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ham_Springfield

맞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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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u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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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카페인만 남으신 겁니까.”

아직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 정신이 없었다. 커플 게임? 체크리스트? 어릴 때 했던 그것인가 싶어서 멍하니 제 앞에 놓인 얼굴을 보지만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잠깐 자고 온 사이에 다 함께 깜짝 카메라라도 준비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두어번 제 왼쪽 뺨을 때리기도 했다. 차라리 꿈이라면 일찍 깨고 현실에서 당신을 마주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것부터, 하면 되는 겁니까?”

비흡연자에게 굳이 담배를 물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당신에게 흡연 기록이 있던 사실이 아닐까. 몇 번인가 찾아가고 마주했을 적에는 담배를 문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데 속으로 궁금해졌다. 모든 걸 다 알고 싶은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당신이 살아온 발자취의 일부라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무는지, 어떤 걸 피웠는지, 자신 말고 누구랑 담배를 피웠는지 같은 유치한 망상을 속으로 삼키면서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손에 잡힌 담뱃갑에는 마침 사이 좋게 딱 두 개비만 남아있었다. 여기서 피우는 마지막의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그래도, 하고 싶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니 한 개비를 손에 쥐고 당신의 입에 조심히 물려주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손 끝에서 피어나는 붉은 스파크 이후에 무늬 없는 지포 라이터가 손에 잡힌다. 팅- 맑은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리고 작은 불꽃이 그 위에 피어올랐다. 담배 끝에 대고는 잠깐 기다렸다. 담배 끝이 타들어 가는 부분부터 담배를 물고 있을 입,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어딜 향해있는지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고가 정지하려는 걸 가까스로 잡아채었다. 주홍색 불꽃이 일렁이는 순간에 혼을 빼앗길 뻔했다. 이대로 멍하니 서 있을 뻔한 걸 혀를 씹어서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

마지막 남은 것을 제 입에 문다. 필터를 가볍게 깨물자 박하 향이 새어 나왔다. 혀끝에서 흐릿하게 느껴지는 단맛과 박하 향이 평소보다 더욱 옅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고작, 여기서 담배를 피우는 일인데 이렇게 떨릴 일일까. 이렇게까지 마음 졸여야 하나. 머릿속으로는 온갖 잡념들이 요동치고 부딪치고 있었으나 몸은 감정보다 솔직했다. 가슴 깊이에서, 무의식에 가까운 욕망을 따라 몸이 움직였다. 머리가 채 조종하지 못한 틈을 타서 허리가 숙여졌다. 담배와 담배 끝이 맞닿았고 붉은 색의 불씨가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옮겨갔다. 상황은 몸이 일으켰고 그걸 해석하는 것은 온전히 머리의 몫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알 수 없던 차에 입 안에 머금었던 옅은 박하 향이 달갑다. 며칠을 참았지. 뇌에 들어오는 마약물질에 잠깐 동공이 풀릴 뻔했다. 겨우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고작 담배에, 고작 담배 하나 물었다고 당신 앞에서 제 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거라면, 이거면…하나는 해치운 겁니까?”

대담한 행동을 해놓고도 뻔뻔하게 입술을 열었다. 여기에서 당황해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라고 얘기하는 순간 말도, 정신도, 관계도 꼬여버릴 것을 알았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입술이 맞닿은 것도 아닌데, 심지어 저 스스로 먼저 다가가 들이민 상황에서 당황하여 행동해봐야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무언가가 뇌에 자리를 잡았는지 빨아들이는 연기가 썩 만족스럽지 않아 한 번 더 숨을 들이 마시었다. 담배 끝이 타들어 가고 붉은 불꽃이 지나간 자리는 회색 재만이 남아 바닥에 떨어졌다. 고작 저 흩어지는 재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타들어 가는 불꽃처럼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만물 아래에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영원이라는 것이 있기를 바랐다.

“고작 몇 시간 되었다고, 이렇게 반가운 줄 모르겠습니다.”

내뱉은 숨이 아쉽고 들이마시는 숨이 달갑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으나 불꽃이 모두 사그라질 때까지가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겠지. 아쉬운 감정이 그대로 제 얼굴에 언뜻 스쳐 지나갔다. 조금만 시간이 멈추었다면, 이렇게 달콤한 시간이 계속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신께서 허락한 이 짧은 시간이 야속했다. 갑 안에 들어있던 것이 고작 두 개비라는 것이 슬펐다. 조금 더 있었으면, 조금 더 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쌓여가는 재만큼이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마음을 풀어낼 수 있었을까. 스스로는 담배에 대한 것을 생각하려 차라리 애썼다. 그저 멍하니 머리에 마약 물질을 넣어보고자 했다. 아쉽게도 그것이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나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없으면 힘들 것 같아서.”

담배를 핑계로 불러내었다. 적어도 당신이 있다면 담배를 태우는 것이 한동안은 혼나지 않을 일 아닌가. 적어도 내일까지라면, 크게 혼나는 일 없이 지낼 수 있겠지. 그렇게 제 마음을 달랬다. 더 큰 꿈을 바라지 않고,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이루어지지 않을 걸 바라지 않고서 그저 지금, 이 순간에 감사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썩 아쉬웠다. 저 내뿜는 연기마저 마실 수 있었다면, 태울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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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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