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에 순응하다
영화 <컨택트> 후기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의 소문은 많이 들었었다. 외계와의 조우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말고는 정보가 없었지만 휴머니티에 대한 영화라는 말은 자주 들었다.
SF와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메세지가 그러하듯,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피할 수 없듯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말은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컨택트>에서는 그 주제를 조금 비틀어서 보여준다. 주인공 루이스의 기억은 비선형적으로 흐른다. 적어도 영화 내에서, 그리고 루이스가 겪는 시간 속에서 그 기억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외계의 존재인 햅타포드와 접촉하면서 루이스의 기억은 과거와 미래, 현재가 구분 없이 뒤섞인다. 시청자로 하여금 미래의 기억을 마치 과거 있었던 일처럼 보여주고 루이스 역시 그것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영화의 중간, 루이스가 햅타포드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면서 말한다. 기억 속에서 보는 자신의 딸에 대해서, "그 아이는 누구죠?"
루이스는 중국 장군의 마음을 바꿀 말을 알고 있고, 자신이 남편과 헤어지고 딸은 희귀병에 걸려 죽을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다기 보다는 인지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은, 그 중에서도 파편적인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혼란스럽다. 그것을 연결하는 것은 루이스의 직업이 언어학자라는 것과 연결되는 듯 보인다. 전혀 모르는 언어과 조우했을 때, 그리고 그 언어와 나의 언어를 연결하는 것은 루이스가 미래와 현재의 기억을 연결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결론적으로 루이스는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에 순응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때문일까? 우리가 운명의 흐름 앞에 무력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슬픈 일이 있을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곳으로 뛰어드는 것은 어쩌면 그 과정 속에 있을 사랑이나 행복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단순히 일렬로 나아가지 않듯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평행하게 일어나지 않고 교차한다. 어쩌면 그게 우리의 인생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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