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 500개와 스쿼트 500개
“니아, 봐. 수학 문제 500개를 풀고 스쿼트 500개를 해야만 나갈 수 있대.”
도전해볼래? 하고 묻는 대신, 아스터는 마치 즐겁다는듯이 벽에 적힌 설명문을 읽었다.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반대로 니아는 불만이 아주 많았다. 지난번에는 무슨 이상한 캐비닛에 갇히더니, 이번에는 또 이상한 방이라니. 니아는 방 안에 이상한 장치가 되어 있어서, 그걸 이용해 나갈 수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러는 사이에 아스터가 문제지를 펼쳤다.
“자, 1번 문제…. 그동안 너는 스쿼트를 좀 할래?”
아스터가 또 팔자 좋은 놈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무튼 나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므로, 니아는 다섯 걸음마다 스쿼트를 한 번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방 안을 싹 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50개 정도만 했으니까. 그는 잠시 아스터 곁으로 다가왔다. 진척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얼마나 풀었죠? …열한 문제?”
“…내가 수학은 엄청 잘 하는 게 아니라서.”
니아가 이를 뿌득 갈았다.
둘은 처리해야 할 일을 교대했다. 사실 절반 이상은 니아가 강행한 결과이긴 했으나, 아무튼 이쪽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에는 둘 모두 합의를 봤다. 하지만 그것이 아스터의 다리가 덜덜 떨리지도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내내 엄살을 부렸다.
“니아, 나 이거 하다가 죽을 것 같은데….”
“그럼 하다가 죽어!”
따가운 한마디에 아스터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참이 흘렀다.
“그럼 통계 관련 문제 나올 때만 넘겨줄래? 그건 정말 빨리 풀 수 있거든……”
니아가 부르면 아스터는 발바닥으로 온 바닥을 쓸며 걸어가서 문제만 풀고 다시 스쿼트를 시작했다. 통계 문제를 푸는 속도는 장담한대로 빠르긴 했다. 하지만 적당한 속도로 풀며 스쿼트를 쉬려 하는 속셈은 금방 들통났다.
“아스터, 더 빨리 할 수 있는 거 알아요.”
“…나 진짜 힘들어.”
“스쿼트 500개는 누가 하든 힘들어요. 지금도 이미 다 풀었죠? 답 체크하고 어서 움직여요!”
결국 아스터는 스쿼트 450개를 해내지 못했다. 남은 100개 가량은 그가 바닥에 뻗어 작게 몸부림치는 동안 니아가 마무리했다. 들어올 때 두 사람이었던 그들은, 나갈 때 사람 한 명과 시체 하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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