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건 다니엘 카펠

1857

여기 자신의 삶을 전쟁으로 만든 이가 있다. 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 다짐하며 날을 갈고 겨눈다. 전투가 끝나도 검집은 채워지지 않는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나 끝내기는 어렵다. 시기를 놓친다면 전황은 소모전으로 빠진다. 그 검날에 타인의 피만이 묻었다고는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테건은 단 하나의 전쟁을 지켜보았다. 명목은? 상대 국가가 행한 자유 무역 방해. 사유재산 강탈. 간혹 신문에 경과가 어떤지 실렸으나, 그리 흥미로운 글은 아니었다. 전쟁은 늘 잇속을 채울 도구로나 이용되었다. 숭고한 전쟁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런 것을 역사에서 보았다 말하는 자들은 주입된 명예에 젖어 미지를 사고할 뿐이었다. 테건이 가진 철강 회사는 전쟁 중에 유례 없는 흑자를 보았다. 이런 종류의 결과만이 전쟁의 순기능이었다. 이상의 충돌이나 명예의 수복 따위 죄책감을 무마하려는 허울이며, 그 보상은 달콤했다. 사람은 달콤함을 따라 전쟁광이 된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남을 적으로 인식하고, 적을 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일어난다. 그러므로 테건은 매 순간을 전장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빼앗기기 싫은 것을 품에 한가득 끌어모은 채로 위협이 가득한 주변을 빠짐없이 노려보았다. 모욕하고 폄하하려는 이가 사방에 있어 불안으로 쉬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지켜야 할 것을 쥐고, 가지고 싶은 것을 탐하며 모든 외부를 재어보았다. 테건은 먼저 선전포고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더는 급급할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들어주는 승자의 손은 테건의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테건은 한때 전쟁광이었다. 한순간도 무기를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온갖 장애물을 베어넘기면서도 전쟁을 끝낼 줄은 몰랐다. 그저 수확할 보상을 바라보았다. 그 보상이 눈부시게 시야를 매료했기에 자기 살갗마저 직접 갈라내며 고통으로 걸어왔음을 알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결정은 우연이 아니었다. 몇가지 경험과 친분이 이끌어준 결과로, 누군가 말했듯이 오랜 피로가 비로소 해소되고 상처는 차차 아물어갈 것이었다. 진심으로 쉬고 싶다고 말하는 테건에게 누구도 반발하며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했던 전쟁은 비가 오던 가을날, 테건이 서재에서 어떤 책을 읽고 난 뒤의 저녁식사 시간에 조용히 끝났다. 테건은 승전자에 걸맞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이제껏 쌓아온 전리품을 살피고 떠올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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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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