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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가득 찬 커피 향에 고개를 흔들었다. 휴가라지만, 할 일도 없는 몸에 잠은 잘 대로 이미 잤고. 밤샐 일도 없지만 더 이상 커피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테이블에 앉아 이제 막 내린 믹스 커피를 홀짝이며 달력을 집어 들었다. 아직 4월은 아니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3월이 지나니까 4월로 달력을 넘겼다. 휴가는 이때까지, 하고 친 붉은 동그라
클래스 적성: 라이더 / 랜서 아마 기본적으로는 라이더 적성이 더 높은데 랜서로 소환하려고 하면 소환할 수는 있을 듯. 대신에 어느 정도 패널티 받으면서 소환될 느낌… 랜서로 소환되면 자연스럽게 베일리는 꺼낼 수 없게 되니까… 보구 하나 봉인되면서 소환되는 격이라 그만큼 오히려 약해지는 느낌. 영령으로 소환될만한 격이나 설화가 있는 건 아니니까… 아마 혼합
위선. 그리 불러도 좋을 신념을 속에 품고 전장 위에 섰다.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누군가가 슬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그런 작은 소망만을 품고서 전장에 선 것이다. 베일리를 처음 잃었을 때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슬픔이니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울했고 슬펐지만 나름 버틸 만 했다. 그 아이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내게
우선 이야기의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사람 모두 살아남았다. 그레이엄은 제 앞으로 배정된 관물대를 모두 정리하여 택배로 실어두었다. 이제 이곳에 오는 일이 있다면 아마 간식을 들고 평상복 차림으로밖에 오지 않을 것이다. 유포니엄 기관의 소속으로 배정된 삶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계획한 것이 2개월 전이었고 오늘은 길었던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기 위
"레이! 레이!" 제 누이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레이엄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하늘은 붉어졌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다. 온전히 태양의 시간도 달의 시간도 아닌 그 경계를 걸쳤을 때의 하늘은 오묘한 빛을 품는다. 새파란 것도 아니고 새까만 것도 아닌 붉으면서도 푸른 듯하다가 노란 빛도 맴돈다. "그러니까, 저게 무슨 원리였더라."
잘 관리된 묘비 위에 한 사람이 선다. 들꽃들을 엮어서 만든 꽃다발이 그 위에 올라간다. 사람은 그 앞에 앉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새파란 하늘과 탁 트인 시야가 들어오자 네가 떠오른다. 갑갑한 콘크리트 숲에 갇혀 있을 때면 네가 떠오른다. 푸른 대지 위에서 함께 뛰어놀던 그토록 사랑스러운 찰랑거리는 갈색 털들이 그리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다시 널 볼 수
난생 처음 들어보는 총의 격발음, 세상 모든 고통을 다 짊어진 듯한 비명, 제 어미를 찾아 우는 울음, 먹이를 발견해 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욕망에 찬 눈빛. 끔찍한 것들만 한 곳에 모아 섞어놓은 듯한 공간에서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침착하기만 하면 살아남을 것이라는 교관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두려움, 공포, 분노, 슬픔, 복수심 따위의 감정이 서로
“그래서 카페인만 남으신 겁니까.” 아직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해 정신이 없었다. 커플 게임? 체크리스트? 어릴 때 했던 그것인가 싶어서 멍하니 제 앞에 놓인 얼굴을 보지만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잠깐 자고 온 사이에 다 함께 깜짝 카메라라도 준비한 것이 아닌가
거대한 두 마수가 마수 무리의 중심인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은 잠에서 깨어나고 다음날 부관의 보고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오히려 두 마수가 소대의 중심이었던 그레이엄의 이목을 끈 꼴이었고 그 틈을 타 마수의 본대가 소대를 공격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의 기사 중 한명의 이능력이 폭주했다. 보고서를 읽던 그레이엄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
그레이엄 스프링필드는 약하다. 앞으로 할 이야기를 이전에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그레이엄은 유약했다. 그가 천성이 그러하건 가족 내의 위치 때문에 그랬건 그의 정신이 단단하지 않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유포니엄에서의 3년이 그에게 이전에 없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었더라도 그의 영혼이 철과 같이 단단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세상이 다
…내게로 오라 손에 잡힌 것의 한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감각이 선하다. 당장이라도 놓아버리고 싶은 것을 억지로 붙잡은 채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장난감이 제 손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심정을 품었다. 손에 쥔 것을 집착해보려는 마음에 물건을 우그러뜨릴 듯이 쥐었고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쥔 손이 붉어지고 손등 위로 핏줄
"그레이엄 스프링필드. 너…?" - 창 바깥의 풍경은 한없이 고요했고 새파랬다. 하늘은 더없이 맑았고 푸른 대지 위를 덮는 새하얀 눈은 내리쬐는 햇빛을 이리저리 반사해 그 어디에도 없을 보석처럼 빛났다. 스프링필드 대목장이 자리한 땅의 겨울은 항상 이런 풍경이었다. 춥지만 너무 춥지도 않은, 하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쉽지 않은 곳.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서로
“⋯무엇을 바랐길래? ⋯⋯⋯ 어린애같은 소원을 바랐던 건⋯ 아니겠지.“ 그레이엄 스프링필드는 무얼 원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레이엄이 바라지 않았던 것은 없었다. 다만 손에 반드시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을 뿐이다. 내 것을 주장하기에는 소심했고 그렇다고 지키기에는 유약했다. 그래서 항상 자신만의 것을 바라왔다.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