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조각
아카기 시게루 드림
“아카기면 돼.”라고 말을 붙여온 건 나즈였다. 그녀는 마장이 모인 거리의 관리인 취급을 받는, 나이가 좀 있는 여자였는데, 그녀의 애인이 야쿠자와 관계가 있다거나 하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아유카와는 애매하게 엮인 관계가 있었다. 이따금 아유카가 말이 되질 않는 돈을 떠안거나 했을 때 연줄을 이용해 빚을 몇 번 탕감해준 것도 그녀였다. 아유카는 그녀의 담배나 커피 심부름을 하며 얼마인가 번 기억으로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나즈가 하는 말에는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그녀의 지시를 따르며 애매한 기쁨을 느낄 만큼. 나즈는 아유카의 그러한 점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고, 그러니 이번에도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랬는데…….
“하지만 시게루 씨는… 시, 시게루 씨인데.” 아유카가 우물거리는 투로 말하고는 불안한 기색으로 거리를 둘러보았다. 윤락업소의 전단지를 몇십 장이나 쥔 채 걸어가는 남자나, 애인의 전화를 받으며 웃는 폰부스의 여자… 그리고 약간 쌀쌀한 바람. 아유카가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안 될까요?”
“아카기 씨는 가까운 사람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야말로 신 같은… 남자잖아?” 나즈가 얇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유카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의 하나뿐인 장점이라고 하면 바로 저 어설픈 기민함이리라. “탐탁찮아 하는 것 같지 않디?” 나즈가 아유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유카는 다섯 번의 시도 끝에 성냥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어…….” 그는 나즈의 담배 끝에 불이 잘 붙도록 손을 오므려 벽을 만들면서, 그리고 불이 붙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아카기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차분한 인상과 잘 마주치지 않는 눈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잘 모르겠어요.” 아유카가 불이 잘 붙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손을 물리며 느리게 대꾸했다. 나즈가 담배를 문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시게루 쪽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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