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쟁의 서막
화산귀환, if물
*날조임. 스포X
*트위터에서 백천 '그 분' 연성 돌아다니는거 너무 맛있어서 써버리기....
너무 당연해서 잊고있었던 사실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청명. 자신의 두번째 삶에 대해서.
인간은 혼백과 육신으로 이루어져있다고들 한다. 육신 없는 혼백은 그저 구천을 떠도는 망령일 뿐이다. 그렇다면 혼백없는 육신은? 그냥 시체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청명에게 있어 혼이 없는 육신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십만대산에서 목숨을 잃고 100년 후의 세계에 떨어진 청명은 어린 거지의 몸에서 눈을 떴다. 태어난 것이 아니다. ‘눈을 떴다’ 마치 자고 일어난 듯이. 천마의 목을 베어낸 것이 일다경 전의 일마냥 선명한데도 청명이 눈을 뜬 현실은 100년 후의 중원이었다. 육신을 잃은 백년 전의 혼은 고스란히 어린 거지의 몸에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이 몸의 주인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허.”
어린 거지, 초삼의 몸은 심히 굶주려 있었다. 마르고, 더럽고, 연약한 육체를 가졌던 아이는 길바닥의 추위와 배고픔, 왕초라는 놈의 폭력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의 혼백이 그리 육신을 놓아버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몸에서 청명이 깨어날 수 있었겠는가? 죽은 자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미친소리를 믿고싶진 않지만, 자신이라는 증거가 있는 통에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준비물은 두개면 된다. 구천을 떠도는 죽은자의 혼백. 그리고 그 혼백이 자리잡을 수 있는 육체. 준비가 되었다면 그저 기다릴 뿐이다. 몸의 주인이 자리를 비우게 될 때, 그 인생을 강탈할 유일한 순간을.
“……사숙?”
마치, 지금처럼.
“사형, 어떻게……?”
“사, 사숙! 괜찮으신겁니까!?”
조걸이 정면을 향해 소리쳤다. 유이설은 의문과 경계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저 한 사람의 뒷모습을 응시할 뿐이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청명은 이를 악물었다.
누구라도 될 수 있던 것이다. 자신이 천하에 널린 거지 중 한명이 되었던 것처럼 그 빌어먹을 새끼 역시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평범한 농부도, 장강을 가로지르는 배의 선장도, 고기 요리를 기가막히게 하는 점소이도. 온 중원인의 목을 치고 다니지 않는 이상 천마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청명은 준비하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 누가 그 새끼에게 몸을 강탈당하든 대응할 수 있게. 싸워서 살아남을 수 있게. 저와 제가 끌어안은 사람들의 힘을 길렀다.
그리고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청명은 시선 끝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사내에게서 지독히도 익숙하고 끔찍한 기운이 세어나오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의 고된 노력의 시간은 결코, 결단코 이런 결말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하늘도 무심하시지.
원시천존 이 *새끼가.
“사, 사형! 사숙, 백천 사숙은 분명…!”
당소소가 당황을 숨기지 못한 체 청명에게 다가왔다. 의원이자 검수인 그녀는 화산 내에서도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는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 백천은 결코 일어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마교의 공세에서 사제와 사질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길목에 남았던 그의 몸엔 온통 마화가 피어있었고 흰 무복엔 피가 물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의원의 긍지를 걸고 말할 수 있다. 화산의 이대제자 백천은 죽었다. 그의 말버릇 처럼 가장 먼저, 자랑스런 사제와 사질들의 목숨을 지켜내고서.
“화산……..”
분명, 그랬었는데.
청명이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자 당소소 역시 아연한 얼굴로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엔 익숙한 뒷모습의 사내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듯 무언가를 가늠해 보는 것 처럼.
“그래. 화산이로군.”
“……사숙?”
윤종의 부름의 그가 뒤를 돌아봤다.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 무복이 검붉게 물들었음에도 선명히 보이는 가슴팍의 매화 문양. 그리고 옅게 호선을 그리는 입매까지. 격전 속에 찢어져나간 영웅건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백자배의 대사형, 화산정검 백천의 모습이었다.
“아니야.”
정적은 깬 건 유이설이었다. 그녀는 곧장 검을 뽑아들고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눈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분명 제 사형이 맞다. 하지만 유이설은 직감적으로 저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백천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백자배의 대사형은 솔직한 사람이었다. 못하는게 없으면서 거짓말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 알고보면 사형만큼 허술한 사람이 또 없다. 하지만 그의 눈은 언제나 올곧아서, 그 허술함마저 믿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눈 앞의 사내는 어떤가?
“사형이 아니야.”
아무것도 없다.
저 자의 눈엔 유이설이 믿어왔던 올곧음이 한터럭도 남아있지 않았다.
유이설을 시작으로 하나 둘 씩 경계태세를 갖추는 화산의 제자들을 사내는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윽고 청명과 눈이 마주치자 여상하게 웃어보였다. 경애와 친애가 함껏 담긴 제 어린 사숙과 같은 표정으로.
“내 목을 베었던 검이 내 손에 들아오다니”
“…….”
“이 또한 운명이겠지.”
낮게 노랫말을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가 백천의 것과 소름끼치게 닮아있었다. 사내는 떨어져있던 검을 들어올려 허공을 한번 내리치더니 이내 가볍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독히도 익숙한 화산의 초식. 검을 고쳐잡는 손부터 검 끝이 그려내는 검로까지 빠짐없이 익숙한 것들 뿐이었다.
“감히…….”
“……청명아?”
감히, 어떻게 감히!
화산의 모든 것을 앗아갔던 네놈이!
이윽고 남자의 감 끝에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지만, 그건 화산의 제자들이 익히 알고 있던 꽃이 아니었다. 검을 긋는 족족 흩날리는 새빨갛고, 새빨간 꽃잎.
“이건 대체……?”
그것은 석산(石蒜)이었다. 저승에서 피는 꽃이라 하여 새외의 섬나라에서 부르길, 피안(彼岸)의 꽃.
“청명아?!”
“사형!”
검 끝에서 피어오른 붉은 꽃잎을 본 청명은 말릴 세도 없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청명의 검끝에서 피어난 매화와 백천의 발치에 흩어져 있던 석산의 꽃잎이 한데 뒤섞여 어지러이 흩날렸다. 섬광처럼 쇄도한 청명의 검 끝은 정확히 사내의 목을 향했지만 백색의 검날에 가로막혀 닿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는”
청명의 검을 가볍새 튕겨낸 남자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 처럼은 안돼는 모양이구나, 청명아.”
다정하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몸이 잃어버린 제 주인을 흉내라도 내는 듯이.
“닥쳐.”
조용히 일갈한 청명은 가라앉은 눈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비록 겉모습은 백천의 것과 같은 것일지라도 눈 앞의 사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이해했다. 화산이 자랑하던 매화는 졌다. 그리고 저 자는 그 마른 가지로 죽음을 말하는 꽃을 그린다. 이보다 더한 모욕이 어디있겠는가.
“네까짓게 감히 화산이 것을 넘봐?”
검을 고쳐잡은 청명은 한발자국 씩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그 등을 지켜보고 있던 화산의 제자들이 도열하며 뒤따랐다.
“네놈이 휘두르고 있는 검도, 걸치고 있는 옷가지도, 앞으로 흘리게 된 피 한방울까지도!”
백천의 것이었다.
“모조리 화산의 것이다.”
제가 뱉은 말을 기어코 지켜버린 미련한 제자의 것이다.
“당장내놔!!”
작은 길목을 가득 채운 청명의 포효를 신호로 화산오검은 과거 백천이었던 것을 향해 달려들었다.
붉은 꽃밭에 둘러쌓인 천마는 달려드는 화산의 제자들을 무감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바야흐로, 100년 전에 약속된 전쟁의 시작이었다.
우리 동룡이 내놓으라고 소리치는 청명이가 보고싶었을 뿐.
백천이 천마면 아무도 죽지않고 제일 먼저 죽을 수 있는거 아닐까? 깔깔
웃기지말고200살까지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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