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단상斷想

이제는 2023년입니다(이제는 2024년입니다)

*2023 해피 뉴 이어~~~

*언제나의 VRAINS 네타에 주의

*캐붕 개인캐해석 날조 급전개 퇴고안함 기타등등 주의!!!!!!


링크 브레인즈의 연말은 떠들썩하다.

링크 브레인즈의 광장은 기념일마다 분위기가 바뀌는데, 할로윈이라면 으스스한 유령과 과자 장식을, 크리스마스라면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으로 꾸며두는 식이다. 연말인 오늘은 거대한 제야의 종이 놓여있었다. SOL측에서 신년 특별 불꽃놀이 또한 준비했다는 말에 광장에 놓인 거대한 제야의 종 주변에 몰려든 유저들은 제각기 친한 지인과 얘기를 나누거나 공간을 확보해 듀얼을 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현실 시간에 맞춰 어두컴컴해진 링크 브레인즈는 대신 불빛을 띄워 화려한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언노운은 어두운 골목에 기대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시기의 링크 브레인즈는 광장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유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버를 관리하는 인력도 전부 광장에 집중하는 지금, 링크 브레인즈의 골목 구석구석은 숨어들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언노운 역시 숨어든 자들 중 하나다. 그는 연말의 혼잡함을 틈타 사고를 치려는 하노이의 기사를 오늘 하루에만 두 자릿수 가량 목격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깔짝이는 녀석들 치고 거물은 없는 법이다. 들인 수고에 비해 수확은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그나마 아침부터 골목을 싹 뒤진 보람은 있는지, 그도 아니면 그들도 광장에 섞여 연말을 보내는 것인지, 더 이상 수상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밤이 될 때까지 듀얼을 계속하는 것은 아무리 언노운이라도 힘든 일이었기에 다행인 일이었다. 덕분에 그도 골목 구석에서나마 연말의 축제를 즐기는 광장을 느긋이 바라볼 수 있었다.

늘 바쁘게 복수만을 좇아 살고 있지만 그라고 1년 365일 내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지치면 쉬고, 가끔은 그만두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언노운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것은 오로지 진실을 알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6살 이후로 세상에서 단절된 그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스트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축제를 즐기며 빛 속에 있을 때, 자신만이 어두운 골목에서 그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는. 아무리 그라도 조금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오늘처럼 아무 수확이 없던 날이라면 더더욱.

로스트 사건의 진상에 다다르는 일은 정말이지 지난한 일이다. 대부분의 하노이의 기사들은 그러한 사건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잔챙이들이고, 그는 사건의 뒷배가 누구인지 제대로 된 윤곽조차 잡지 못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서 영원히 헤매는 듯한 기분이다. 평생 이 어두운 골목에서 빠져나갈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관마저 든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되새기곤 했다.

첫째,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의 진상을 알고 싶어.

둘째,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도와준 ‘그 아이’를 찾아내고 싶어.

셋째, 나는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반드시 미래로 나아갈 거야.

이 3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그는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는 안된다.

멀리서 카운트 다운의 함성이 들려온다. 수많은 군중이 이뤄내는 소리의 파동은 현장에 속해있지 않은 언노운에게도 술렁임을 전한다.

3, 2, 1.

제야의 종이 울린다.

새해를 알리는 종 소리가 울려퍼지는 링크 브레인즈에서, 언노운의 시선은 그저 눈앞에 뜬 푸른 메세지 창에 박혀있었다.

[해피 뉴 이어. 올해도 잘 부탁할게.]

발송자 명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메세지. 수상한 메세지임에 틀림없지만, 그는 ‘이름 없는’ 유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실체를 가지지 않는 메세지 창을 쓸듯이 어루만지는 언노운의 뒤로 폭죽이 날아오른다. 형형색색의 폭죽에 유저들이 흥분하며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소란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메세지에만 집중했다.

적어도 한 명 정도, 뜻을 같이 할 동료가 있다는 것은 제법 마음이 가벼워지는 일이다.

그는 짧은 답장을 남겨주고는, 잠시 불빛이 환한 광장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새해가 밝아온다. 그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이윽고 골목에서 언노운의 형체가 사라진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서.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