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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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일날 멋대로 축하파티 열고 생일선물을 줘 놓고는 본인 생일 되니까 입 싹 닦지 말라니. 어이가 없다. 그러고는 선물로 요구하는것도 참 기가막혀. 남들처럼 날 모자라고 부르면 되지 왜 나를 부르는 호칭을 만들겠다는거야? 더 웃긴건 호칭 후보 리스트를 뽑아왔다는거야. 뭐 뽀삐? 내가 개냐? 네 센스보니까 글러먹어서 다 못써먹겠고 대충 ...이라고 불러.
작은 쿠사나리 화신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방랑자를 아카데미아로 보내곤 하였다 방랑자는 귀찮지만 퉁명스러운 소리를 한번 내뱉고는 시키는대로 곧잘 따르긴 하였다 어느날은 심부름을 끝내고 툴툴거리며 작은 쿠사나리 화신에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문을 열려는 찰나 방안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와 방랑자는 멈칫했다 ‘뭐지? 오늘 무슨 회의라도 있나?’ 문을 열어 살
세토스 앞에서는 다들 침묵하였지만 사실 방랑자의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나이든 사람들은 방랑자를 두고 늙지않는걸 보니 무언가 저주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세토스 옆에 있는 방랑자의 모습을 두고 조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토스의 측근들은 방랑자의 존재를 아니꼽게 생각하였다 그걸 다 알고도 방랑자는 묵묵히 세토스의 일을 처리할 뿐이었다 “
방랑자는 사람많고 떠들썩한 곳을 가야만 한다면 구석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않고 조용히 있는것을 택하는 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술집 구석에서 조용히 물만 들이키고 있는 방랑자는 술에 취해 널부러진 사람들을 보며 한심하게 생각했다 ‘아카데미아 인간들이라는게 이렇게 술퍼마시고 노는거에 정신이 팔렸다니.. 아카데미아의 미래가 참 안타깝네’ 작은 쿠사나리 화신이
세토스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별걸 다 알게되었다 세토스를 처음 만날때부터 수상하더니 이런 철없어보이는 놈이 무려 한 무리의 수장이란다 그 무리가 뭐하는 곳인진 모르겠고 암튼 세토스처럼 자유분방한 사람이 수메르 밖을 못나가는것도 그런 배경때문인것같다 굳이 알고싶지 않았는데 이걸 왜 나에게 말하는건지도 모르겠고 그걸 또 비밀로 해달라니 나 참 어이없
어떻게 된 일인지 수메르 안에서는 세토스를 피할수가 없었다 그래 일단 사람은 밝은것 같고 친화력은 있어보인다 근데 나에게 친화력을 발휘하진 말았으면 좋겠다고 방랑자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세토스는 자꾸 방랑자에게 이상한 질문을 해댔기 때문이다 “ 어이 모자! 오늘도 마주쳤네! 이정도면 완전 운명인가봐! 아참 그나저나 내가 어제 물어본거 답변은 생각해왔어?”
세토스가 누워만 지내게 된지 몇달이 지났다 세토스는 이미 후계자를 정했고 실질적인 업무는 그 후계자가 하고있었다 방랑자는 세토스의 대리인 업무를 그만두었다 방랑자는 그동안 침묵의 신전 사람들이 세토스때문에 대놓고 말을 못했을뿐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잘된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빈시간동안 세토스를 보러오거나 한가하게 돌아다니곤 했다 어느 햇
방랑자는 세토스의 대변자로서 나히다를 주기적으로 만나곤 했다 세토스가 침묵의 신전의 수장이 되면서 아카데미아와 손을 잡게 된 이례로 이런 만남은 계속 이어져왔다 “학술논문도 쓰면서 세토스 대신 이런일까지 하면 힘들진 않아?” “뭐 그 대신 잡생각을 안하게 되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기도..” 방랑자는 세토스와 관련된 업무를 빼곤 하루 일과를 대부분 논문쓰
“ 모자 네가 인론파의 유명인사라며? 듣자하니 너를 찬양하는 사람이 반,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반인가 보더라고! 그래도 사람들이 네 글을 보며 열을 올리며 토론하는걸 보니 진짜 대단하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방랑자는 일단 대꾸하지 않았다 세토스라는 녹색 눈의 소년은 왜 자꾸 들러붙으며 자기 말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고 듣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정보와
방랑자는 왜 본인이 모래바람을 뒤집어쓰며 도금여단에게 쫓기고있는지 전혀 이해할수가없었다 "젠장 그러게 멍청한 짓좀 하지 말랬잖아!“ 날아가는 방랑자를 여유롭게 따라오며 달리는 세토스는 오히려 즐기는 듯한 태도였다 도금여단을 의도치않게 도발한 사고를 친 세토스 놈은 신났다는듯이 달리고 있으니 방랑자의 속을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평소같으면 직접 손으로 다 처리
세토스의 장례식을 위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바문 옆에 세토스의 무덤이 만들어졌어야한다 하지만 세토스는 유언장에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여 사무드라 해안에 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세토스가 그런 유언을 남긴 이유를 아는 사람은 장례식장에 없었다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장소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다 나무그늘 사이로 숨은 자는 세토스의 의도
“언제까지 내 맘대로 살 순 없으니까” 방랑자는 세토스가 평범한 수메르 백성의 삶을 포기하고 침묵의 신전 수장으로서 살겠다는 결심을 무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그걸 굳이 왜 나에게 물어? 이미 혼자 결론까지 내렸으면서” “내 인생의 전환점이니 친구가 같이 고민해주면 마음이 훨씬 편하지” 방랑자는 귀찮은 태도로 무시를 했지만 세토스의 말에
방랑자는 장례식이 끝나고 세토스의 방으로 돌아왔다. 세토스의 물건들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세토스의 방은 누가 청소를 하게될지, 누가 사용하게 될지 방랑자는 몰랐다. 그는 세토스의 가까운 친구였지만 침묵의 신전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런 사실들을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세토스는 사라졌고 이 곳에 더이상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