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Dreams Come True by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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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 생일 축하해! 

맛있는거 먹었냐? 

뻔하디 뻔한 축하 메시지인데 이렇게 기쁜걸 보면 내가 널 많이 좋아하나 봐. 

고마워요. 나중ㅇ

덧붙일 말을 고민하는 중에 전화가 온다. 

소미였다. 

‘준수야~ 생일 축하해~~ ’

“뭐야. 누나 술 마셨어요? “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잖아~~ ’

“어쩐지 바로 연락이 오더라니. 원래 일찍 잠들잖아요. ”

‘누나가 준수 생일은 기억하구 있지이~ 당연히~ 지금 모해? ’

텐션이 높은 전화 목소리에 살짝 불안하면서도 너무 좋아서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소미한테 먼저 전화 오는 건 드문 일이었다. 항상 자기가 먼저 걸거나, 걸어도 잘 받지 않으니. 생일 날을 마음껏 즐겨야 했다. 

‘…준수야! 성준수!! ’

“아, 네. ”

‘흐히히, 끊은 줄 알았네. 준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왜요? 사주려고요? ”

‘먹고 싶은 거 있다고 하면 누나가 사주지~ ’

“언제요? ”

‘음… 내일? ’

“애인은요? ”

‘… ’

“누나? ”

‘흐하, 준수야. 누나 애인 없는 데에. ’

이게 웬 떡이야? 분명 누나한테 남자친구 있었는데.

헤어졌나 봐.

“저는 좋아요. 내일 만나요. 저 피자 먹고 싶어요. ”

‘피자? 화덕피자 같은 거? 맛있겠다!! 근데 너는 크리스마스인데, 약속 없어? 괜찮아? ’

“네. 없어요. ”

‘뭐야, 성준수. 너 친구 없어?? ’

“저 왕따에요. ”

‘하하하!! 뭐래~ 그럼 내일 누나랑 데이트 해주는 거다? '

“네. ”

‘하하, 알겠어! 그럼 내가 내일 맛있는 피자집에 데려가 줄게. 톡으로 보내줄게!! 준수 잘 자고 생일 다시 한번 축하해! ’

“…고마워요, 누나. ”

‘하하하! 오냐~ 내일 봐! ’

소미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동생이 나랑 동갑이라 소미가 우리를 많이 챙겨줬던 기억이 있다. 자기한테는 동생이 나까지 두 명이라나. 

‘준우, 준수 이름부터 완전 쌍둥이 같잖아! 너네 둘 다 내 동생인 거지!’

근데 나는 그냥 동생이라는 게 너무 싫다. 이제는 알려줄 때도 된 것 같아서 성인 되자마자 고백하려고 했지만 내가 한발 늦어버렸지. 소미한테 애인이 있다는걸 몰랐으니까. 그래서 그냥 한발 물러서서 착한 동생인 양 굴었다. 소미 동생이자 내 친구인 준우는 내가 자기 누나를 좋아하는걸 알고 있었다. 처음 알았을 때는 기겁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나를 많이 도와준다. 내가 자기 누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자기도 내 동생이 예쁘다고 생각한다나 뭐라나 너같은놈팽이한테지수는절대안되지만. 아무래도 내가 오늘 생일인 것도 한준우가 알려줬지 싶다. 누나가 내 생일을 기억할 리 없지…. 내일 한준우 새끼가 따라 나오지만 않으면 데이트일 텐데, 아무래도 눈치 없는 놈이라 따라 나올 것 같아서 불안해졌다. 

“준수야!! ”

“누나. ”

“추운데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 이름으로 예약해놨다고 했잖아. ”

“금방 올 거 같아서요. ”

“헉! 손 너무 차갑다 너… 어떡해. 얼른 들어가자. ”

갑작스럽게 잡힌 손에 화르륵 볼이 타올랐다. 

“준수야. 너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면 어떡해. 이 날씨에 코트가 웬 말이야. 이거 봐. 너 얼굴 얼어서 터지려고 해. ”

“저 별로 안 추워요. ”

“안 춥기는. 눈이 이렇게 오면 코트를 입으려고 생각했어도 얼른 롱패딩으로 입어야지. ”

소미는 중얼중얼 잔소리를 하면서 목도리를 풀더니, 그대로 내 목에 감싸고 손에 핫팩까지 쥐여준다. 

“누나, 저 괜찮아요. 누나 하고 있어요. ”

“너 지금 네 모습이 안보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이리 와 봐. 어? 볼은 따듯하네? 갑자기 따듯한 데로 들어와서 그런가? ”

당연히 지금 네가 내 볼을 만지고 있으니까… 라며 튀어나오는 말을 꾹꾹 누른다. 

“준우는요? ”

“응? 준우는 없지? 너랑 데이트하잖아~ ”

“? ”

“네 생일인데 준우가 왜 나와. 크크 너 밥 사주려고 부른 거야. 여기요~! ”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대체 이 누나가 왜 이래, 흘깃 바라보자 올곧게 나를 바라보는 새까만 눈동자가 심장에 콱 박힌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다급하게 세팅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둘러준 목도리를 풀어 돌려주었다. 목도리를 받은 소미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이제 몸 다 녹았어요. ”

“그래? 괜찮아? ”

“네, 더워요. ”

“아, 여기 파스타도 맛있대. 이것도 먹자. ”

사실 한준우가 같이 나왔을 거라 예상해서 그런가, 데이트라는 말에 꽂혀서 소미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접시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먹어 치웠을 뿐, 대화도 맛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뭘 입에 넣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여기 맛있지! ”

“어…네, 그러네요. ”

“아까부터 대답이 이상하네? 혹시 어디 아파? 헉, 너무 춥게 입어서 감기 왔나? ”

“네…? ”

이마를 향한 손에 놀라 반사적으로 뿌리쳐버렸다. 소미는 아팠는지 손을 잼잼 거리며 웃어 보였다. 

“야, 준수 힘 많이 세졌네. 나한테 힘으로 못이기는 아기였는데…. 조금 서운해지려고 한다. ”

“아, 아팠어요? 미안해요. 놀라서…. ”

“아냐. 괜찮아! 나도 놀라서 그래. 다 컸는데 맘대로 만져서 미안해. 그래도 뿌리치진 말아주라~ 이제 어디 갈까? 내가 저번에 여기 근처 카페에 핫초코 기가 막히게 말아주는데 아는데, 거기 갈까? 이제 핫초코 안 좋아 하나? 흠, 오늘 크리스마스라서 사람 많으려나…. ”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종알대는 소미를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어 보여서 화가 났다. 나는 계속 좋아했는데, 내가 정말 누구보다 먼저 좋아했고 지금도 누구보다 더 좋아하는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고 말했을 소미가 미웠다. 

“좋아해요. ”

“응? 뭐라고? ”

“좋아한다고요. ”

“…어? ”

“…. ”

“준수야, 갑자기 왜 그ㄹ”

“…저 이제 한소미 동생 하기 싫어요. ”

“준수야…? ”

“제가 아직도 동생 같아요? ”

“그, 저기……. ”

도망쳤다.

얼굴도 쳐다보기 힘들었다. 

오늘 추운데, 눈발도 많이 날리고. 

소미도 오늘 코트 입었는데 그 추운 길바닥에 그냥 두고 와버렸다.

집에 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아파트 앞에 내리자, 와르르 무너졌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적어도 따듯한 데서 말했어야 했는데. 갑자기 오는 자괴감에 정류장 의자에 앉아 머리를 헝클였다. 

“한심하다, 성준수. 한심해. 드디어 미친 거지. ”

머리통을 퍽퍽 치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근데 어떡해. 지금 감당이 안 되는데…. 그러니까 나를 동생 취급이나 하지. 이렇게 애같이 구는데 남자로 보겠느냐고. 얼마 하지도 않던 연락도 안 오겠네. 그건 죽어도 싫은데, 없던 일인 척 연락하면 되려나….

머릿속에서 생각이 둥둥 떠다닌다. 결론이 없고 복잡했다. 그냥… 이대로 영원히 대답도 안 듣고 피해 다니고 싶을 지경이었다.

“…준수야. 왜 안 들어가고 여기에 있어. ”

아, 제길. 우리 같은 동네에 살았지. 생각이 그렇게 많았는데 이걸 생각 못 하네.

“아… 누나 그냥 저 신경 쓰지 마세요. ”

“어떻게 신경을 안 써…. ”

애써 눈을 피하다가 말끝을 흐리는 소미가 신경 쓰여 고개를 들었다. 

“…어? 누나 얼굴이 너무 빨개요. 괜찮아요? 감기인가? ”

아까 괜히 추운 데에 내버려 두고 나 혼자 튀어버린 게 후회됐다. 귀는 이미 새빨개졌고, 볼까지 아주 얼어붙어서는… 내 탓이다. 나도 하필 밖에 있어서 손이 차가울 테지만, 그래도 사람 온기가 닿으면 금방 녹으니까, 머뭇대다가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안…차갑네요…? ”

“…네가 그렇게 질러버리고 도망간걸 어떡하라고…. ”

“네…? ”

“아, 연하라니. 파렴치하다고 해도 난 몰라 이제…. ”

”? ”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소미가 내 양쪽 볼을 잡고 입술을 비비기 직전까지.

“누나, 지금 이게…. ”

“나도 몰라. 네가 그렇게 질러놓고 도망갔는데, 화나기는 커녕 두근대서 혼났어. 어떡하면 좋아…. 악!! ”

소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냅다 주저앉았다. 

“누나! 괜찮아요? ”

“… ㅊㅇ미져…. ”

“뭐라고요? ”

“책임지라고!! 이렇게까지 마음 뒤흔들어놓고 도망치기냐…. 난 몰라 진짜…. 나도 네가 좋다고!! ”

와락-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소미를 품에 안았다. 내가 지금 들은 게 맞나? 오늘 종일 정신이 혼미하다.

“진짜예요…? 저 안 징그러워요? 맨날 너무 커져서 징그럽댔잖아요. ”

“안 징그러워…. ”

“그럼요? 저랑 뽀뽀해도 괜찮아요? ”

“아까 내가 한 건 뭔데 그럼…. ”

“한 번만 더 해주면 믿을게요. 누나도 저 좋아한다는 거. ”

“아!! 왜 이래!! 집에 갈 거야. ”

나를 밀쳐내고 씩씩 거리며 소미가 걸음을 옮겼다. 놓칠세라 후다닥 뛰어가면서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진짜죠? 진짜 저랑 만나줄 거예요? 저 책임질 거예요? ”

“…그러든가…. ”

“와!! ”

“악, 깜짝이야. ”

“제가 진짜 좋아해요. 진짜로요. ”

“알겠어…. 일단 집에 가자. 나 쪽팔려…. ”

“내일 갑자기 없던 일이라고 하는 거 아니죠? ”

“그렇다니까. ”

“하, 데려다줄게요. ”

“하하, 야. 바로 옆인데 뭘 데려다줘. 얼른 가자. 추워. ”

“…손 잡아도 돼요? ”

“…그러던지. ”

“좋아해요. ”

“아, 알겠다니까. ”

“누나도 말해주세요. ”

“…지금? ”

“네. ”

“…좋아해, 준수야. ”

“와, 저 지금 숨 막혀요. ”

“그만해, 진짜. ”

같이 걸어 가는 이 길이 영원히 안 끝났으면 좋겠다.

진짜 해피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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