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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드 니키타
새끼손가락을 걸고 지장을 찍는 행위. 아주 의례적인 약속의 행위 중 일부였지만 야쿠젠 시안에겐 생소한 것들 중 하나였다. 자주 해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뜨겁다기엔 미지근하고 따뜻하다기엔 그것보다 높은 나비드 니키타의 체온 역시 생소했다. 불쾌하지는 않았다. 타인과의 접촉을 그렇게도 꺼리는 야쿠젠 시안 치고는 의외인 일이다. 그것보다는 살아있는 자가 열이라도 난다면 구분하기 어려울테니 정말 큰일이겠군, 같은 생각을 다시금 떠올린다. 그리고 한번 더 제 옆에 앉아있는 기자를 물끄럼 바라본다. 자신이 일어날 때까지 같이 앉아있어주겠다고 한 녀석. 아무것도 못 느낀다면서 쓸데없이 관찰력이 좋고 배려와 닮은 행위를 할 줄 알며, 그런데도 괴로움이나 외로움 따위는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흥미만을 위해 좇는 녀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나머지 문 안쪽으로 직접 발을 들인 자.
야쿠젠 시안은 나비드 니키타를 부담스러울 정도로-나비드 니키타가 그 감정을 느낄 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꽤 오랫동안 눈에 담았다. 그제서야 자신이 이 재미없는 녀석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마치…
연구 주제를 새로 발견했을 때와 같은 느낌…
시안은 언제나 감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프로젝트를 혼자서 진행할 정도였으니까. 혼자 있으면 외로워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결국 괴로움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제 곁의 이 녀석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덤덤했다… 나비드 니키타처럼 되고 싶다. 오로지 그것만이 시안의 머릿속을 잠시동안 가득 채웠다.
평소라면 타인의 인간관계 따위 쌀 한톨만큼도 궁금해하지 않았을 그이나, 최근 시미즈 카논과의 대화-친구를 만드세요-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투두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시안이 나비드에게 가진 감정은 부러움이나 동경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었으나, 자신의 마음과 스스로의 상태 자각에 워낙 둔한 야쿠젠 시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때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럼 너, 친구같은 것도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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