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리뷰

<클로즈> 영원한 상실

영화 <클로즈> 후기

*영화 내용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정리하자면 어린 소년 레오와 레미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레오와 레미는 태어났을 때부터 친구였던 사이다. 가족들끼리도 가까운 그런 형제 같은 사이. 그들은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 호모포비아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레오는 레미를 멀리 한다. 레미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레미가 죽고 나서 레오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레오와 레미의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레오는 레미가 죽은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레오가 레미가 죽은 것이 자신이 그를 밀어낸 탓이라고 고백을 들은 레미의 엄마는 레오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레미의 엄마는 레오를 안아주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언뜻 보기에는 결국 레미의 죽음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레미의 죽음과 그와의 이별은 영원히 낫지 않는 상처로 남아서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낙인처럼 죽을 때까지 따라 붙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떠오른 친구가 한 명 있다.

레오와 레미처럼 태어날 때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커온 친구다. 중간에 두 번 크게 싸우고 몇 년을 안 보기도 했고 이후에 다시 화해하는 것을 반복해왔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된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곁에서 친구로 남지 않기로 했다.

말은 깔끔하게 끝낸 것 같지만 싸우는 과정은 흉하고 상처만 남았다. 근 15년 정도를 알고 지낸 친구와 그렇게 멀어지고 영원히 이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친구와의 일로 정신 상담도 받았고 나쁜 선택을 한 적도 있었다. 만약 내가 그때 죽었다면 그 애에게 나는 레미같은 존재로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동시에 그 친구와 절연하고 엄마에게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같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그 친구가 언제든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무엇을 투영해서 보고 있었던 걸까. 나 자신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지금도 그 친구를 떠올리면 그립다. 그렇게 나쁜 말로 서로를 욕하고 싸우고 헤어졌으면서도 나는 아직 그 친구를 그리워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 앞으로도 과거를 생각하면 그 친구에게 상처받았던 것만큼이나 그 친구와의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고 나는 그 친구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쓸모없는 고민을 계속 할 것이다.

영원한 상실은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위로 받으면서도 상실만큼 영원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별은 끝에 있고 끝나고 나면 소중했던 것들은 기억으로만 남은 채 부스러져서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 하는 것은 영원한 상실이 있고 난 후에도 영원한 아픔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결국엔 통증은 무뎌지고 상처는 낫는다. 기억은 잊혀진다. 그러기를 바라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살면서 무수한 상실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몇 번이고 잊으며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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