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가 흘러내리는 밤.

빅토르 위고 식의 관능적 묘사 연습.

밤이 퍽 다정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럴 때면 연인들의 입술은 벌어진 채 달콤한 히아신스의 향기를 담게 된다. 간혹 아직 붉은 꽃을 마음속에 간직한 이들의 경우에는, 그 부드럽고 싱싱한 입술에서 유월의 장미와 함께 양귀비와 접시꽃의 색채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유혹이다. 다디단 향기와 눈을 뗄 수 없는 색을 가진 유혹. 검은 벨벳처럼 펼쳐진 밤하늘 위에 더없이 잘 어울리도록 수놓아지는 연인들의 은밀한 언어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밀월하는 젊은 연인들처럼 살아 있고, 그들이 숨죽여 서로에게 건네는 소리만큼이나 긴밀하게 떨리는 유혹. 공기가 떨려 오면, 피부와 눈빛이 함께 떨린다. 오로지 단 두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만치 미세하게. 그 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서 그 유혹을 거절할 수 있으랴. 

그래서 연인들은 손을 맞잡는다. 그것은 작은 신체 부위가 맞닿으며 느껴지는 작은 전기적 반응의 한 부분일 뿐이다. 곧 그들은, 손바닥이 아닌, 더 은밀하고 부드러우며 열린 피부로 서로를 느끼게 되면 어떨까에 대해서 상상하게 된다. 손을 잡는 행위는 호기심을 부추긴다. 만일 지금 그들이 잡은 손으로 서로를 어루만진다면, 부드러운 뺨을 쥐고서 입술을 맞댄다면, 그 아름답기 짝이 없는 손가락으로 피부 위를 짚어내리고,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연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히아신스 향기와 붉은 장미꽃잎의 색채를 온 몸으로 받아낸다면. 단 한 순간의 접촉으로 그들은 상상을 하게 된다. 손바닥과 손가락이 얽히는 행위는 일종의 비유가 되고, 그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과 언어를 내뱉는다. 접촉하는 행동이 필연적인 공명共鳴을 불러온다. 그것은 황홀한 밤의 마법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수줍게, 혹은 능숙하게 신호를 건넨다. 손바닥에서 손바닥으로. 눈과 눈으로. 흘러내리는 밤하늘의 별들이 마치 제 연인의 머리 위에 얹어진 것처럼 손을 뻗어 그 다정한 머릿결을 쓸어 보고서, 다시 한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음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를 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연인의 손을 잡아 끌고서 - 대담하게, 때로는 명확하게. - 밤바람이 차가워, 혹은, 여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하는. 그런 말을 건넨다.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그 또한 걸맞은 태도로, 막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손을 더욱 꽉 쥐고서, 혹은 느리게 떼어내고서 연인의 어깨를 감싼다. 그럴 때면 그들은 처음 합을 맞추어 보는 연주자들처럼 서툴다. 손에 쥔 뜨거움이 온 몸으로 퍼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드러낼 수 없는 밤의 베일 탓에 수줍어하는 것이다. 그들은 별빛 아래에서 밤공기로 몸을 씻고, 서로의 손은 잡고서 은밀한 장소로 들어간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기 위한 것처럼, 혹은 죄를 짓기 위한 것처럼. 

그들은 여전히 베일을 쓰고 있다. 서로가 베일을 쓰고서 보고 있는 것이다. 낮의 빛이 비추어 익숙하던 그들만의 은신처이자 침실인 공간은, 그 어둠 속에서 아프로디테가 탄생한 키프로스 섬의 바다가 된다. 푸르고, 낮은 어둠이 자리한 곳. 연인들은 서로를 흐릿하게 보기 시작한다. 아직은 어둠이 그들의 친구일 때 이기에 그들은 그 친절한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맞잡은 손바닥에 자리한 열기가 팔을 타고 오른다. 목덜미의 붉어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둠은 아직 그들의 친구이라. 그들은 서로의 살결과 숨결이 얼마나 붉어져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 더 대담할 수 있다. 지평선을 향해 뻗은 시선을 거두고서 어둠 속 흐릿한 형체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사랑을 본다. 만일 누군가가 느린 동작으로 그들이 걸친 옷을 벗어낸다면, 그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벅참에서 나온 일이라고 감히 말하리라. 숨이 차오르는 나머지, 한 손을 드는 일도 버거워지는 것이다. 밤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그들은 마치 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숨을 내뱉는다. 떨리는 손과 눈을 붙잡으려 애를 쓰면서도 그들은 천천히 키프로스 섬의 바다 그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 손을 잡은 채로. 파도치는 물결이 아니라 그들을 다정하게 감싸 오는 담요와 연인의 손길이 있는 곳으로. 마치 심연에 잠긴 것처럼 그들의 눈과 귀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부터 멀고.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럴 때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모순적인 상태에 처하게 된다. 차가운 밤과 별빛의 축복이 내려앉은 눈으로는 서로를 끊임없이 훑어내리면서, 불길이 넘실대는 입과 손으로,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닿기를 원한다. 부드러운 뒷목을 끌어안기를 원하게 된다. 손을 뻗어 가니메데처럼 아름다운 연인의 허벅지와 포도주가 떨어진다면 기꺼이 입술을 대어 마실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손바닥이 닿았을 때 상상했던 그대로의 감정과 쾌감으로 갈증을 축인다. 들이키고, 살결 위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입술 아래 연인이 부드럽게 떠는 것을 붙잡는다. 그 시간만은 그 어떤 달콤한 샘물도 연인의 살결만큼 매혹적이지 않으리. 그럴 때면 연인의 살결에는 푸르고 흰 보석들이 흘러내리듯이 차갑고, 손 끝은 상아 조각처럼 매끄러우며, 입술은 붉게 달아 오른 철이 되어 그 무엇보다 뜨겁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말을 한다. 내 입술이 이 중에서 가장 값싼 것이라, 네게 입 맞추는 나를 용서하라.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대답한다. 순례자의 입술이 아닌 네 입술이 가장 달콤했을 것이라고.

시트 위에 뉘여진 몸 위로 고개를 숙여 쉼 없이 입을 맞추는 행위는 그들에게 하나의 의식이나 다름없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간지러운 감각에 누군가는 입을 열어 제 연인의 이름을 부르리라. - 아마도 작은 탄식 같은 신음과 함께. - 그러면 입을 맞추던 이가 고개를 들고서, 침묵을 지키며 제 연인이 붉디 붉게 부른 자신의 이름을 곱씹는 것이다. 어둠은 눈치 빠르게도 자신의 자리를 내어 준 지 오래라서, 이제 그들은 그 눈을 올곧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흐릿한 베일이 걷히면 모든 것은 지나치게 명료해지기 마련이다. 목덜미, 살결 위 흩어진 입맞춤의 자국이자 갈증의 표식들, 손가락이 그리고 간 궤적들을 따라 흘러나오는 선율 같은 숨소리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보는 것으로 허락을 대신했다. 연인들은 눈동자와 눈동자로 신뢰를 증표한다. 어둠이 걷힌 그 자리에서, 느리게 끓어오르는 용광로 같으며 동시에 깃털 같은 갈증을 기어이 풀어내는 것이다.  

그럴 때면 그들은 다른 소리를 낸다. 공명하던 떨림은 신호와 말 없는 허락을 통해 그들의 육체를 타고 밤공기와 함께 유영하는 것이었다. 느리게 흘러나오는 유음流音에서부터 시작하여, 조용하고도 적막한 사이를 퍽 상냥하고 다정한 마찰음摩擦音들이 채우는 것이다. 눈을 질끈 감거나 혹은 손으로 무언가를 쥐려 허우적대는 움직임들은 더 이상 애처로움이 아니라 그저 차오르는 무언가를 토해내고 하는 움직임이 된다. 고개가 돌려지면 시선은 끈질기게 연인의 눈동자를 좇는 일이 일어난다. 히아신스의 향기처럼, 양귀비의 붉은 빛처럼 서로의 이름이 불려진다. 마침내 그 소리는 파열음破裂音이 되어 터져 나온다. 순간 숨이 턱 끝을 막게 되어 멎을 것처럼 멈추었다가, 감았던 눈을 뜨고서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혀 끝에서 터뜨려지는 것이다. 아, 하는 짧은소리와 함께. 연인들은 베일을 벗고 선 자신의 사랑을 다시 한번 마주한다. 숨이 흩어지게 되면 그들은 본능적으로 살결을 끌어안게 되는데, 그것은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비켜 버린 어둠 대신 그 빈 자리를 체온으로 채워야 한다는 욕망에서 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둠은 여전히 그들의 친구인지라, 곧 그들이 느린 손길로 서로를 더듬던 일을 멈추고 다정스레 토닥이기 시작할 때 다시 조심스레 찾아든다. 포근하고 두꺼운 별빛으로 짠 검은 담요를 그들에게 덮어 주는 것이 어둠의 일이다. 눈을 감고 잠시 잠드는 것은 연인들의 일이다. 그들은 서로 흘러내리지 않기 위해서 꽉 붙잡는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밤공기가 불어올 때면 자신들도 모르게 불렸던 이름들과 소리들과, 자신과 맞닿아 있던 살결의 움직임들을 떠올랐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은 잠시간 잠들 수밖에 없었다. 진주가 흘러내리는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그들은 어둠의 껍질 아래 자리한 두 개의 진주알처럼 서로를 끌어안고서. 희게 빛을 내며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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