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맛 여름>
tmi) 궁타듀밸리는 4월에 시작하여 10월에 끝나는 반년짜리 컨텐츠였다.
여름. 그림자 없이 내리쬐는 햇빛과, 높은 채도를 자랑하는 하늘을 가진 계절.
온 세상이 찜기가 되는 날씨지만, 이곳. 천하제일검가 대 명문정파 남궁세가 삼공자 초 절정급 고수 창룡검 바른생활 MZ 무림인 협객 남궁혁과 그의 추종자들이 거주하는, 남궁세가 자취분가에는 시원한 바람이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다.
널찍한 정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만두들의 앞에는 조그마한 과일 알갱이가 잔뜩 든 바구니가 하나 놓여있었는데, 어찌나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인지 모두 바구니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 많은 블루베리는 다 뭡니까, 대협?
내가 직접 기른 농산품이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지.
여름 제철 과일이고, 지금이 가장 신선하고 싸다 싸! 대협은 모두에게 블루베리를 권하며 신들린 홍보 멘트를 선보였다. 몇몇 만두들은 이달의 우수 세일즈맨에 선정될 법한 현란한 말솜씨에 박수를 쳐보였고, 다른 몇몇은 통통한 블루베리를 집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나 잠깐 우물 좀 다녀오겠네. 남궁혁은 ‘우물’이라고 쓴 표지판을 비뚜름하게 세웠다가 이내 냅다 뒤집어 세워두고는 총총 사라졌다.
우물 표지판 바로 세워줄 키 큰 만두 구함.
궁타듀밸리는 실존한다! 그럼 우린 허수아비인가?
광고성 멘트 무슨 일이야? 근데 맛있긴 해, 블루베리.
어, 블루베리 팔아서 인생 역전 노리신다나 봐.
근데 다 팔아도 이사로 뚫린 지갑 구멍이 다 안 막힐 것 같은데..
그럼 인생 역전은 아니고 인생 여전~.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만두의 뒤로 남궁혁의 뚱한 얼굴이 불쑥 솟아났다.
말... 다 했는가?
끄아악!!!!
전 블루베리 사려고 했어요. 블루베리 인생 역전 무조건 가능.
살려주세요. 집에 토끼 같은 셰인이 기다리고 있어요.
만두야, 널 사랑하지만 너 지금 헛소리한다.
대협은 거꾸로 세워놓은 우물 표지판을 거두어 옆자리에 두고 앉으며 투덜거렸다. 그런 불순한 의도 전혀 없었는데 자네들은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저는 대협을 놀렸습니다’ 팻말을 든 만두가 말했다. 정답! 농부? ‘저는 대협을 두 번 놀렸습니다’ 팻말을 들게 된 만두가 궁시렁거렸다. 정답... 쫌생이..?
정답은 방송인이네.
아~ 까비. 무림인이라고 적었는데.
여기 도전! 창천벨 하는 곳인가요?
만두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킬킬거렸다. 대장 만두는 몇몇 군소리를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여름이라 날이 너무 더워서 다들 지쳐있지 않은가, 작년에 스타듀밸리를 재밌게 보아주었던 생각도 나고... 그래서 준비 해봤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다만. 이런 날씨에도 방송 찾아와줘서 고맙네. 제철 과일 먹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나 좀 나누면 더위도 한풀 꺾이지 않겠나.
블루베리를 하나둘 집어 먹으며 종알거리던 목소리들이 한순간 조용해지고, 시원하지만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소리가 남궁혁의 목소리를 다정하게 실어 나른다. 방금까지 깔깔거리던 좌중에 잔잔한 감동의 울먹임이 깔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건 반칙이에요... 블루베리에서 짠맛 나는데요.
음, 그건 아마도 자네가 울고 있어서 그런 것 같네.
대협 T세요? 훌쩍거림 위로 다시 즐거운 웃음소리가 스멀스멀 피어났다. 여름. 그림자 없이 내리쬐는 햇빛과, 높은 채도를 자랑하는 하늘을 가진 계절. 옆에 가까이만 붙어도 높은 습도에 짜증이 일고, 고개를 들 힘조차 없어 푸르른 하늘의 색채를 볼 겨를조차 없는 나날.
하지만 또한 여름, 갓 따온 블루베리 한 알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에서 즐거움을 주는 나날. 새파랗게 변한 혓바닥 하나로도 이야깃거리가 되는 하루하루.
대협이랑 함께라면, 여름도 별것 아니네요.
오히려 기대돼요, 여름 컨텐츠도.
여름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날이 그렇겠죠?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
맑고 푸른 하늘, 창천을 뒤로하고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즐거움이 보장된 하루를 기약하며.
tmi 2) 저의 스타듀밸리 플레이타임은 약 1200시간이랍니다
더 세컨드 궁타듀밸리가 오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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