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건 다니엘 카펠

괴담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순도가 낮은 강철이 연달아 생산되는 날. 보통 7번부터 9번 용광로와, 3번 전로에서 가끔 일어난다. 이런 물건은 바로 납품하지 못하고 각각 나누어 다시 주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제가 없는 용광로와 전로에서 나온 강철 사이에 순도 낮은 강철을 녹여 섞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가 있던 설비는 점검이 끝나기까지 사용하지 않는다. 방침이 그랬다. 총감독은 사람을 무작위로 뽑아 잔업으로 점검을 맡겼다. 점검은 혼선으로 장비가 가동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퇴근한 후에야 시작할 수 있다. 푹 자지도 못하고 다시 공장에 나올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끔찍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다. 잔업 수당이 점검 전에 상당한 현금으로 미리 지급되기 때문이다. 가끔 이걸 받고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불과 어제만 해도 정기점검 날이었는데, 그날 점검을 한 닉슨이 잔업 수당을 받고 총감독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증거로 오늘 닉슨은 공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점검을 떠맡을 사람은 나였다.

닉슨이 점검을 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모양인지 투덜거리고 있으니, 총감독이 난간 위에서 어서 끝내고 가자는듯 손을 휘저었다. 손에는 연필과 보드가 들려 있었다. 뻣뻣하게 읽는 목소리를 보니 점검 체크리스트임이 분명했다. 총감독이 말한 대로, 먼저 용광로와 전로 외부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폈다. 사실 외부에 문제가 있을 수는 없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선철이나 슬러그 따위가 흘러서 근처에 있던 노동자를 집어삼켰을 테니. 두번째로는 조작부를 확인했다. 여기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확실하게 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총감독도 대충 하는 눈치였다. 마지막으로 설비 내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사다리와 등불을 이용해 까마득한 속을 들여다보았다. 8번 용광로를 볼 때에는 총감독도 난간 밖으로 상체를 숙여 내가 건성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에도 문제는 없었다. 중간중간 총감독이 중얼거리듯이 읽기만 한 부분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인지 점검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용광로들에도, 3번 전로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총감독은 원자재 자체에 걸러지지 않는 불순물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거기에 내가 물었다. 그렇다면 다른 전로에서 나온 강철은 멀쩡한데 왜 하필 3번 전로에서 나오는 강철들만 자꾸 순도가 떨어지는 일이 생기느냐고. 총감독은 세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이 하나의 전로로 들어가니 우연이 겹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경영자님께 보고하고 생략한 항목까지 자세히 봐야 한다며 잔업을 하루 더 각오해두라고 으릉거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이 일을 오래도록 고민해보았으나, 총감독의 말대로 우연히 일어났다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시금 우연이 겹쳐 잔업을 하루 더 해야한대도 수당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기에 고민을 그만두고 금세 잠이 들었다. 당장은 수면이 더 중요했다.

MISSING PERSON - ANDREW HANSON

Last seen on October 7, 18XX at his lodging house in Sheffield / Age 29 / Male / Brown eyes / Black hair / 5'2" / 116 pounds

IF YOU HAVE INFORMATION OF ANDREW HANSON, PLEASE VISIT YOUR LOCAL POLICE DEPAR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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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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