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요람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편하게 답 주세요!)

【 】 by bl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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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데자뷔다. 언젠가 나 역시 네가 떠나려는 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했었다. 상처를 입어가며 무모한 행동을 하는 모습에 같은 설움을 품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제대로 된 해결 방법도 아닌 주제에 무엇을 그리 노력 하느냐고. 상처를 입어가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냐고. 그렇게까지 해서 목표를 이룬다고 한들, 그걸 바라보는 내 기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분노와 설움은 결코 소멸하는 법이 없다. 그것은 내 몸에서 스멀스멀 끓어올라 결국 누군가에게 왈칵 쏟아지고, 그는 그것을 뒤집어 쓰고, 또 다른 분노와 상처로 나에게 보여준다. 그러니 나는 지금에 이르러야 그 때의 너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너는 이제서야 그 때의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엇갈린다. 아니, 우리는 단 한 번도 맞물린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꽤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나를, 내 가족을 지독하게도 싫어했던 이들을 태우면… 모든 이들이 나를 축복해주나? 어딜가도 나를, 너를,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나. 우리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결국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거고, 결국 누군가는 다시 내가 살던 산을 태우려 들겠지.”

그래서 지금의 나는 지독하게도 외롭다.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욕구를 해소하고자 했다. 무엇이 그리 화가 났는지, 무엇이 그렇게 서럽고 눈물이 났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 한 채 그저 눈 앞의 상황에 분노하고 화를 쏟아냈다. 그러나 해소할 수 없었다. 그저 깜빡이는 어지럼증 속에 묻혀 잠시 잊을 수 있을 뿐이었다. 울렁거림이 멎어갈 무렵에는 다시 커다란 공허에 삼켜진다. 그리고 이제는 그 공허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저 잿더미만이 손에 쥐어지고… 결국 이유없는 미움을 받는 것 조차 막을 수가 없게 돼.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분해.“

나는 여전히 네 눈을 마주한다. 피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상처로 일그러지는 낯빛을 외면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모든 것에 도망치지 않았고, 모든 것에 솔직히 맞서고자 했다. 그러니 이 공허와 분노, 그리고 너의 원망까지도 회피하지 않는 것이 나의 결정이요, 가장 최악의 대답이 될 것이다.

“정말 내가 그걸 바라면 어떡할건데. 이젠 가족도, 네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버거워서, 그저 무엇이든 으스러뜨리고 싶은거라면… 끝끝내 재로 남고 싶은 거라면. 내가 그저, 그 날 모든 나무와 그림자들처럼 재가 되어 사라지길 바랐다면… 그렇다면 나는 뭘 할 수 있는데.“

또 다시 엇나간다. 어쩌면 처음부터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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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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