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2차 창작

빅토르 위고 구려!

뮤지컬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웃는 남자 콜라보.

*뮤지컬 애비뉴 큐의 넘버, It's sucks to be me에 기반합니다. 번안이 아닙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씨발! 빅토르 위고 구려!


(15세기, 17세기, 19세기의 프랑스 건축물이 뒤섞인 어느 거리. 배경 뒤로는 거대한 장미창을 가진 성당이 있다. 집들은 모두 낡았고, 비틀려져 있으며, 불안정하게 서 있는 것처럼 지어졌지만. 밝은 색의 벽과 지붕, 말끔한 주변 꾸밈을 가졌다. 한편에 널부러진 피 묻은 프랑스 국기와 교수대와 쌍둥이처럼 서 있는 단두대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멋진 동네다. 배경음으로는 병자들의 기침 소리와 산뜻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콰지모도, 집 문을 열고 등장한다. 반대편 무대에서 에포닌, 걸어 나온다.) 

에포닌 : 안녕, 콰지모도! 

콰지모도 : 안녕, 에포닌! 

에포닌 : 사는 거 어때? 

콰지모도 : 실망스럽지, 뭐! 

에포닌 : 무슨 일이야? 

콰지모도 : 그게 말이지... 아니야. (몸을 돌려 얼굴을 감싼다.) 

에포닌 : (콰지모도의 등을 가볍게 톡톡 두들겨 준다.) 말해봐, 친구. 

콰지모도 : 좋아. 용기를 내 볼게.  

(콰지모도,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노래를 시작한다.) 

콰지모도 :

난 흉측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인생이 있었어.

엄격한 주인님이 계시긴 했지만, 내 종들을 아꼈고 말이야! 

그래도 내 인생 가장 큰 행운은 역시 그녀를 만난 거지만.

에포닌: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코러스)

에스메랄다!

콰지모도:

그런데 이야기가 점점 꼬이더라고.

에포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인데?

콰지모도:

이렇게까지 비참해질 이유는 없었다고.

에포닌:

그럼, 그럼.

콰지모도:

알고보니...

에포닌:

원인이 뭐야? 

콰지모도 : 

빅토르 위고 구려! 

세상에서 제일 구려. 

날 그렇게까지 불행하게 만들 이유가 대체 뭐였던 거야? 

난 꼽추에 절름발이에 흉측하고 소설 속에서는 귀머거리이기까지 한데! 

마지막에는 내 사랑도 주인님도 종도 전부 없이

백골만 남았단 말이야.

빅토르 위고 구려! 

(콰지모도, 다시 얼굴을 감싸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넘버 "벨"의 한 구절을 흥얼거린다. 에포닌,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무대 앞으로 나선다.) 

에포닌 : 이봐, 콰지모도. 빅토르 위고가 너한테 정말 구리게 굴었다고 생각해?

콰지모도 : 내 생각엔 그래, 에포닌.

에포닌 : 그래? 내 생각은 좀 달라! 

(에포닌, 무대 가운데 서서 노래를 시작한다. 조명이 마치 넘버 "On my own"을 부를 때처럼 비춰진다.) 

에포닌: 

난 빈궁 속에서 핀 한 송이 장미꽃,

빅토르 위고가 그렇게 썼었지.

콰지모도: 

맞아. 넌 아름다워.

에포닌:

고마워!

그리고 난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빠삭한데다가,

불량배들도 겁줄 수 있을 만큼 똑똑해.

나 혼자 다 배우기에는 힘들었지만,

어쩌겠어? 난 즉흥적인 예술가에 가까운 걸!

콰지모도: 

말도 아주 잘 하고 말이야! 

에포닌: 

그런데 그런 나한테,

죽기 직전의 순간이 되어서야

내 이마에 고작 내 사랑의 키스 한번만 허용해 준 게 누구지? 

씨발! 

빅토르 위고 구려! 

콰지모도:

맞아!

에포닌:

빅토르 위고 구려! 

콰지모도: 

구려도 너무 구려! 

에포닌:

애초에 내 인생을 좀 봐.

레 미제라블 속 인물로 사는 건 너무 힘들단 말이야.

콰지모도: 

노트르담 드 파리도 마찬가지지.

에포닌, 콰지모도: 

빅토르 위고 구려!

(무대 정 가운데, 뒤틀린 건물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일곱 명의 청년들이 등장한다. 손과 손에 붉은 천, 전단지, 지도, 권총, 술병을 나누어 들고 언성을 높이는 중이다.) 

에포닌 : 아, 쟤네 또 나왔네.

콰지모도 : 친구들! 

에포닌 : 그렇게 말하면 못 들어. 야! 떨거지 아베쎄들! 

쿠르페락, 콩브페르, 졸리, 푀이, 바오렐, 레에글, 즈앙 : 뭐라고? 

에포닌 : 빅토르 위고가 누구한테 제일 구리게 군 것 같아? 

콰지모도 : 나일까, 에포닌일까? 

쿠르페락, 콩브페르, 졸리, 푀이, 바오렐, 레에글, 즈앙 : (잠시 서로를 어이없게 바라보다가 일제히 손가락으로 자신들을 가리킨다.) 우리! 

(에포닌, 콰지모도가 이마를 탁 치는 제스쳐를 취하는 사이, 일곱 명의 청년들. 노래를 시작한다.) 

쿠르페락: 

생일도 없고, 

콩브페르:

이름도 없고,

졸리:

있는 거라고는 출신지랑 두어 페이지짜리 설명! 

푀이, 바오렐, 레에글, 즈앙:

너희랑 다르게 우린 분량이 없잖아!

에포닌, 콰지모도:

그건 맞아.

바오렐:

레 미제라블 분량은 벽돌만 한데,

푀이: 

그 벽돌 사이에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얼만큼 나오게? 

레에글: 

고작 한 문장!

즈앙:

(레에글이 노래를 이어 가려 할 때 끼어든다.)

적어도 우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기는 했잖아.

쿠르페락, 졸리, 푀이, 바오렐, 레에글:

한 챕터가 네 죽음으로 이름 붙여진 사람은 좀 조용히 해 줄래? 

즈앙:

(수줍지만 어딘가 당당하게 사과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쿠르페락, 콩브페르, 졸리, 푀이, 바오렐, 레에글, 즈앙 :

(객석 앞으로 가 억울하다는 듯 어필하는 자세들로 허리를 숙여 각기 관객에게 손을 뻗으며 노래한다.)

빅토르 위고 구려! 

에포닌:

(같이 달려 나오며 뒤에 서서 함께 손을 뻗으며 화음을 얹는다.)

구려도 너무 구려!

콰지모도:

(양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에포닌과 같은 선에 서서 함께 노래한다.) 

세상에서 제일 구려! 

다함께:

빅토르 위고의 글 속에서

구린 인생을 살지 않은 인물을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졸라게 많을 거야, 아마도.

왜냐면 글을 졸라 길고 복잡하게 써대니까!

빅토르 위고 구려!

(다함께, 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무대 위를 가볍게 뛰며 객석 앞쪽에서 뒤편 세트 쪽으로 산개해 퍼진다. 무대 오른쪽의 창문에 닫힌 커튼, 열린다. 그윈플렌이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그윈플렌 : 좋은 아침, 친구들? 

쿠르페락 : 안녕, 괭플렝! 

그윈플렌 : 그윈플렌이야. 

에포닌 : 그거 앵글로색슨 식 발음 아니야? 

그윈플렌 : 난 한국 뮤지컬 출신인걸. 

콩브페르: 미안, 우리가 영국 뮤지컬 출신이라서.

콰지모도 : 괜찮아. 프랑스 뮤지컬이라고 해도 봐 줄걸. 

아베쎄, 에포닌 : 네 앞에서? 

콰지모도 : (장난스러운 웃음을 씨익 보이며 어깨를 으쓱인다.)

(그윈플렌, 집 안에서 나와 무대로 등장한다. 반갑게 모두와 악수하고, 양 옆에 졸리와 바오렐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윈플렌 : 왜들 이렇게 신이 났어. 

바오렐 : 우릴 쓴 작가가 얼마나 구리게 굴었는 토론하고 있었어. 

콰지모도 : 겸사겸사 인생 이야기도 좀 하고 말이야. 

졸리 : 위고의 인물로 사는 건 참 구리지. 

그윈플렌 :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위고가 너희한테 구리게 굴었다고? 

(그윈플렌, 양 손으로 졸리와 바오렐을 가볍게 툭, 툭, 치고 무대 중앙으로 나아간다. 마치 연설을 하는 것과 같은 자세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윈플렌:

빅토르 위고가 그랬다지?

자신의 가장 훌륭한 걸작은 바로 웃는 남자.

스스로 말하기를,

앞으로 이런 소설 다시는 써내지 못할 거라고 했다는 거야.

아베쎄, 에포닌, 콰지모도.:

아하!

그윈플렌:

그럼 뭐할 거야?

내 인생을 좀 봐.

입에 흉터를 만들어 놓고서

귀족들의 노리개 같은 인생을 살았더니

알고 보니 내가 귀족이 잃어버린 아이라네.

콰지모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그윈플렌: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뭔가 해보려고 했더니,

바뀌지도 않을 세상이나 마주하고 말이야.

그래서 다 내려 놓고 돌아갔더니,

내 사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내 삶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비참해진거지?

빅토르 위고 구려!

아베쎄, 에포닌, 콰지모도:

(팔짱을 낀 채로 그윈플렌의 노래에 맞춰 고개를 끄덕인다.)

그윈플렌:

정말, 존나, 진짜, 너무, 심각하게,

구려도 너무 구려.

아마도 위고는 별 생각 없을 걸.

죽었으니까.

모를거야,

그 눈을 뜨기 전엔!

(그윈플렌이 노래를 마치자 아베쎄, 팡테옹으로 가야 해! 하며 외치고, 에포닌, 콰지모도와 함께 제법이라는 듯 박수를 보낸다. 그윈플렌, 예의 바른 인사를 한다. 무대 뒤편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관객 1로 이름붙여진 사람이 등장한다.)

관객 1: 어, 죄송합니다. 여기가 빅토르 위고 원작 뮤지컬 거리가 맞나요? 

콰지모도 : 안녕하세요!

관객 1: 제가 볼 만한 뮤지컬을 찾고 있거든요.

그윈플렌 : 굳이 여기까지 와서요? 

에포닌 : 다른 창작 뮤지컬도 많은데 굳이? 

관객 1 : 그게요, 저는 대극장 뮤지컬이랑, 엄청나게 길고 쓸데없이 수식어도 굉장히 많은 데다가 비참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하는 악취미가 있어서요. 두 도시 이야기랑, 카라마조프의 가의 형제들 같은 거요!

푀이 : 제대로 찾아 오셨네. 

쿠르페락 : 혁명에 관심 있어요? 

관객 1 : 어, 비참한 혁명인가요?

바오렐 : 내공이 상당한데.

관객 1 : 어지간한 건 견딜 수 있어요! 

에포닌 : 여기 관리인이랑 이야기 좀 해봐요.

관객 1: 오, 고맙습니다.

에포닌 : (계단 난간을 쾅쾅 두들긴다.) 동생아! 

가브로쉬 : 나갑니다요!

(가브로쉬, 계단 위에서 발랄하게 양 손을 쭉 뻗으며 등장한다. 아베쎄, 콰지모도, 그윈플렌은 환호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낸다. 에포닌, 뿌듯하게 가브로쉬를 바라본다. 관객 1, 비명을 지른다.)

관객 1 : 어린애잖아!

가브로쉬 : 열두 살이지만 어린애는 아닙지요! 

아베쎄, 콰지모도, 그윈플렌 : 거리의 수장님이시지! 

관객 1 : 하지만 여기는 빅토르 위고의 비참한 거리인데요! 

가브로쉬 : 열두 살에게도 총을 들 권리가 있고 비참할 권리도 있어요, 관객 양반! 제대로 찾아오셨네!

(가브로쉬, 계단 난간 위에 폴짝 뛰어 올라 노래를 시작한다. 그윈플렌, 콰지모도, 에포닌, 그리고 아베쎄까지 모두 그 노래 박자에 맞춰 즐겁게 가벼운 춤을 추는데, 관객 1은 여전히 하얗게 질렸다.)

가브로쉬: 

안녕, 내 이름은 가브로쉬, 거리의 수장이지! 

애비는 사기꾼에 돈만 밝히는 수전노인데다가

엄마는 날 거리에 방치해 두고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았어!

에포닌:

떼나르디에들은 그래서 억세지.

가브로쉬:

집도 제대로 없이 코끼리 동상 안에서 자고

남의 주머니 털고 빵 부스러기나 주워 먹으면서

굶고 다니기 다반사란 말이야!

어떨 때 나랑 내 누나는 아는 척도 안 해.

알아보기는 하지만 말야.

가족 사이의 사랑 같은 거 모르는 인생이란 그런 거야!

관객 1:

(비명을 지르며) 아니, 세상에!

콰지모도, 그윈플렌, 아베쎄: 

빅토르 위고 구려!

에포닌:

구려도 너무 구려!

가브로쉬:

(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노래를 계속한다.)

 바리케이드를 세울 때 나도 거기 있었지.

화약이 빵빵 터졌지만 한 방도 안 맞았어!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시체에서 화약포를 줍다가

그대로 총 맞아서 끝장났다네!

이제 알겠지?

관객 1:

죽을 것 같아요.

가브로쉬 :

빅토르 위고 구려!

다함께:

(무대 한 가운데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힘차고 발랄하게,)

구려도 너무 구려!

이렇게까지 비참할 이유가 있나고

물어 봐도 대답이 없잖아.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야?

가브로쉬:

아무리 뒈졌다고 해도 말이야!

다함께:

빅토르 위고 구려!

하지만 재밌을 거야.

여기에는 오래된 성당과, 귀족들의 위선과,

가장 낮은 민중들의 이야기가 있으니까!

비참하기는 해도,

우리가 알아야만 할 것들이 있으니까 말이야.

세상은 엄혹하고 잔인하지만

우리의 삶이 결코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걸

관객들도 알아야만 해!

그러니 잘 찾아왔어.

빅토르 위고 뮤지컬 거리에!

(피아노 소리가 다시 경쾌하게 깔린다. 관객 1, 한 가운데 굳어 있다. 그를 제외하고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환영 인사를 건넨다.)

관객 1: 이렇게까지 비참할 이유가 있는 거에요?

그윈플렌: 데아와 제 이야기를 보러 와요. (관객 1과 악수한다.)

콰지모도: 저랑 에스메랄다 이야기도요! (다른 쪽 손에 악수를 한다.)

아베쎄: 카페 뮈쟁은 열린 문! (일곱 명의 아베쎄, 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웃는다.)

에포닌: 잘 왔어. (관객 1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가브로쉬: 여기 티켓 받으쇼! (주머니에 티켓을 쏙 넣는다.)

관객 1: (주변의 인물들을 한참 동안 둘러보다, 객석 정 중앙을 바라보며 독백하듯.) 아무래도, 이 모든 비참함을 견뎌내야 할 관객인 제 자신의 인생이 제일 구린 것 같은데요.......

인물들, 다 함께 : 그걸 이제야 알았어? 

(모든 인물들, 객석을 바라보고 환하게 웃는다. 관객 1은 끝까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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