿠에게 넘겼기 때문에 녀석의 입에만 들어갔다. 나중에 가게에 들렸을 때 어떤 맛이었냐고 물었더니, 유사쿠가 조금 장난스레 웃었다.

“비밀이야.”

“그런가, 비밀인가~ 그건 어쩔 수 없네.”

멀리서 Ai와 로봇삐가 유사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다같이 해바라기 키트를 사러 간다고 했다. 나는 차량 밖으로 상반신을 기대고, 떠나는 유사쿠를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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