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기 프로젝트 데이(기념일) 장기 합작 : 05월 14일 로즈 데이

이런 영웅은 싫어 다나 드림

등교하니 여기저기서 장미를 주고받고 하고 있었다. 얘네는 학생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런 걸 준비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던 차 눈앞엔 강렬한 붉은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진동하는 장미 향에 머리가 아팠지만, 표정은 웃으며 내민 장미를 손끝으로 툭 쳐냈다. 거절의 의미를 알아챈 학생은 바로 가버리거나 화를 내고 못 알아들은 사람은 계속 들이밀기에 너나 가지라고 한마디 붙었다. 뜨거운 볕과 다르게 아직은 시원한 바람에 눈앞에 있던 파란 나뭇잎 가면이 붕 뜨며 얼굴이 드러났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저 피로함에 목덜미로 손을 뻗어 주무르기에 바빴다. 웃기는 놈들. 혼혈이라고 무시할 땐 언제고 이럴 땐 얼굴만 보고 사귀자 어쩌자 나대는 걸 보니 화가 났다. 또다시 내민 장미 꽃다발을 대충 훑어보다 안 핀 한 송이를 쏙 뽑아냈다. 받아주는 줄 아는 걸까. 활짝 웃는 얼굴에 고마워 잘 쓸 거라고 답한 뒤 교실 쪽으로 뛰어갔다. 

손에 쥐고 있는 건 피지 못한 붉은 장미. 다른 색상과 섞여 있던 장미 꽃다발 속에서 유일하게 피지 못한 봉오리였기에 챙겨왔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장미가 마치 순혈 인간 사이에서 차별로 인해 저를 펼치지 못한 혼혈을 보는 것 같아서. 뒤로 젖혀진 파란 나뭇잎 가면을 다시 앞으로 되돌렸다. 그래봤자 가면의 표정이 곧 제 표정이었기에 감정을 숨길 수도 없을 텐데. 일단 그런 자잘한 것은 넘기기로 했다.

교실로 가면서도 몇이 장미를 내밀었다.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 날 엿 먹이려는 날? 피지도 않은 장미 봉우리를 내밀어 난 받았다는 표시하고 나서도 억지로 내미는 몇 때문에 입 모양으로 꺼지라고 하고 나서야 교실로 도착할 수 있었다.

“어…….”

교실로 도착하자 보이는 건 책상 위로 쌓인 장미. 정성스레 포장된 몇 송이의 꽃다발. 그대로 들어 쓰레기통에 버릴까 하다가 누군가를 떠올렸다. 식물을 사랑하는 선생님. 그래. 선생님이다. 교탁 위로 올려놓고선 책상 위를 깨끗이 비워 자리에 앉았다. 교실에 있던 학생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내 알 바 아니었기에 수업 시간에 보지도 않는 교과서를 꺼내 펼쳤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책을 덮었다. 내 주제에 무슨 공부야.

오늘 하루 재미가 없겠다 싶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려 할 때 열린 창문 틈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어왔다. 왔다. 나의 흥미를 끄는 한 사람. 교과서 옆에 올려진 붉은 장미 봉우리. 원하는 건 하나. 이 장미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 내가 가지려면 아마 내가 쓰고 있던 파란 나뭇잎 가면 색과 비슷한 장미일거다. 그런 건 없으니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걸 골랐다. 좋아할까? 받아주기만 한다면 상관없는데.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목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발소리도 다른 소리와 섞였지만 내 귀엔 또렷이 들렸다. 어떻게 행동해야 관심을 끌까. 어떻게 해야 먼저 말을 걸게 할까. 평소처럼 관심을 끌면 분명 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게 뻔했다. 먼저 나에게 관심을

"생각보다 적게 받았네."

이 목소리는 아니다. 내가 원하는 목소리는. 일단 넘겼다.

"오늘 무슨 날이냐?"

 "그러게 말이야."

"야. 너 내 말에 대답 안 하고."

"미안. 다나의 질문에 먼저 대답하고 싶었거든."

웃으며 두 사람을 봤다. 닮은 얼굴, 체형. 그리고 다른 성별, 다른 이름의 두 사람이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다나는 빈손이네? 참. 다나가 인기가 없다는 걸 깜박했네."

"왜 아침부터 시비야."

"이거 받아."

"그럼 너는?"

이번에도 유다의 질문을 넘겼다간 수업 시간 내내 푸시를 받을 것 같아 교탁 쪽을 가리켰다. 내가 올린 것 위로 쌓인 탓에 교탁 위엔 장미 무덤이 생겼다. 선생님 좋아하시겠네. 그렇지? 대화를 주고받던 중 또 한 명의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손을 들어 인사하니 나와 마주 보던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본다. 얼굴을 확인하곤 이어 인사를 주고받는다.

"오늘 로즈 데이라고 학생회에서 장미 준비한 거래."

"그 돈으로 햄버거나 돌리지."

유다의 대답에 우리뿐만 아니라 교실에 있던 학생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내가 준 장미를 챙겨 제 자리로 이동하는 뒷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다나는 붉은 장미꽃 봉오리의 꽃말 무슨 말인지 알까? 그런 걸 굳이 찾아볼 사람은 아니니까. 나중에 커서 알게 되면 뒤통수 세게 맞은 기분이겠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나중에 꽃말을 알게 될 다나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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