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후,”

“수고했어”

복잡한 일을 끝내고 한숨을 푹 내쉬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아오는 수건을 낚아챈 하루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서 다가오는 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현장까지는 웬일이야?”

“걱정이 되서”

이번일, 꽤나 무리했잖아? 이야기 들었어.

“아아”

하루키는 루이의 말이 어느 지점을 지칭하는지 깨닫고는 소리를 내었다.

뭐, 별거라고.

“잠깐 앓고 나면 끝나는 일 이었는걸”

“원래는 내가 쳐내 줬어야 했던 문제였어”

“그 자리에 네가 일부러 없었던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 말하며 하루키 는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움직였던 것에 비해 과하게 잔뜩 상기된 얼굴 이었다. 상기된 얼굴이 방금전 거하게 움직였기에 생긴것 만은 아닐터 였다. 떨리는 눈동자, 상기된 듯한 눈빛. 어떻게든 제어해보려는 하루키의 모습이 루이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갑작스런 도쿄쪽 문제에 급히 갔다오느라 정작 나고야의 일을 방치해야 했기에, 저절로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깊어진 루이의 눈빛에 하루키는 가볍게 툭 쳤다.

신경 쓰지마. 정 뭣하면,

“보고서나 없애줘. 좀 쉬게”

“나중에 제출 하도록해”

“엑”

치사하게.

보고서를 빼먹는건 안되지.

루이는 씩 웃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뒷처리는 내가할 테니 돌아가서 쉬어. 서류를 손에 들고 팔랑팔랑 흔들며 떠나는 루이를 바라보던 하루키는 벗어뒀던 겉옷을 집어들었다. 뒷처리를 소장님이 해주신다니 자신은 편히 쉬러가는 일만 남았다. 흔들리며 초점이 잘 안맞는 시야에 눈을 꾹 한번 누른 하루키는 사무소로 복귀를 알렸다.

 

***

하루키가 복귀했다. 지친 몸으로 땀을 닦은 수건은 케비넷에 넣었다. 마츠이씨가 건네는 서류를 받으며 사무소에 복귀를 알렸다.

“복귀했습니다.”

“크리쳐 처리, 수고했어요. 이 서류는 소장님이 아토씨 오면 넘기라는 서류.”

“감사합니다.”

 

마츠이는 하루키에게 서류를 넘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책상 가득, 서류는 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갑갑하게 쌓여있다.

“마츠이씨, 아직도 그렇게 서류가 많아요?”

“말도마요. 요즘 이능력자 습격으로 사방팔방이 시끄럽잖아요”

서류가 끝이 날 생각을 안해요~

마츠이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아토씨 에게 넘겨준 서류도 이능력자 습격에 관련된 서류라구요.

“요즘 이능력 조직들이 난리예요. 최근에는 길드 소속 이능력자도 습격 당해서 조직들이 정보를 싹 다 잠궈서 정보 교환도 여의치 않구”

한탄이 섞였다. 모든 정보들이 수작업으로 공유가 되고 있어 마츠이의 책상에서는 서류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듯 보였다. 같이 대화를 하던 히오키도 한숨을 푹 쉬었다.

“덕분에 저도 바빠졌어요… 이것들을 다 파일로 옮겨야하니 이제 눈이 침침 할 지경이예요”

눈을 마사지 하며 히오키가 말했다. 그의 책상에도 가득한 서류는 고충을 알려주려는듯 높게 쌓여있었다. 같은 처지에 힘내자는 듯 그 등을 마츠이가 두드렸다.

“마츠이씨, 이거. 소장님이 별다른 말은 안하셨나요?”

두사람의 대화를 배경음 삼아 건네받은 서류를 읽던 하루기가 말했다.

“아.네. 별다른 말은 없었어요”

마츠이의 말을 들은 하루키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한번 서류를 들췄다. 무슨 문제가 있는듯까지 한 모습에 마츠이가 의문을 표했다.

“서류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뇨아뇨, 문제 없어요”

하하, 가볍게 웃는 얼굴로 웃었다. 그저 단순히 이능력자 습격에 대한 정보뿐이라.

“저에게는 다른 일이 주어질 것이라고 하셨거든요”

라며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하는 아토의 두눈은 드물게 떠있는 상태였다.

 

그날밤, 모든 직원이 돌아간 사무소에는 두사람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계의 웅- 소리와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만이 적막한 사무소를 채우고 있었다.

“마츠이씨를 통해 건네준 서류.”

적막한 사무소에 목소리가 울렸다. 하루키는 오토와 탐정 사무소의 소장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의 친우를 향해 받았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거, 뭐야?”

“단순히 이능력자 습격에 대해 정리한 서류다.”

“나도 글자 읽을줄 알아. 뭐냐고.”

왜 습격에 대해 정리해 놓은 서류에 3년 전 크리쳐 폭주사태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냐고 묻고 싶은거야.

하루키가 적갈색의 눈동자를 들어내며 물었다. 루이의 검은색 눈동자와 적갈색의 눈동자가 얽혀들어갔다. 모든 것 을 담아내는 검은색 과 타오르는 적갈색의 대치가 이어지나 싶었던 순간, 루이가 입을 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소리지”

담담히, 읇조리는 말에 하루키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때, 분명히 마지막 뒷처리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거 확인 했잖아”

“뭐, 진작에 빼돌렸다거나. 아님 그곳말고도 더 있었을수도 있지”

가능성은 많다는걸 잘 알고 있을텐데, 하루키.

하아…

하루키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서류에 적혀있는 내용 대로라면, 더 이상 단순한 습격사건이 아니었다.

쯧. 혀를 가볍게 차고는 입을 열었다.

“어쩔꺼야? 루이”

“뭐, 좋든 싫든 엮이게 되겠지”

루이는 약간의 한숨을 담아 말했다. 표현이 들어나지 않는 얼굴은 드물게, 미간의 찌푸림이 들어나있었다. 괜한 서류만 하루키의 손에서 구겨졌다.


아토 하루키. 오토와 탐정사무소 소속 이능력자 인 그는 드문 복합 능력자 였다.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친우가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 였다. 그렇기에 다들 능력은 뛰어나지만, 별 볼일 없는 능력자 였다고 평가했지만, 3년전 그 사건을 기점으로 이능력자 아토 하루키의 평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하루키. 급한일이 없으면 바로 소장실로 들어오도록”

다음날, 평상시 보다 조금 늦은 출근을 한 하루키는 도착 하자마자 오는 호출에 곧바로 소장실로 향했다.

“소장님, 부르셨다고”

“우선 앉도록”

소장실에 비치된 쇼파에 앉자, 탁자에 세장의 서류봉투가 놓여졌다. 그중 제일 얇은 서류에 손을 뻗어 열어보니 안에는 이능력 임무에 관한 서류와 같은 일에 참여 할 이능력자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소장님, 이건?”

“이번 이능력 임무에서 함께할 도쿄지점의 직원이다. 3년차이고 방어계열 이능력자 다.”

“어째서 도쿄지점의 이능력자가 이곳 나고야 에서 첫 임무를?”

하루키는 이번 임무를 도쿄직원과 함께 수행한다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그야, 도쿄지점은 크리처 처리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곳 나고야는 정보만 다루기에 나고야 지점의 인원이 도쿄로 가는것이면 모를까, 도쿄의 직원이 나고야로 오는 것은 특이점이었다.

“요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으니… 인원부족으로 나고야에서 첫 임무참여를 시작 하게됐다.”

그래도 나고야는 정보조직이니 난이도 있는 임무는 아니야.

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옆에 놓인 두꺼운 서류봉투들을 집었다. 아무말없이, 읽어보라는듯 약간 손을 흔드는 모션과 함께 건네져오는 서류를 받았다. 보기보다 두툼한 서류봉투들이었다.

“길드쪽 임무 였다만, 그쪽도 이래저래 쪼들리고 있는 실정이라, 임무를 몇 개 씩 각종 이능력 조직에게 할당하고 있더군.”

“저희쪽에도 몇 개 떨어졌겠군요”

“뭐, 그렇지. 정보조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하는것들은 다 추려서 돌려보냈으니 큰 걱정 말도록.”

 

***

“분명 큰 걱정 말라고 하셨는데…”

하루키는 눈앞에 벌여진 풍경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서류에는 분명 간단한 정찰임무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어째서 지금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걸까. 옆에서 신기하다는듯 고개를 내밀려는 시나노를 가볍게 제압하며 골치 아파졌다는듯 미간을 꾹 눌렀다.

“와아, 아토씨! 저 크리쳐 실물로는 처음봐요!”

"시나노, 큰소리 내지마."

“그렇지만, 신기한걸요!”

하루키는 시나노의 대답에 헛웃음을 흘렸다. 현재, 두사람은 크리쳐가 가득한 폐 공장부지의 건물벽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었다. 간단한 정찰 임무 라던 서류와는 다르게, 현장 상황은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벽에 매달려 시간을 벌고는 있지만, 오래 매달려 있으면 크리쳐에게 걸릴 것이었다.

큰 소리 내면 크리쳐에게 들킨다고!

하루키는 손끝으로 시나노의 이마를 가격했다. 손끝으로 가격된것에 비해 상당히 아픈듯 으아아 하며 머리를 부여잡는 시나노였다. 생각보다 큰 외침에 하루키가 급하게 시나노의 입을 막고 고개를 돌려 크리쳐의 상태를 확인했다. 자극이 되지는 않았는지, 크리쳐들은 변함없었다. 소리없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뗐다.

“시나노”

“...잘못했습니다.”

엄한 목소리에 시나노는 고개를 숙였다.

첫 현장이라 신기하고 그런 것은 알겠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않아. 나도, 혼자서 이 많은양의 크리쳐를 처리하면서 널 보호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

딱, 두사람만 들릴정도의 작은 목소리 였고, 상황을 정확히 꿰뚫은 말이었다. 지금상황에서 이지역을 벗어나기 위해선, 크리쳐와의 접점은 피할수 없었다. 서류상에 적혀 있던 크리쳐는 기껏해야 8마리 였는데, 실제론 아무리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족히 넘어가는 크리쳐가 있었다. 오차의 존재를 감안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큰 차이였다.

 

최근들어 발발하는 이능력자 습격사건, 급격히 쏟아져 나오는 크리쳐의양, 그리고 습격 사건과 엮여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크리쳐 폭주사태. 이것들을 기가막힌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것일까.

 눈쌀을 찌푸렸다. 답은 없었다. 우선, 소장님께 보낸 정령이 돌아올때까지 안전을 확보해야 했다. 정령이 돌아오기까지 못해도 5분은 더 걸릴터. 슬쩍, 시나노의 넘어에 있는 깨진 창문을 들여다봤다. 돌아다니는 크리쳐는 셋.

“시나노”

“네?”

“능력, 사용해. 건물 내부로 들어갈 꺼야”

 

***

파스슥-

돌가루가 흩날렸다. 매달려있던 건물은 예전 공장의 직원들이 사용하던 기숙사 였던듯, 내부에는 침구류 가 남아있었다. 흔들흔들, 뒤틀린채로 열린문이 앞뒤로 움직이며 소음을 일으켰다.

“와, 역시 아토씨네요!”

시나노가 하루키의 이능력에 감탄했다. 깨진 창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자 마자 방 내부에 있는 크리쳐 3마리를 능력으로 휘감고, 건물 내의 다른 크리쳐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번에 소멸시키는 실력을 내보였다. 시나노의 방어 능력은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는듯 깔끔한 실력이었다.

“뭐, 네 능력은 순전히 너의 안전을 위해서 펼치라는 거였으니까.”

이정도면, 다른 크리쳐를 처리 하지 않고 기척을 감추는 정도로 충분하겠어.

하루키는 근방의 기척을 가볍게 훑고는 앉아있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널부러진 침대의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

켈록켈록-

흩날리는 먼지와 함께 곰팡이 냄새가 퍼졌다. 생각보다 지독한 냄새였다.

“웩- 냄새 진짜 지독하네요”

“여기, 못해도 1년은 넘게 방치되어있던 곳이니까”

“1년…이라기엔 너무 낡지 않았어요?”

“서류상으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길드에서 할당한 임무였다. 이정도의 정보오류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이야기였다. 적갈색의 눈동자가 날카로웠다. 누군가의 시나리오 처럼, 딱딱 놓여지는 조각들은 읽어낼수 없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과연 조각들 뒤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나저나, 저희 어떻게 빠져나가죠?”

첫 임무가 이렇게 위험할꺼라고 생각 못했는데…그래도 아토씨의 실력을 두눈으로 볼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요.

하루키의 상념을 깬 것은 시나노의 목소리였다. 불안한듯, 약간은 초조해 보이기 까지 한 시나노의 모습에 하루키는 두눈을 감았다. 불안해 하는 사람 앞에서 날 세우고 있는 모습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정 안되면, 자신없어도 강행돌파 시도해보지 뭐.”

널 안전하게 보호할 자신이 없는거지 저 정도의 크리쳐 처리는 할만한 수준이니까.

상황이 좋지 않아도 크게 긴장하지 말라는 듯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첫임무부터 유래없이 크리쳐 처리에 참가한 직원으로 도쿄쪽에 소문나도 괜찮겠다. 시나노도 이참에 처리해보는거, 나쁘지 않는 것 같은데.

엑, 저는 유명인사 되고 싶지 않아요!

정말 싫다는듯, 온몸으로 표현하는 시나노였다. 상상만 해도 진절머리 난다는듯이 질색하는 모습에선 더 이상 불안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시나노의 안정된 모습에 하루키는 창밖을 내다봤다. 여전히 검은 형태의 크리쳐가 무리를 지어 질질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외곽의 폐 공장부지 라고는 해도 건물 외부의 크리쳐만 백여마리가 가까이 있는건 이상한 일이었다. 이만한 양의 크리쳐가 이렇게 좁은 지역에 모여있는것은 본 적도, 들은적도 없었다.

쫑긋.

창문밖으로 두 귀가 튀어올라왔다. 녹음의 빛을 품은 여우가 고개를 뾱 내밀었다. 소장님께 보낸 정령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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