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
줄리엣 클락>스텅 오브라이언
트리거/소재 주의: 수동적 자기파괴적 사고 및 실행 관련 암시(극단적 방식의 저항으로서의 맥락이나,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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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it but nightfall? 그저 해질녘에 불과한 것 아닌가?
-<Easter, 1916>, W. B. 예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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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텅 오브라이언. 나는 네 동료가 되고 싶었어.
“…그래? 몰랐구나. 우리 둘 다 많이 바빴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연애하는 동안 줄리엣이 “다른 일”에 마음을 전혀 두지 못했다는 것은, 그 바람에 사이가 극적으로 나빠진 혼혈이며 머글 태생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은 당신까지도 포함한 사실이며, 4학년이 끝나고 그 연인과 좋지 못하게 헤어졌다는 것 또한, 졸업한 슬리데린들부터 저학년 후플푸프들까지 모두가 다 아는 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 당신에게 구태여 따로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내가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또 기만이고 거짓일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소문의 특정 부분은 거짓이다.) 당신은 여전히 내 말과 행동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고, 우리는 1학년 시절부터 친구였을지언정 그 이후로 다른 무엇이 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뒤에 서 있는 나에게 가장 앞에서 부서지고 또 버티는 당신은 슬픔이 되어서, 나는 당신을-이 세계의 부조리에 순응하고 부역하며 살 수 없거나 애초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지키고 싶어 강해지리라 결심했다. 짚고 있던 가족과 연인의 보호를 벗어나고 혼자 서려고 노력했다. 14년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꿨고, 그 결과로 어떤 이들과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으며, 또 어떤 이들과는 멀어졌던 관계를 회복했다. 나는 내 앞에 열렸던 하나의 미래를 닫았고 다른 하나의 미래를 열었다.
그렇게 4년,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년. 여전히 냉담한 당신을 보며 깨닫는다. 여전히, 아직도 충분하지 않았구나. 아니, 당신의 곁에 묵묵히 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애초에 실책이다. 다른 이들은 숱하게 동료가 되겠다고 말했다가도 떠나갔고, 나는 마음으로나마 마음껏 그들을 원망하고 또 그리워했으나 당신은 스스로에게조차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어떻게 내가 당신에게 감히 나의 슬픔을 털어놓겠는가? 대부분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비극인 것을, 선택하지조차 않았던 상실을 겪은 당신에게.
즉, 여전히 나는 당신만큼 간절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당신만큼은 잃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는 충분히 간절했고, 충분히 잃었다고 생각했으나 당신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러므로 깨닫는다. 나에게 당신은 이 생에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애초에 출발선상이 달랐음에도, 느긋하게 기다려 달라 말하기에는 갈 곳이 너무 많은 사람. 세상에게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 많아서, 나 하나로는, 우리로는 여전히 다 아물 수 없는 사람이다.
이미 잔뜩 흐려진 물에서 아무리 불순물을 걸러내 보려고 휘젓고 용을 써도 남는 것은 낮아진 수면일 뿐이다. 유일한 방법은 더 맑은, 새로운 물을 압도적으로 부어 그 조금의 티는 쓸려나가거나 보이지도 않게끔 만들어내는 것뿐인데, 그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가 하면….
…여기에서 멈춘다. 어쩌면 아직 늦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신도 언젠가 말했듯이, 잘못된 부분을 깨달았으니,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한 방울씩 물을 모아,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도. 그러나,
이 시점의 노력은 기만이다. 당신의 동료가 된다는 것은, 이번에는 (주제넘게도) 내가 당신의 슬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미래에 대한 계획과 다짐과 약속 이전에, 나는 이 영국의 땅을 살아서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타협을 배우고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어른이라면 나는 영원히 열여덟의 아이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가 가고 수많은 정책이 집행되고 어떤 어른도 정부도 장관도 우리의 산산이 부서진 꿈을 뒤돌아보지 않는 동안 막연한 생각은 글자가 되고, 글자는 문장이 되어. 마침내 졸업이라는 이름의 추방이 다가왔을 때 나의 작별 인사는 먼저 깃펜을, 연필을, 그러나 필요해진다면 지팡이를 들고, 끝의 끝까지 손에서 놓치지 않는 몸짓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비극이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알기에 어느 한 사람도 해치고 싶지 않으나 도리어 그렇기에 숨이 붙어 있는 한 발버둥칠 것이기 때문이다…. (아는가 먼 대륙에서 배에 실린 어떤 이들은 뭍에 닿아 노예가 되기 전 사슬을 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자유로운 삶이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원했기 때문에) 나는 세상에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고, 수학과 예술과 인간을 아름답다 여겼으며. 친구와 차 마시는 시간과 춤과 노래와 밝은 내일을 사랑했으나 그 모든 것보다도 이 세상을 위험할 정도로 사랑해 버렸기 때문이다. 끝까지 헛될지라도 기대하고, 하찮더라도 소망할 것이며, 세상이 우리에게 사과하기 전까지는 용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 더 미련이 있는 쪽이 패배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거리가 이번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응, 기억나, 그런데 그냥 수줍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잖아, 내 생각엔 그런 협박은 아닐 것 같은데, 아마 네가 더 잘 알겠지…. 하고 당신의 말들에 맞장구치며 끄덕이는 것은 이런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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