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ivision]카레자와 카오루X사나다 츠즈루 창작론 대담
상대의 노력을 모르면, 질투심은 강해진다? 카레자와 카오루X사나다 츠즈루가 함께 이야기하는 「창작을 둘러싼 고민을 다루는 방법」 (인터뷰어 / 하라다 이치보@HEW)
※2023년 6월 23일 기사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원문의 문장이나 표현을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쓰이는 표현을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갈음한 부분이 있습니다.
만화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카레자와 카오루 선생님이 인기리에 연재하신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오는 6월 23일부터 『오타쿠의 즐거운 창작론』이라는 타이틀로 문예춘추에서 발매될 예정입니다. 「원작을 무시한 2차 창작이 신경쓰인다」나 「늦게 입덕하는 바람에 연성에 대한 감상을 얻을 수 없다」, 「존잘 창작자의 방정식이란?」 등등,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도!」라고 말하게 될 정도의 내용들입니다.
띠지 코멘트를 담당한 것은 「동인녀의 감정」(원제 : 「내 장르에 「신」이 있습니다」)(이후 국내 정발명으로 표시합니다.)로 알려진 만화가 사나다 츠즈루 선생님입니다. 창작활동에 얽힌 희비의 엇갈림을 깊이 아는 작가 동지로서, 각자가 안고 있는 「삶의 괴로움」에 대해 적나라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나다 츠즈루
SNS에 작품을 투고하고 있다.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의 감정, 그 진폭의 극한을 그려낸다.
카레자와 카오루
1982년생. 무직. 「크렘린」 (고단샤), 「패배의 기술」 (고단샤), 「추녀의 숙원」 (오오타 출판) 등 다수의 책을 출판했다.
취미는 에고 서치.
│고민하는 감정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사나다 선생님은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을 이전부터 읽고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사나다 동인녀 만화를 그리는 인간으로서 테마가 무척 가깝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 상담이던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는 고민 뿐이어서 한결같이 공감할 뿐이었습니다.
─카레자와 선생님께서도 『동인녀의 감정』을 읽으셨다고 들었는데 소감을 알려주세요.
카레자와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계기」를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 감상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을까요? 어떤 에피소드든 간에 희망을 품은 마무리였고, 「설령 고민 자체는 해결되지 않더라도 절충해나갈 수는 있구나」라는걸 느끼게 해줍니다.
─동인녀 만화를 그리기 위해 사나다 선생님께서는 취재나 사전조사등을 하셨을까요?
사나다 취재다운 취재라고 한다면, 「당신의 창작활동에 얽힌 『감정』 에피소드를 알려주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지를 모집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려 500건 정도의 답변이 모였고, 글자수 약 2천, 3천자 수준의 장문 답변도 많이 있었습니다.
─카레자와 선생님의 고민 상담도 일단은 전문 400자 이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만, 역시 장문의 질문이 찾아옵니다. 그만큼 큰 감정이 있는 것이겠지요…! 카레자와 선생님께서는, 그러한 고민 상담에 회답하는데 있어 유의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카레자와 상담하러 온 사람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 지나친 생각이에요." 이 한 마디로 끝내려면 끝낼 수 있는 상담 내용도 있지만, 여러분 모두가 진지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을 테니까, 그 진심 어린 감정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해. 당신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라는 스텐스를 유지하는 걸 의식하고 있습니다.
─『동인녀의 감정』을 그릴 때 사나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부분을 유의하고 계십니까?
사나다 「내 이야기를 그리지 않겠다」는 부분을 굉장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 그렸기에 독자분들께서 캐릭터들을 응원하고 싶어지는게 아닐까요?
│상대의 노력을 모르면, 질투심은 강해진다
─사나다 선생님 자신께서도 (『동인녀의 감정』 속) 등장인물들처럼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버리고 마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나다 그렇네요……. 특히나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는 만화는 저 자신과 영역이 겹치는 만큼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지라 칭찬이 10개 정도 오더라도, 「당신 만화가 싫어요. 지워주세요」라는 소감이 단 하나라도 오면 「모두들 내 작품을 싫어하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이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강해서 무심코 「프로인 이상 SNS에 올린 작품에 좋아요 n개 정도는 붙어야만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저 자신은 다른 사람의 작품의 좋아요 갯수 같은 거에는 전혀 신경 안 쓰고, 작가가 즐겁게 그린 마음이 전해지는 작품이라면 좋아하게 되는데, 그게 제 일이 되면 갑자기 그럴 수가 없는 거죠.
─자기 자신도 고민이 많은 타입이라면 『동인녀의 감정』을 그리시면서 어떤 테라피를 받는 감각을 느끼진 않으셨습니까?
사나다 정말로 테라피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열심히 하는 아이가 구원받는 이야기는 (그리는) 저 자신에게도 구원이 됩니다. 창작은 자기구제 행위라고 항상 느끼고 있으며, 캐릭터가 상처받은 채 끝나버리지 않고 그 아이 나름의 행복을 손에 넣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나다 선생님께서는 부정적인 사고에 빠져 버렸을 때, 어떤 식으로 기분을 전환하시나요?
사나다 내가 어떤 생각을 자주 하고, 어떤 인지 왜곡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관점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방 벽에도 이런 게 붙어 있거든요. 「그건 자동생각(「나는 미움받고 있다」 던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말합니다) 아니야?」하고요. 「100점을 따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계속해서 도전하기」라든가, 「작가가 열정을 담아 그려낸다면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같은 말도 써서 붙여두었습니다(웃음).
─카레자와 선생님께선 어떤 때에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시게 됩니까?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카레자와 저는 질투심이 너무 강한지라 남의 성공을 정말 싫어해요. 비록 전혀 모르는 작품이라도 애니메이션화라든가 증판이라든가 하는 정보가 귀에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 질투심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화를 내는 한편으로 「이 마음은 언젠가 잿더미가 될 것이다」하고 안심해요. 혼자서 계속 화를 내면 피곤해지다보니, 결국에는 「나도 아직 한창이로군」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뒤에는 제 강한 질투심을 숨기지 않고 SNS에서 평범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대담,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생각했어요.
─엇, 정말인가요!
카레자와 저보다 잘 나가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 그래도 역시 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상대의 노력을 모른 채, 성공이라는 결과만 보게 되면 아무래도 「잘도 해냈구만」같은 마음을 느끼게 되니까요. 오늘 이렇게 이야기해보니 사나다 선생님께서도 고민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한 작품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꼈습니다. 「잘 팔리는 사람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았어」라고 납득하게 된다면 질투심도 조금은 사라집니다. 인기 작가의 노력과 고민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네요.
사나다 저는 우연히 동인녀 (만화)가 히트했습니다만, 전혀 다른 테마를 다룬 연재물은 사실 반성할 부분이 많아서, 저는 아직 말만 유창한 신인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리 잘 팔리는 거물 작가라 하더라도 개중에는 잘 풀리지 않는 작품도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무래도 「상업 데뷔를 했으니 작품은 전부 히트시켜야지. 매번 재미있어야지」 같은 완벽주의 사고에 빠져 괴로워지기 쉽지만…….
─흔히 말하는 「독마로*」 등 부정적인 말을 받게 되었을 때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 익명 메세지함에 악의적인 내용을 투고하는 행위를 가리킴)
카레자와 마시멜로 같은 익명 메세지함을 설치하지 않아 직접 어떤 말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에고 서치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상을 보는 일 자체는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에고 서치를 해서 멋대로 찾아냈을 뿐이니, 뮤트하고 잊어버리는 걸로 하고 있습니다. 설령 거기에 납득할 만한 지적이 있다 해도 욕설을 직접 퍼붓다시피하는 사람의 말은 들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나다 동인녀 만화가 큰 호응을 얻었을 때, 많은 감상이 도착하게 되어 처음에는 심플하게 기뻤습니다만, 그러던 와중 「이렇게까지 대량의 리액션이 온다면, 작품과 나에 대한 평가를 따로 따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들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독자 분들은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있는 것이지, 딱히 나 자신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상업작품에서 「헛발질을 한다」는 것
─현재 두 분이 품고 계신 창작에 관한 고민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카레자와 카오루의 창작 상담』 출판을 기념한 대담이기도 하니, 괜찮으시다면 상호간 어드바이스를 주고받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카레자와 저 같은 경우는 그림 그리는 분야에서 오랜 세월 일해 오다보니 「이것을 그리고 싶다」거나 「그리는 것이 즐겁다」 같은 마음이 희미해진 것을 느낍니다. 그 기분을 어떻게 부활시키면 좋을까요…?
사나다 제가 카레자와 선생님에게 조언을 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옛날의 자기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이때의 나는 이런 도전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되돌아보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저는 누군가의 작품을 보고 재미있게 느낀 부분을 조목조목 적어놓곤 합니다. 그 밖에도 옛날부터 좋아해온 작품의 좋아하는 대사를 「나의 빛나는 별」라고 이름 지은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한다든가….
─사나다 선생님은 무슨 일이든지 언어로 적는 것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시는 타입이시군요.
사나다 네(웃음). 자기 안의 두근거림을 말로 표현하는 작업을 거쳐보면 되지 않을까요?
카레자와 확실히 뭔가를 재밌게 느끼거나 설레거나 하는 순간은 있지만 「아, 두근거렸다. 끝」이 되기 쉬우니 글자로 적어두는 것은 중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사나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사나다 새로운 만화를 발표할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습니다. 신작을 세상에 내놓는 걸로 인해 「첫 번째 히트작은 우연이었다」는 게 명확해져버릴까 무서워요. 세간에 「시시하긴」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물론, 제가 제 자신에게 실망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면 만화를 그리는 모티베이션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게 되어버려서…….
카레자와 저는 지금도 새로운 연재가 시작될 때면 긴장됩니다. 다만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즉각 결과가 결정되는 일은 없고, 인기에 불이 붙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번 실패하면 끝장」이란 것도 없고, 만약 잘 안 되더라도 어디에선가는 반응이 돌아오는 법이거든요. 실수를 통해 자신의 특기나 약점이 보일 수도 있죠. 그런 의미로도 많이 그려서 결과를 내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나다 감사합니다. 저는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탓에 헛발질을 할 용기도 부족한 것이겠지요.
카레자와 상업 작품에서 「헛발질을 한다」는 건, 그 작품을 보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녀석 헛발질만 하는 녀석이야」라는 걸 들키지 않아요(웃음). 어느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은 채 조용히 끝납니다.
사나다 창작상담의 「『감상』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상담 때에서도 말씀하셨었지요. 「『호의적인 감상밖에 없다』는 것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상업작가에게는 특히나 좋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너무나 가슴이 깊이 새겨져서 「재미없다는 말을 듣게 되어도 거기서부터가 시작이지」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카레자와 안티나 비판은 싫지만, 「이런 감상도 나오다니, 나도 꽤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되죠.
│창작을 하게 되면, 그 세계의 신이 될 수 있다
─촌스러운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만, 두 분이 고민을 계속하면서도 창작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레자와 창작을 하면 누구나 그 세계의 신이 될 수 있고, 어쩌면 작품을 읽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부분이 대단한 거 같아요. 한번 뭔가를 창작하여 그에 대한 감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기쁨을 좀처럼 잊을 수 없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감상을 받고 싶어 못 참겠어」라는 새로운 고민이 생기겠지만….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오면서 창작 자체에 대한 감정은 희미해졌다 해도, 작품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감동은 여전히 있습니다. 「재밌다」는 한 마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직까지 텐션이 오르니까요.
사나다 타니가와 슌타로 씨의 작품 중에서 「몸 속에」라는 시가 있는데, 거기서 「몸 속에 깊은 외침이 있어 그렇기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는 구절이 정말 좋아요. 저는 어떤 외침을 속에 품고 있어서, 현실 생활에서도 여러 가지를 말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을 창작으로 표현하고 마는 것 같습니다. 마음껏 소리 질러 성불시키지 않으면 마음에 부글거림이 남는다. 저에게 창작의 쾌감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카레자와 그런 감각은 저에게도 있네요. 굉장히 슬픈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작품으로 승화시켜 누군가가 재미있어한다면 성불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창작활동에 관심이 있지만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메세지를 부탁드립니다.
카레자와 지금은 SNS 등 발표를 위한 공간이 여러 군데 있으므로, 창작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무척 편리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품을 발표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알지만, 모처럼 좋은 시대에 태어났으니 한 발 내딛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거기서부터 새로운 문이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런 지옥으로 일부러 오지 않고 읽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창작은 힘든 순간도 많지만 즐거운 일도 있는 「지옥」이지요. 사나다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사나다 1컷만화든 1트윗 소설이든 어떤 형식이라도 좋습니다.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완성시켜보면 성취감이 있습니다. 창작을 해 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이 기쁨을 꼭 한 번 맛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카레자와 선생님, 사나다 선생님,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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