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끝모를 가을이었다.
가을, 맺음 by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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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끼익-
놀이터의 낡은 그네가 번갈아 흔들린다.
앞으로, 뒤로.
하늘색 짧은 바가지머리의 피곤한 눈을 한 서른 즈음의 여자가 시큰둥하게 대강 몸을 뒤로 까딱이면, 곧이어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겨 포니테일로 넘긴 자줏빛 머리카락의 스물 중반의 여자가 명랑하게 발을 구르며 하늘 높이 부웅 떠오른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 세상이 거꾸로 맺힌다. 높고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색색으로 곱게 물든 가을 나무들과 떨어지는 낙엽들, 누군가 잘 가꿔둔 것 처럼 풍요롭게 맺힌 자잘한 열매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뺨을 간질이는 바람과 발 아래 풍경이 즐거운 듯 꺄르르 웃음을 터트린 자주색 포니테일의 여자는 옆자리의 시큰둥한 이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비로.”
“응.”
“좋아하는 계절이 뭐에요?”
“겨울.”
“왜요?”
“차가운 바람이 좋아서.”
“그렇구나~”
다시 부웅, 그네가 몇 차례 교차하고 비로가 입을 연다.
“사나기는?”
“저는~ 가을.”
“좋겠네.”
“왜요?”
"지금 가을이잖아.“
“별로요.”
“왜? 질렸어?”
“응. 벌써 5년째잖아요, 가을이.”
비로와 사나기는 어느덧 다섯 해 째를 함께하고 있었다.
이 가을도 다섯 해 동안 이어지고 있었고, 세상에는 더 이상 비로와 사나기를 제외한 그 무엇도 걷고 뛰지 않았다.
끝모를 가을이었다.
둘만이 남은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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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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