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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힐] 신관과 기사 2

신관 힐데와 기사 카일의 이야기

[카힐] 신관과 기사

W. 분점주


양들을 몰아야 하니 괜찮다고 거절했으나 돼지의 피와 뇌수가 묻은 끔찍한 지팡이로 그건 무리지 않겠느냔 설득에 얻어타게 된 거였다. 기사들은 처음 하는 양몰이일 텐데도 곧잘 양을 몰았다. 그들은 원을 그리면서 독특한 행군을 이어 나갔다. 가장 선두에는 역시나 카일이 있었다.

힐데가 카일의 허릿자락을 움켜쥔 채 키득거렸다.

"왜 웃으십니까?"

"기사님들이 제 양들이 뛰쳐나갈까 잔뜩 긴장해 계신 듯해서 재미있어서요. 기사님들은 왜 이곳까지 오셨나요?"

"황제의 명이었습니다. 지령을 내린 건 다른 이었지만. 이곳 국경 지대에 마물이 몰리는 건 알고 계십니까?"

힐데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런데 왜 피난을 가지 않으십니까? 현재로서 쿠르트아 지역이 피해가 가장 커질 텐데요."

"…굳이 갈 이유가 없어서 일 거예요."

카일은 그게 무슨 소리냐 묻고 싶었으나 어느새 마을에 다 다르자 그가 이제 내려 달라며 요청을 해왔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날 이후 카일은 3일만 머무르려 했던 쿠르트아 마을에 열흘 동안 체류했다. 황명을 수행 중임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짓임을 알았지만 서쪽 부대 기사들 중 어느 누구도 카일에게 불만을 갖진 않았다. 그동안 그는 매일같이 신전을 찾았다.

처음에는 대피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려 했다. 그러나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저 행위가 아름다울 일이었던가? 카일은 멍청한 생각을 하면서 힐데베르트를 훔쳐봤다. 기도가 끝난 힐데베르트는 쿡쿡 웃으며 카일을 보았다.

"계속 훔쳐만 보실 건가요?"

그 말에 카일의 귀 끝이 붉게 피어났다.

"방해가 될 성 싶어…."

힐데베르트는 또 다시 웃었다. 재밌는 사람이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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