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무를 위해

Zealots

줄리엣 클락>헤이즐 콕스

-그래, 그럼. 인사하는 것도, 네가 원하지 않으면 자제할게.

당신이 농담처럼 뱉어내는 말을 듣는 표정이 적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미덕이라, 지나치게 잘 교육받은 탓이다. 네 기숙사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수다를 떠는 소리에 묻혀 나직한 대답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비슷한 교육을 받아 그중 가장 조용한 편인 테이블에 앉아 있더라도 한 공간에 앉아 있는 이상, 잉크가 물에 퍼지듯 영향을 받을 수밖에 있으므로.

슬리데린에 가고 싶지 않았던 순혈 가문 막내딸과, 슬리데린에 가기를 원했던 혼혈 외동딸이 있다. 당신이 콕스도, 넛츠도, 어쩌면 헤이즐도 저 멀리 떼어놓고 홀로 서고 싶다는 욕망을 그녀는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하였으나, 줄리엣이 그것을 부정할 수밖에는 없는 것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이해하기 때문에. 따라서 당신이 눈에 띄었던 것은 오히려 당신을 둘러싼 그 눈부신 휘광 안에서도 끝내 희미하게 불타며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욕심껏 빛나고, 꿈을 꾸기 때문이다. 당신이 체념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같은 기숙사에 근처 방을 쓰는 그는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서 봐 왔기 때문이다. 말을 잇는다.

-말은 금세 흩어지는 소리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부여하는 만큼의 힘이 실릴 수 있으니까. 증거를 교환하지 않아도, 나와 네가 잊지 않는다면 그건 의미가 있는 거야. 다른 표식들은 전부 그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을 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마음이 변한다면, 네게 바로 말해주겠다고. …하지만 증거가 필요하다면, 자.

당신의 말이, 고민이, 해명과 변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표정이 시시각각 작게, 하지만 또렷하게 변하는 동안, 어쩌면 당신보다 먼저 알아차린다. 당신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뻗어 오는 손을 보고, 늘 머리에 단정히 찌르고 다니던 은색 핀을 빼 당신에게 건넨다.

-네 머리는 곱슬이라서, 아마 하고 다닐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너도, 네가 하고 다니는 그 흰 리본을 줘. 나도 묶고 다니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냥 갖고 있는 거야. 이름은 만질 수 없지만 이건 만질 수 있으니까. 의심이 들 땐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바로 이게 있을 거야. 그럼 잊지 않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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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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