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한 고찰
성준수 드림
취향이라는 게 참 그렇다.
유치원 선생님을 좋아했을 때도, 고등학생 때까지 좋아한다고 쫓아다닌 오빠도, 처음 번호 따 본 남자도, 지금 내 옆에 있는 너까지도, 이쯤 되면 내가 너무 뻔한 사람인가 싶어질 정도다.
“ 뭐야? 내가 첫 연애라며? ”
“ 아씨, 가만히 좀 있어봐. ”
“ 한소미. 너 지금 거짓말한 거야? ”
“ 이게 어디 누나 이름을 막 불러? 똑바로 안 해? ”
“ 그래서 걔랑 사귀었어? ”
“ 아 닥쳐봐!! ”
큼큼, 잠깐 누가 끼어들어서.
아무튼!
내 취향이라는 게 대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아봐야겠다.
“ 아니 네 취향이 나라며. ”
“ 그래서 그걸 알아보겠다고… 제발 조용히 좀 해봐. 나 말 많은 남자 취향 아니다. ”
“ …. ”
나는 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유치원에 다녔었다.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매일매일 걸어서 20분씩 다녔는데 항상 햇살처럼 웃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은 항상 셔츠를 입고 다니셨고, 둥글게 자른 짧은 머리에 화장기 없이 말간 사람이었다.
‘ 오늘도 열심히 걸어왔어? 너무 예쁘다~ ’
그 선생님은 항상 신발을 벗겨주시면서 칭찬을 빼먹은 적이 없으셨다. 아무래도 난 그때 처음으로 결혼을 결심한 듯하다. 선생님한테 결혼하자고 맨날 말해주고 작별 인사로 볼 뽀뽀도 맨날 했는데,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귀엽게만 보신 것 같다.
“ 아니 그럼 선생님이 유치원생 고백에 진지하게 생각하냐? ”
“ 넌 여자한테도 질투하니…? ”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친구들은 시시했고, 선생님이 너무 좋았던 나는 유치원 가기 싫다고 찡찡대는 게 아니라 졸업하기 싫다고 찡찡댔다. 엄마는 드러누워서 울어버리는 나를 바라보며 황당해했고 선생님은 나를 일으켜 세워 가만히 안아 올려 토닥여줬다.
‘ 소미야, 다음에 쑥쑥 커서 꼭 선생님 보러와. 알았지? ’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크겠다고 초등학교 1학년 내내 완전 규칙적으로 살았다. 너무 귀엽지?
“ 초등학교 1학년 내 내면 그 이후로는 잊은 거야? ”
맞다…. 사실 뭐 첫사랑이 다 그런 거 아닌가?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 나도 뭐 좀 시간 지나면 잊을 건가 보지? ”
중얼대는 애는 무시하도록 하자. ^^
내가 다닌 중학교는 고등학교랑 붙어있는 학교였다. 내가 중학교 2학년, 그 오빠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가끔 우리 반 앞 복도에서 그 오빠의 반이 보였는데 그게 진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 오빠는 이따금 창문으로 마주치면 인사해 주었고 그 오빠만 인사해 준 건 아니지만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생각보다 되게 오래 좋아했고 어쩌고 데이라는 데이는 다 챙겼다. 혼자만 전전긍긍이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오빠도 내가 고백하기를 기다렸던 거 같다. 항상 내가 선물 잔뜩 들고 찾아가면 꼭 보답으로 챙겨두는 것들이 있었다. 어느 날은 쿠키 세트, 어느 날은 책, 발렌타인 때는초콜릿같이 나 혼자만의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근데 나도 웃긴 게 고백을 안 했다. 무슨 연예인 쫓아다니는 팬마냥 절대 고백은 안 하고 냅다 선물만 들이밀기만 하고…. 결국 오빠랑 같은 고등학교가 됐을 때, 오빠가 먼저 고백해 줬다.
“ 아니… 내가 첫 연애라며. ”
“ 당연히 거짓말이지. 너 꼬시려고! ”
“ 근데 지금은 왜 알려주는데? ”
“ 잡은 물고기잖아. ”
“ 어이가 없네. ”
우리는 얼마 가지 못해 헤어졌다. 오빠는 고3이었고 나는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마음이 식어버렸다. 그 전에 너무 많은 마음을 쏟아부었나 보더라고.
그때 알아챘다. 아, 나는 내가 먼저 좋아하면 안 되는구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근데 뭐 나를 좋다는 사람을 만나도 똑같더라고.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을 좋아하려고 애써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애정이 아니라 미안함이 솟아올랐다. 상대한테 못 할 짓이라는 거 알고 그만뒀지. 연애가 나랑 안 맞나보다~하고 살았으니까.
하루는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었다? 내가 진짜 어디 가서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그날따라 커피가 너무 맛있는 거야. 그래서 알바생한테 커피가 너무너무 맛있었다고 말하려고 가다가 헉, 너무 이쁘게 생긴 거야. 나도 모르게 티슈에 내 번호를 적어서 드렸어. 너무 충동적이었는데…
“ 그만해. 이제. ”
뭐 너무 많은 걸 얘기하면 누구한테 차일 것 같아서 적당히 말하고 끊어야겠다.
그… 눈빛이 너무 뜨겁네. 날 너무 사랑하는 듯…^^
“ 그래서 결론이 뭔데? ”
“ 음… 나는 이쁜 사람을 좋아한다? ”
“ 그건 내가 거울만 봐도 알아; ”
“ 웃는 게 이쁜 것도 좋아한다? ”
“ …. ”
“ 나 그리고 연상 좋아하는데. ”
“ 나보고 어쩌라고. ”
“ 근데 너랑 만난다고~ 잘 웃지도 않고, 누나한테 기어오르기나 하는데 너랑 있으면 너무 좋아. 왜 그러지? ”
“ 병 주고 약 주냐? ”
“ 진심인데. ”
“ 근데 네 말은 결국 내가 이쁜 사람이라서 좋다는 거야? ”
“ 응. 나 얼빠거든. 너 안 이뻤으면 안 좋아했지. ”
너무 놀렸는지 삐져서 저기 멀~리 가버렸다. 이 기회를 틈 타서 비밀 하나를 말해주려고 한다. 사실 준수가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이렇게 많이 좋아하는데 마음이 가라앉지도 않고, 나를 좋아한다는 게 항상 의심스러운데 기분은 좋고, 그 기분 좋음에 취해서 다른 불안함은 다 뒤로 제쳐두고 너를 만나는 중이라는 거. 너도 과연 나랑 마음이 같을지는 모르겠는데.
아, 아니다.
눈을 보면 알지.
너도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거 너무 잘 알고 있지.
“ 한소미. 배 안고파? 피자 시킬까? ”
“ 준수야. 누님이라고 해야지. ”
“ 예예, 저보다 나이 많으신 소미 누님. 피자 먹을 거냐고. ”
“ 먹을래. ”
“ 그럼 베이컨포테이토 시킨다? ”
“ 응, 사랑해~ ”
“ 뭐래. ”
저 빨개진 귀가 말해주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나를 좋아한다는 거. 내가 억지 부리고 있다는 거 알면서도 늘 받아주는 거.
있잖아.
남자가 귀여워 보이면 그거 끝난 거래.
난 이미 끝났다. 너한테 저당 잡혔어.
근데 넌 아직 모르나 보다.
비밀로 해야지.
내가 이만큼이나 널 좋아하는 걸 들키면 아주 부끄러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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