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무를 위해

Q.E.D.

과제로그/1학년 비행술/줄리엣 클락 w. 제르네우스 맥과이어

“…제른, 진도가 너무 빨라!”

어쩐지 친구들과 과제를 하면 계속 볼멘소리를 내게 되는 것은, 자꾸만 그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과 함께 과제를 하게 되어서가 더해진 결과였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줄리엣이 제르네우스, aka 제른에게 직접 비행술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지만. 그러면서 줄리엣이 간과한 것은, 제르네우스는 아주 어릴 때부터 비행을 한 바가 있으며, 심지어 거기에 타고난 실력까지 더해져, 완전히 초보에게 조언을 주거나 가르치기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따라서…

“정말? 그냥 힘을 빼고, 머리를 비우고, 하늘에 네 몸을 맡기면 된다는 설명의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 건데?”

모든 부분이.

-애초에 왜 하필이면 빗자루를 타고 날아야 하는 거야? 아무리 쿠션 마법을 깔았대도, 솔직히… 불편하잖아. 불안정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그냥 막대기 하나 붙잡고 허공에 뜨는 게 말이 돼? 난 옛날에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서 분명 과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일 줄이야…

궁시렁궁시렁거리면서, 줄리엣은 여전히 땅에 붙박힌 듯 서 있다.

몇십 미터 위에는 까만 망토를 입고 선글라스를 꼈지만 끝이 뾰족한 마녀 모자는 쓰지 않은 제른이 신나게 비행하고 있다. 어제, 그 망할 기자들과(줄리엣은 사실 머릿속으로는 가끔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다) 느꼈던 무력감과 우울은 잠시 털어버리기라도 했는지. 혹은 그것을 털어내 보려는 필사적인 시도인지-그녀는 전자이기를 바란다-허공에서 몇 번이고 쉬지 않고 공중제비를 도는 것을 보면서 줄리엣은 잠시 조용히 그 모습을 보며 서 있다.

가끔씩 뛰어다니는 것은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짧게, 가벼운 체조나 사교 댄스(이건 좀 힘들긴 했다) 외에는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숨이 차는 몸이고, 섬세하고 꼿꼿하게 서 있는 법은 알지만 크고 격렬한 동작은 생전 한 적이 드물다. 어쩌면 빗자루도 그것을 알아서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줄리엣은 다소 부루퉁하게 생각한다. 제른은 이제 수직으로 비행하는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슬리데린이라는 것과 머리카락이 검다는 것 외엔 두 아이 사이엔 공통점이 거의 없다. 심지어 그 머리카락도 한쪽은 늘 바람에 날린 것처럼 헝클어져 있고, 한쪽은 가지런히 빗어져 핀이나 그런 것이 꽂혀 있다. 성격은 한쪽은 쾌활하고 공상적이며 모험심이 강한 한편, 한쪽은 온순하고 실용적이며 일상적인 것을 선호한다. 한쪽은 키가 작고, 한쪽은 키가 크고. 줄리엣은 살면서 뭔가 잃어버린 적이 손에 꼽혔지만 기숙사 휴게실에는 늘 제른의 소지품이 나뒹굴어, 분실물은 보자마자 제른에게 가져다주면 절반쯤의 확률로 곧바로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고. 또한 혼혈도 혼혈 나름이라서, 평생 자연스럽게 마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산 제른이나 나디아, 노아 같은 아이들이 있는 반면, 한평생 마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머글이나 다름없게 살아온 일라이나 줄리엣 같은 아이들도 있다.

그러니, 수많은 모습과 꿈과 약점과 취미와 슬픔을 가진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애초에 마법사라는 존재가, 마법이라는 현상이자 개념 자체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것을 하나로 정의하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줄리엣은 고민의 한 부분이, 서서히 실마리 하나를 당겨 복잡한 매듭이 풀리듯 해결되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줄리엣? 뭐해?“

어느새 땅에 내려앉은 제른이 앞에 서서 그녀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줄리엣은 방긋 웃으며 손을 뻗는다. 위로- 외치면 마침내 빗자루가 날아와 손에 착, 하는 소리와 함께 감긴다. 그녀의 힘으로. 다른 것의 개입 없이.

“아냐, 이제부터 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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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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