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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힐] 신관과 기사 1

신관 힐데와 기사 카일의 이야기

[카힐] 신관과 기사

W. 분점주


쿠르트아 지역은 제국에서도 제법 외진 곳으로 양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드넓은 초원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높다랗게 서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작은 신전이 하나 있었다. 제국의 땅을 밟고 사는 이들이 모두 모여 품에 안아도 턱없이 모자랄 신을 모시는 곳이었다. 서쪽 부대의 어느 기사는 황제의 명이라며 자안의 소드마스터가 내린 지령을 받아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도착지까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 마지막으로 여독을 풀 수 있는 마을. 필연적으로 들러야 했던 그곳에서 기사는 새하얀 신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어깨를 적당히 감싸는 펠레그리나 아래로 툭 떨어지는 핏의 하얀색 원단, 숭배하는 신을 닮은 금색 자수가 새겨진 지마라. 그 신관은 구릿빛 피부와 달리 모든 것이 새하얘 여태껏 봐온 어느 신관들보다도 가장 그 옷이 어울리는 이였다.

"아, 카일 경."

"…안녕하십니까. 신관님."

"네. 안녕하셨어요."

샐쭉하니 웃는 신관과 멍한 시선으로 그를 담는 기사, 카일.

"이제 떠나시는 건가요?"

자신과 똑같은 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기이한 신관. 그가 보는 이 신관은 필경 검을 잡았을 손으로 양을 모는 일과 성가를 부르며 기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이였다.

"예. 하루 속히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라는 명입니다."

"그러시군요. 매일 저희 신전을 찾아주시는 분이 이제 없겠네요. 아쉬워요. 경의 이야기를 듣는 건 정말 즐거웠는데."

카일은 나긋나긋한 소리를 만드는 붉은 입술에 시선을 둔 채 귀를 기울였다. 처음 그와 어떻게 만났더라. 그런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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