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힐데른)

잭힐] 매를 길들이는 법

쥬님 생일선물(단문)

*쥬(@Roairiberry)님께 드릴 생일선물로 작성된 단문입니다.

*카이로스 시점

*잭힐인데 힐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짧습니다.(생일선물로 드리는 글은 당일생성 당일 전달을 목표로 하여 대체로 1500자 전후의 단문입니다.)


어쩌면 자유롭게 살 수 있었으리라. 카이로스 자신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힐데베르트를 따르기로 결심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응사(鷹師)의 행방이 묘연해져 시치미가 떨어진 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진 매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저를 놓아준 이의 어깨에 앉았다.

그의 곁에 앉는 순간부터 창공을 활공하는 것에 허락이란 것이 필요해지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이라는 것을 처음 할 때 쯤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던 옛 친구와 싸워야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좋아하는 것들과 싸우고 그들을 죽여야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그럼에도, 자네의 곁이 좋았다는 이야기지.”

“그게 이런 의미까지 포함되는지는 몰랐다만….”

깍지를 낀 손이 민망한지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꼼지락 대는 그를 보며 카이로스가 물었다.

“내가 또, 자네를 곤란하게 하고 있나?”

“…그런 건 아니야.”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성실하게 대답해 오는 힐데베르트를 보며 카이로스는 기쁘게 웃고있었다.

그의 얼굴이 자신으로 인해 붉어지는 광경은 늘 보기가 좋았다.

언젠가 말했던, 게임을 만들지 말 걸 그랬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카이로스는 그의 대장에게 의무라는 족쇄를 채워놓고 괴롭게하고 싶었던게 아니니까.

하지만 카이로스는 Form K를 만들었기 때문에 힐데베르트가 자신을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사역사인 카이로스가 마물들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카이로스와 카일이 소꿉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냥한 그의 대장은 그를 전쟁터로 부르길 주저했을 것이다. 만의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그를 불러들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혹시라도 카이로스가 K를 만들지 않았다면, 힐데베르트가 청색병에 걸려 열이 오른채 찾아간 동족은 카이로스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감정전이를 받는 일도 없었겠지.

힐데베르트가 자신을 모른척하는 카이로스를 보며 느끼는 서운함, 생을 누리는 그를 보고 느낀 묵직한 기쁨과 안도. -그의 진심을.

힐데베르트를 괴롭게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의 진심을 전달받을 첫 기회를 놓치기엔 카이로스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아이같은 면이 있었고, 아이스러운 그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러니 카이로스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K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편지를 남기리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열이 오른 그에게 직접 찾아가는 것도 괜찮겠지.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그 규칙을 제정한 것은 힐데베르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우두머리 역할을 했던 요우이고, 카이로스의 대장은 요우가 아니니까.

그는 마지막 전장에서야 힐데가 아닌, 성녀에게서 부름받아 나오게된 이들을 생각했다. 그는 그들처럼 대장에게 불려지기만 기다리다 곁에 설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힐데베르트의 곁에는 그가 그렇게나 사랑했던 친우인 백작가의 삼남도 제국의 첨예한 발톱도 없었다.

그의 상냥한 대장이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괴롭지 않게, 곁에서 지탱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자신이어도 되지 않겠는가.

자유롭던 그에게 자유가 아닌, 그의 곁을 선택하게 했으니 자신 또한 그에게 애정을 부어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도록 할 것이다.

카이로스는, 잭 블랙은 타고난 승부사이다. 그는 지는 승부를 하지 않았다.

지금 제 손을 잡고 있는 연인에게, 옛 친우를 떠올리기보다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도록 끈질기게 그의 곁에 서서 보폭을 맞춰 걸어갈 것이다.

그는 그러기 위해 곁에 왔으니까.


*응사鷹師 : 매사냥에서 쓰는 매를 맡아 기르는 사람

*시치미 :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하여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


TMI(겸 후기)

매를 길들이고 다루는 응사(鷹師)들은 태어난지 1년이 안된 매(보라매)를 야생에서 데리고 와 1년을 집 안에서 숙식하고 매가 응사에게 익숙해지면 바깥에 나가 함께하며 사냥을 해오도록 한다고 합니다. 매들은 이미 뛰어난 사냥꾼으로, 본능적으로 사냥을 할 줄 알기때문에 사냥하는 법은 가르칠 필요가 없고, 방 안에서 함께하는 1년은 사실상 길들임의 과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약 3년정도가 지나면 아무리 힘들게 길들인 매라도 자연으로 되돌려보내준다고 합니다. 그게 야생성이 남아있는 매를 위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그렇게 매는 인간(응사)과의 공존을 배운 후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부족에서 나고자라 자유롭게 지내던, 한마리 매와 같은 남자를 제국으로 데려가 손등에 입맞추도록 만든 황제는 결국 그에게 진심어린 충성을 받아내진 못했습니다.

진심어린 충성을 받아낸건 그럴 생각조차 없었던 힐데베르트지요.

제국에서 카이로스가 사고를 칠 때마다 수습하러 뛰어왔던,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던 친구의 친구.

힐데베르트는 자신을 따랐던 휘하의 기사들 대부분을 마지막까지 불러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불러들인건 힐데베르트를 걱정했던 델테이였죠.

그걸 생각하면, 어쩌면 힐데는 카이로스도 불러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뛰어난 사역능력을 가졌으니 (강제로 붙들려온 린처럼) 불러와 함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오두막조라 불리는 타이탄들은, (특이 케이스인 린을 제외하면) 모두 스스로 힐데를 찾아온 이들이죠.

더는 상실을 겪고싶지 않은 힐데는 동족들의 무사함만 확신할 수 있다면 아무도 불러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 자신의 사적이고 묵직한 감정을 전이하고 그 곁에 서겠노라 공언한 남자는, 단순히 충성심만을 가지고 있진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저가 아니라도 그의 곁에 설 방법은 있었을테니까요. 그리고 잭블랙은 타고난 승부사로, 지는 승부를 하지 않죠^^ 그가 힐데를 마음에 품었다면 힐데는 어느순간 함락되어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썼습니다,만 제대로 전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서(제가 잭힐을 거의 연성해보지 않았어요ㅠㅠ) 구구절절한 TMI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트위터 AI이슈로 인해 TMI도 글리프에다 남기게 되네요.

제목의 매는 카이로스이기도 하지만 힐데이기도 합니다. 길들여져 떠나지 않게된 매ㅎ… 표현이 어렵다…

생일 축하드리고, 부디 마음에 드시길 바랍니다ㅠㅠ

  •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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