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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P] 하늘에서 토끼가 내려와 하는 말! 2

어느날 블랙배저 본부 앞에 열린 포탈에서 떨어진 레이 이야기

[NCP] 하늘에서 토끼가 내려와 하는 말!

W. 분점주


축약하자면 레이의 이야기는 이랬다. 평소와 같이 인간들 틈에 섞여 자주 가는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가다가 발을 헛디뎠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이었다.

요우는 기가 막힌 심정으로 레이를 보았다. 그가 세 소드마스터들 중 힐데베르트와는 다른 유함이 있는 자인 것은 알았지만 백작가 귀족 출신답게 빈틈은 없는 이였다. 그런데 어째 세 살배기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만 같은 상황인지라 그 안의 평가가 조용히 깎이는 중이었다.

반면, 최윤은 다소 흥미로운 눈초리로 레이를 훑어보았다.

10단계 크리처-레이 르뉘르.

1차 전쟁 당시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수많은 생명을 삽시간에 먹어 치운 인류 역사상 최고, 최악의 존재. 그 10단계 크리처가 제가 기억하는 존재가 아닌 그보다 더 과거의 존재로서 현현했다. 하필이면 포탈 사고에 휘말려 무려 약 80여년의 세월이 지난 이 시대에.

이게 진짜라면 이번 소동은 단순 포탈 사고가 아닌 굉장히 흥미로운 안건이 되어줄 수 있었다. 포탈 사고에 휘말린 인간 중 세월이 흘러 다시 떨어져 나온 사례는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사라진 이가 시간의 수순에 맞는 세월을 지나 현재에 다시 나타나는, 현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이었다.

과거와 미래의 타임라인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 그런데 가장 굵고 중요한 타임라인을 가진 과거의 존재가 과거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사라진 지금, 앞으로 미래에 해당하는 본인들을 포함해서 지구의 현 상황과 지난 두 번의 전쟁은 모두 어떻게 되는 거지?

그의 학자로서의 흥미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스카와 길버트는 그가 보기 드물게 눈을 반짝이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 그를 말릴 수 있는 이가 없다는 것을 깊이 통념 했다.

한편 작은 기기를 통해 회의실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듣고 있던 아미와 예현은 윤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이마를 짚으며 허리를 숙여 앉은 예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을 느꼈고, 아미는 곧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에 반면, 힐데베르트는 더 없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그립고 그리운 이의 목소리가 사무치게 슬펐다. 열이 오르는 것인지 오한이 들어 몸이 덜덜 떨리려는 것을 겨우 붙잡아두었는데. 하필이면 그가 위태롭지만 평화로웠던 지구에서의 삶을 살던 레이라니.

파란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맞춤 정장을 자랑하던 때가 떠오르자 쓴물이 빠르게 입 안을 적셨다.

그렇게 이야기는 흘러간다.

코어 안에서의 삶에 적응해 가던 레이가 프락치가 공급하는 물자가 오가던 기차에 몰래 숨어든 카일이 센터코어까지 당도해 그와 재회하기까지는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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