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
집밥 아스타브
가내 타브 개인 설정이 있습니다(이름, 체형 등)
비승천 루트 이후 언더다크에서 함께 사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아스타리온! 아까 보니까 저 쪽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스타리온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세게 닫았다. 힘에 밀려난 창문 덕에 문고리가 덜컹거리고 창틀이 부서질 것처럼 큰 소리를 내며 한 번 튕겨나오다가 눈치껏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갔다. 왜 또 나한테만 저 난리야? 닫힌 문 너머로 밖에서 스폰 하나가 궁시렁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다가 멀어졌다. 이번이 세 번째로 아스타리온을 찾는 목소리였다.
왜 그런가 하고 물어보면 이리엘이 혼자 저쪽으로 걸어가던데, 그 옆에 웬일로 없냐는 질문이 이유였다. 그걸 제가 모를 리가 있겠냐며 아스타리온이 이를 악물고 애써 좋은 말로 꺼지라는 말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 두 번, 참다 참다 페트라스의 얼굴을 보고 창문까지 닫아 버린 게 지금이었다. 언더다크는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었으나 제 몸 만한 대검을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다 싶어 닫힌 창문으로 소리 없이 욕설을 뱉었다. 그래서 왜 저러는데? 냅둬, 싸웠나보지. 사랑 싸움에 껴서 괜한 해코지를 당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이리엘에게 특별한 일이 있거나 다른 스폰에게 귀찮은 일을 떠맡아서 붙잡힌 것도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아스타리온도 알고 있었다. 무려 황금 같은 저녁 시간에 (물론 어차피 아침과 저녁이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것도 혼자,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자신의 하나뿐인 연인이 아니던가. 그래, 낯간지러울 정도로 늘 붙어다녔던 연인이었다. 아스타리온이 유독 넓고 조용하기만 한 집을 둘러보며 이마를 짚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썹 위로 짙게 선이 잡혔다가 사라지기를 몇 번, 결국 다섯 번째 같은 문장을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작은 여느 때처럼 잠시 위에 올라갔다 오겠다며 짐을 챙기던 이리엘을 바라보며 꺼낸 말이었다. 최근 들어서 혼자 여행을 가는 일이 잦았지만 이번에는 여벌 옷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 보였다. 조금 더 오래 걸리거나, 혹은 더 멀리 가는 길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도 어디로 가는지 말 안 할 거야?"
입을 열고 나서야 기둥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모습이 제법 불만스럽게 보였을 거라는 생각이 미쳐 아차 싶은 아스타리온이 헛기침을 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바쁘게 짐을 챙기던 손이 멈칫하고 침음을 흘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확실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번에도 역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기다림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냥 물어보는 거야, 자기야. 뒷말을 덧붙인 아스타리온이 어깨를 으쓱이며 잠시 굳었던 분위기를 풀었다.
이리엘이 훌쩍 자리를 비우고 떠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다른 이유를 묻지 않고 오래 걸어야 할 신발을 손질해놓거나 남겨놓은 짧은 편지에 답장을 쓴 것도 여러 번이었다. 원체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 그 성정이 어디를 가나 싶으면서도 며칠 만에 돌아온 이리엘을 보고 있으면 아스타리온은 내심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복구된 발더스 게이트의 평탄한 길을 걸어 다닌 건 아닌 것이 분명한 다 닳은 밑창과 평소보다 늘어지게 누워 밀린 피로를 해결하겠다는 듯 잠든 얼굴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랬다.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말해줄 수 있지 않나,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디로 가서 널 찾아야 하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올 뻔한 한숨을 도로 삼켜야 했다.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체중을 실어 무게중심을 바꾸다가 바닥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서로 생각에 잠긴 사이 의도하지 않은 정적이 길어졌다. 함께 산다고 해서 쉴 틈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건 아니었고 아무런 말없이 각자의 시간에 집중하는 때가 분명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불편한 순간이 있었던가. 짙은 침묵에 조금 답답해진 아스타리온이 다시 입을 열어보려 하는 사이 분명하지 않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아마.”
“땅 위에 갈 예정이면 우리의 오랜 친구들도 볼 수 있겠네.”
“응, 만나게 되면 안부 전해야지. 그치.”
슬쩍 던진 말에 무심코 대답한 이리엘이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까 그 온갖 곳에 퍼져 있고 부름에 바로 달려올 수많은 친구들 중에서도 한 명을 만나지 않을 곳으로만 다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절대 평범한 놈들은 아니었으니 우연으로라도 한 번은 마주쳤을 법한데. 일부러 피해 다닐 일은 없으니 그런 녀석들도 가지 않을 곳에만 발을 들였을 상황이 상상되어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말해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계속 흘리듯 질문을 던져보아도 제대로 돌아오는 것이 없었으니 그저 입술을 다물었을 뿐이었다.
답답한 건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다. 무어라 말을 하려다 도로 입을 닫았고 괜히 가방 끈만 만지작거리던 손길이 투박해졌다. 어쩔 수 없이 생겨난 비밀을 말하지 않는 것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다시 대화가 끊어지고 조용하게 공기가 내려 앉았다. 아스타리온이 더는 묻지 않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이리엘이 문 옆에 걸쳐둔 겉옷을 주워들었다. 조금 걸어야겠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그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문으로 향하다 걸음이 멈췄다. 저를 따라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아스타리온에게 손을 내밀며 괜찮다는 듯 허공에 흔들었다.
“잠깐만 밖에 다녀올게. 아, 아냐. 따라오지 않아도 돼. 금방 올 거라서. 응?”
난감한 얼굴로 이리엘이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함께 가는 것도 이상하여 자연스럽게 따라가려 한 걸음을 내딛었다가 어정쩡하게 몸을 기울인 채 얼어붙었다. 어쩔 수 없이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고 나서는 다시 지금이었다. 나간 지 몇 시간이나 되었더라. 아스타리온의 시선이 한 쪽 벽에 걸린 시계에 닿았다가 붉은 눈동자가 가볍게 한 바퀴를 굴렀다. 스폰들이 꾸준히 이리엘을 보았다며 부르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이 근처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터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알고 있었고, 당연히 별일이 없을 거라고는 해도 슬슬 찾으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와, 드디어 가네. 성큼 길을 따라 나서는 뒤로 어느 스폰인지 모를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한참을 투덜거리고 한숨만 내쉬던 것을 두고 보지 못하고 튀어나온 말이었으나 혼잣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목소리였다. 너는 다녀와서 두고 보자. 아스타리온이 바쁜 걸음을 내딛으며 어두운 그림자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이리엘은 그렇지 않아도 부시시한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둥근 버섯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작게 침음을 흘렸다. 이렇게까지 아스타리온을 혼자 두고 나올 일이 아닌데. 중얼거리며 웃음기 없이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던 얼굴을 떠올리면 몇 번째일지 모를 깊은 한숨이 바닥으로 퍼져나갔다. 말을 꺼낸다고 아스타리온이 서운해 하거나 화를 낼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기분을 따라 세운 허술한 계획이 이번에는 정말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자꾸 꺼내려던 말을 붙잡아 놓지 않았다. 엉망으로 펼쳐놓은 짐과 순간 박차고 나온 집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땅 속에서도 불어오는 바람이 켜켜이 쌓여있던 생각을 날려버리는 기분이었다.
이걸 싸웠다고 해야 할까? 전투가 아니라 다툼을 겪어보는 건 정말 오래된 일이었다. 아마 마지막이 집을 나오기 전이었던가. 큰 소리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니었으며 기분이 상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말을 건네기 전에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매를 보고 있으면 애써 숨겨놓았던 것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자리에서 도망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다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남겨졌을 아스타리온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대로 훌쩍 여정을 떠나버리면 남겨진 채로 기다려야 할 텐데, 두 사람이 사는 집은 너무 넓었고 조용했다. 별 것도 아닌데 그냥 말할까, 하지 말까.
그러니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아스타리온을 눈치채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리엘, 하고 부르는 이름과 동시에 뒤에서 붙잡힌 어깨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면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눈동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 산책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뭐, 낮이나 밤이나 어두운 건 똑같긴 하지만.”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 찾느라 고생했겠네. 가자.”
툭툭 옷을 털며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 사람 치고는 너무 오래 걸린 산책이었다. 이대로 따뜻하게 잡아오는 손을 받아들이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참 망설이던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싸웠다고 말하기에는 어렵고 다퉜다고 보기에도 미적지근한 잠깐의 거리감이었다.
가볍게 이리엘을 부르면 마주 본 푸른 눈이 빠져들고 싶을 만큼 깊었다.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직접 들어가더라도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 같았으니, 굳이 알려 하지도 않았으며 파도에 무언가 밀려오듯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니 아스타리온은 눈을 굴리며 단어를 골랐고 시선이 마주할 수 있도록 몸을 낮췄다.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묻지는 않겠지만, 그걸 반대하려는 건 아니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너무 마음 쓰지 말라는 뜻이야. 길 잃은 사람처럼 그렇게 빙빙 돌아다니지도 말고.”
누구에게나 꺼내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 의미에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것이 절대 말해서는 안 될 심각한 일이거나 별것 아닌 가벼운 해프닝에 불과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아스타리온은 어제처럼 생생한 어느 날을 떠올리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그 말을 했던 사람이 숨기는 비밀이 무엇인지는 궁금하였으나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먼저 왔던 걸음을 돌렸다. 지난 시간으로 더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배웠으니.
이리엘이 땅에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나오면 애써 감추려던 마음이 종이 뒤집듯 바뀌어 버릴 뿐이었다. 우리가 따로 다닐 이유가 있던가? 처음 모든 것을 자각했을 순간에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은 아스타리온과 함께하는 미래였다. 결국 모든 것은 아스타리온을 위함이었으니, 잠시 잊고 있던 사실에 스스로를 향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도 말하고 싶었는데, 잠깐만. 들어 봐. 소매를 단단히 붙잡혀 아스타리온이 내딛던 발을 멈추고 고개를 기울였다.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이리엘이 조금은 투정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니, 분명히 존재하는 건 알겠는데 따라가면 사라지고, 찾으면 그 자리에 없고. 그래서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 ...물론 그렇다고 지금 내 손에 있다는 건 아냐. 이번에는 정말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녀온다고 한 건데... 모르겠어, 내가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나 봐.”
“자기야. 말을 할 때는 처음부터 해주겠어? 도대체 뭘 찾겠다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말에 잃어버린 목적을 찾으려 애쓰던 아스타리온이 머리를 스친 단어에 그대로 멈춰 이리엘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떠돌아다니는 여정이 아니었던 지난 몇 번의 일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숨겨야 할 만큼 관련이 있는 목적과 소문으로만 들려올 그런 물건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유를 깨달은 순간 눈이 커졌다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오, 자기야. 짧게 상대를 부르며 숨길 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깜찍하게도, 햇빛을 되찾아주려는 노력이 그동안의 비밀이었다.
“그건 분명 우리가 ‘함께’ 찾기로 했던 것 같은데?”
“놀라게 해주고 싶었거든. 그리고 네가 자리를 비우면 여기 언더다크에서 너무 큰 부분이 사라지는 거잖아.”
커진 눈에 괜히 숨겼다는 민망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볼을 손으로 감쌌다. 언젠가의 밤에 나란히 누워 속삭이듯 귓가에 말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으나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되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허리를 숙이며 아스타리온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입술 위에 닿은 서늘한 감촉이 짧게 남았다 사라지면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뜨면 여전히 웃음기가 감도는 채로 아스타리온이 눈앞에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넓다고 한들 가만히 이마를 대어오는 연인의 미소와는 바꿀 수 없었다. 햇빛 아래 찬란하게 빛나며 기쁨에 차서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이리엘은 지금 이 순간이 좋았다. 그날, 간절하게 부탁하던 목소리를 설득하여 바꿔버렸고, 아스타리온은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힘을 포기하며 그림자 속에 남을 미래를 선택했다. 그 대신 옆에 남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그려왔던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망토인지 반지인지 모를 그 장비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리엘은 잠시 감상에 젖었던 머리를 흔들어 깨우고는 아스타리온의 옷깃을 잡아 끌어 다시 입을 맞췄다. 한 사람만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어느 날의 고백처럼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스타리온을 향했다.
"그러니까 아스타리온, 다시 한번 나랑 같이 가자."
언제나처럼 예상보다 빠르고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같은 말이 상대에게서 나올 것을 알면서도 이리엘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스타리온에게서 유일하게 선제권을 가로챌 수 있는 사람의 특권이었다.
한없이 다정하고 서툰 연인의 손을 잡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찾기 어려웠다. 맞잡은 손을 놓을 리가 없었으니 손등 위로 입술을 가져가며 짧게 흔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미 약속된 일을 혼자 해내려던 일을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었다. 흥흥거리며 불만스럽게 혀를 차는 소리에 웃음이 섞여 있었다. 아스타리온이 이리엘의 턱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아 들어올리며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말했지, 이미 함께 가기로 되어있었다고.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 마침 해가 지고 있을 시간이잖아?”
우리에게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을 시간이라는 뜻이야. 어때? 그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리엘이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고 허리를 감싸며 잠시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눈 밑에 자리잡은 점이 도드라지도록 웃어 보이다가 짐짓 심각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런데 그 딱딱한 들것 같은 건 안 챙길 거지? 야영지에서 함께 누워있던 수많은 밤 중에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아스타리온이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안 챙겨. 자기 침낭이나 들고 가지, 뭐. 별것 아닌 말에 그제야 다시 얼굴이 풀렸다.
달이 뜨지 않은 어느 초저녁에 이리엘은 아스타리온에게 손을 내밀며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향해 이끌었다. 언더다크를 빠져나오는 순간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고 밤하늘을 수 없이 많은 별이 반짝이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 그 어떤 장애물도 발목을 잡는 일이 없을 것이며, 결말에는 반드시 웃음으로 가득한 둘이 있어야 하는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여행 보내고 싶다... 햇빛 면역 아이템 못 찾더라도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여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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