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아스터는 디펜스를 여유롭게 끝냈다. 사실 내내 평화와 협력을 주창하기란 학계나 정계 전반에서 예의로라도 하는 일이나, 실제로 그를 이룩하고자 애쓰는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아스터의 학위 디펜스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랬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아스터는 내내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니아가 따로 마중을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은 특별했다. 아주 특별한 관계에 속하지는 않는다지만, 각자의 동거인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두 사람 모두가 잘 알았다. 결국 식구 전원의 동의 아래 조촐한 축하 파티가 열렸다. 식사는 간단하게 하고, 안주를 준비해 가지고 있던 술과 함께 마셨다. 익일 새벽까지 둘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작은 볼륨으로 심야 토크쇼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아스터가 눈을 감은 채로 조용히 물었다. 잠꼬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발음도 매우 정확했다. 따라서 니아는 그가 깨어 있음을, 맨정신임을 알았다.
“그냥 나랑 살래?”
투박하지만 분명히 청혼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았으며, 자주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자주 같은 시각에 집을 동시에 나섰다. 그러므로 니아는 다시 물어봐야 했다.
“지금이랑 달라지는 게 뭐죠?”
아스터가 고민 한 톨 없이, 미리 예상한 질문을 들은 듯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몇 주 내내 자신의 논문을 뜯어보고 스스로 공격하는 일에만 열중했으므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눈은 감은 채였다.
“법적으로 보장받는 관계가 되는 거지.”
니아는 그 어떤 말보다도 그 이유를 먼저 꺼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니아가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견해차가 다소 있더라도, 또 다른 유력한 인물과 안정적이면서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
“좋아요.”
두 사람은 평일이 되길 기다렸다가 혼인 신고를 했다. 결혼식은 유난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에는 그나마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행사를 열게 되었다. 다만 피로연이나 허니문은 없었다. 그저 나른하게 쉬는 날이 며칠 추가되었을 뿐이다.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