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기 프로젝트 데이(기념일) 장기 합작 : 07월 14일 실버데이
이런 영웅은 싫어 다나 연애 드림
“이번이 몇 개 짼데요?”
“10개요.”
“그럼 화낼 만도 하네요.”
늘 보던 것과는 반대인 상황이었다. 가끔 반대라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해봤지만, 누군가 그랬다. 현실이 더하다고. 정말 그렇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이라 설마 물건이 부서지거나 하진 않겠지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기분파인 사람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단 말이야. 남들과는 다른 기준이면 더 그렇고. 아마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면 저 사람은 제일 어려움에 속할 거다. 나가다 중간에 붙잡힌 것도 억울한데 왜 잡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그랬다. 순간 이동을 써서 피해도 되기는 한데. 후폭풍이 두려워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 물론 제일 끝에 앉아 거리를 두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아무래도 반지다 보니까.”
대답에 시선이 올라가니 다나의 시선이 살짝 옆으로 돌아갔다. 저런 모습을 보는 건 흔한 게 아니라서 제법 신기했다.
“그 말은 커플링을 계속 끼고 있었다는 거잖아.”
“안 끼면 난리 쳤으면서.”
“뭐라고?”
“뭐가.”
들었음에도 모르는 척 제 손끼리 깍지를 켜면서 기대었던 소파 등받이에 등을 떼어내 상체를 바로 세웠다. 진짜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불편하네. 핑곗거리를 찾다 억지로 만들고자 혜나에게 전화를 달라 문자를 보냈다.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둘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누군가에게 난 거냐고 묻는다면 역시나 그 사람이었다.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기분파. 웃는 얼굴이 어쩐지 무섭게 느껴졌다.
“그럴 수도 있지~ 여분으로 사준 거 다 썼겠네.”
“어. 뭐…”
“커플링을 여분으로...”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곳에 있던 모두의 시선을 받자 아차 싶었다. 이 둘 사이에 끼는 건 불편해서 싫었는데… 쏠리는 시선을 피하려니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말 안 했어? 그런 걸 뭣 하러. 대화가 오간 후에야 원하는 답을 들었다.
“다나는 힘이 세니까. 혹시나 해서 여분으로 몇 개 사놨어. 부서지거나 잃어버리거나 하면 여분으로 끼라고. 대신 안 끼면 가만 안 둘 거라 했거든.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반지를 끼라고. 실버데이라고 준비한 반지인데.”
“그거 비싼 반지 아닌가요?”
“그렇게 안 비싸. 의미가 중요한 거지. 여분은… 지금 가져오라고 해야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탁자 위에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에 의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다 곧 끊기는 줄 알았더니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화면에서 보인 글자에 한숨과 안도가 동시에 내뱉어진 상황에서 전혀 아쉽지 않은 표정으로 아쉽다고 뱉는 다나를 보며 그가 전화를 받는다. 받자마자 들리는 남성의 목소리.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통화 상대는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어. 이제 갈 거야.”
이어지는 말에 그냥 뚝 끊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나 역시 따라 일어난다. 다나의 팔에 제 팔을 둘러 팔짱을 단단히 끼는 모습을 보고선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드디어 자유다. 이곳에서 해방이다. 조심해서 가라며 활짝 웃었더니 강렬한 시선 하나가 느껴졌다. 누구지 싶었지만 두 사람은 이미 나간 뒤라 그 시선의 주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는 왜 계속 여기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요. 할 말이 있어 붙잡은 것 같은데 까먹었나 보네요.”
“까먹은 게 다행인 것 같아요. 그만 가보세요. 나가군.”
“네.”
귀능에게 인사를 하고 나간 나가는 문밖을 나서자마자 두 사람이 갔을 만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끼는 건 사양이다. 다음엔 무슨 일이 있어도 눈에 띄지 말아야지. 나가는 절대로 그 사람 눈에는 띄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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