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
반쪽짜리 불꽃
10월 5일 열린 불꽃축제로 온 서울이 번쩍이는 빛과 요란한 소음에 잡아먹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식사를 마친 후였습니다. 갑자기 들리는 우르릉콰광 요란한 굉음에 이게 무슨일인가 어리둥절 하고있을 때, 영상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보여준 불꽃축제 라이브 영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년 전에도 그랬고 올해도 꽤나 궁금한 모양새긴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오가는 인파에 교통수단도 마비된 것과 마찬가지인 그 사람지옥 사이로 내 몸을 내던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때문에 나가보지 않았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켜놓고 하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났습니다. 저 굉음이 이정도로 크게 들릴정도라면 보일수도 있지 읺을까? 하는 생각에 켜본 지도앱 상으로는 사는 집에서 여의도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걸 알게됐습니다.
기대와 호기심을 안은채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동거인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고 두리번 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니 저 멀리 건물들 사이로 번쩍이는 빛이 보였습니다. 서로 다른 탄성이 터져나오며 이게 집에서 보이다니 꽤나 신기해하고 겉옷을 챙겨 다시 돌아와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쌀쌀한 날씨탓인지 동거인은 금새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신기해하다보니 인근 건물 옥상에서 함께 지켜보던 이들도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고, 어둠속에 홀로 남아 꽤나 오랜시간 서있었습니다. 비록 건물 틈에 가려진 반쪽짜리 화려함이었지만 터지는 불꽃과 그 뒤로 피어오르는 연기, 한발 늦게 들려오는 우르릉쾅쾅 폭죽소리는 꽤나 볼만했으므로.. 정적속에 들려오는 폭죽소리와 바람소리, 저 아래 도롯가의 차소리만 가득했습니다.
화약이 제 몸을 불살라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습이 퍽 맘에 들었지만 반쪽짜리임은 분명했고 이내 오묘한 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조용해진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추위는 저를 한참동안 그 자리에 멈춰서게 했고, 빛으로 가득차있던 머릿속을 엉망으로 헤집어놓았습니다.
빛이 사라진 뒤에도 어둠속에서 빛이 사라진 건물 사이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혹시나 한 번 더 타오르지 않을까, 뒤돌아 선 찰나에 다시 반짝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속에서 피어오른 차가움이 몸의 추위로 바뀔즈음 집에 들어가 창문과 방문을 꽉 닫은채 이불속에 숨어 눈을 감았습니다. 더는 춥지도, 시끄럽지도, 눈부시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잠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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