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순으로 가득한 자기소개
나는 오늘도 거짓을 합니다. 말과 행동, 심지어는 태도까지 집에서조차 진짜 나의 이야기를 감춥니다. 즐거워도 신나도 귀찮아도 우울해도 예민해도 기분이 좀 이상해도 나는 이 모든걸 묵살하고 그저 나대로 최대한의 평온함을 내보입니다. 그러면 언제나처럼 감정이 크지않은 내가 됩니다. 누군가의 눈에 튀어 신경쓰이는 일이 없게 말입니다.
나는 사람을 썩 좋아하지않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곁에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기도합니다. 각기다른 나름의 이유가 있다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겐 크게 중요하지않겠죠. 그저 나는 노인도 청년도 심지어는 갓난쟁이 아기까지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뿐입니다. 나는 성악설을 믿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겉으론 천사같은 사람도 갓난쟁이 어린아이도 그 속은 근본적으로 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이는게 어떻든 그 누구라도, 정말 천사같은 이도 속으론 어떤 검은생각을 하는지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요.
사람에게 시달리고 관계속에 지쳐가고..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나니 다 버려두고 혼자 살고싶다는 생각도 꽤나 많이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압니다. 난 그렇게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걸, 사람이 없으면, 그 조금의 관심이 없으면 난 물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바싹 말라 서서히 죽어갈것이란걸 잘 알고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난 오늘도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그 물 밖으로 내버려지지 않기 위해 발악합니다. 그럴수록 나는 더더욱 사람과 그 안에 존재하는 관계들에 회의감을 느낍니다.
나는 모순적이고 거짓으로 무장했으며 무척이나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진실과 진심을 담고 진짜 나를 섞어 내보이며 언제나 나를 꾸며냅니다. 그렇게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런 나를 진짜로 받아들이며 이게 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마음을 쏟고, 진심이 담긴 말들을 하고, 크게 튀는 일 없이 편안함을 주며 곁에 두고 보기에 안정감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을 한데 모아 나로써 받아들입니다. 그게 진짜 나라고 믿고 자신의 바운더리안에 포함시키며 믿습니다. 그 믿음 안에 온전한 나는 없을텐데 말입니다.
사실은 나도 진짜 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진짜 어떻게 생겼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고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를 온전히 마주할 자신도, 그럴 용기도, 무엇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는 종종 이런 생각들을 하곤합니다. 나조차도 나를 제대로 모르는데 어느누가 진짜 나를 알까? 누군가 알고있다면.. 과연 그게 정말 ‘나’일까?
거짓말과 모순으로 둘러쌓인채 진짜를 숨기려 발악하는 금수. 이것이 내가 아는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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