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생일 축하 - 미르
2023년 6월 21일 류소명 생일 축전
아니! 미르미르 시점인데 어떻게 트리거 요소가 하나도 없을 수가?!
6월의 어느 날. 일이 없는 날에 나는, 달력을 멍하니 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고민의 주제는 소명 선배의…… 생일. 날짜는 예전에 신분증 검사 때문에(선배는 서른다섯의 어엿한 성인이지만 가끔 가다가 고등학생 정도로 의심받아 신분증 검사를 받으신다. 신기하다) 꺼내든 주민등록증으로 봤다. 봐졌다. 내 의지랑은 상관없이. 아마 내 것도 선배가 보셨겠지. 아무튼.
"케이크도 살 거고, 미역국도 끓일 거고 잡채나 불고기 같은 것도 준비할 거지만…… 부족해! 먹는 것도 좋지만 뭔가, 더!"
받아온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생일에는 최고로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예전이라면 생각만 했겠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하니까.
잠시 다른 얘기로 흐르지만, 내가 차기 가주로 정해진 이후 내 생활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일단 할 일이 엄청나게…… 아니, 이게 아니라. 내가 번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용돈을 받아서 썼으니까 무리하게 돈을 쓸 수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웬만한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와아!
사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그야, 돈을 생각이란 걸 하고 써본 적이 없었으니까. 갑자기 제한을 풀어버리면 당황을 넘어서 무서울 정도이다. 실제로 가주가 되면 더 많은 돈을 관리해야 한다고? 못 해, 못 한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다시 스마트폰의 달력을 보았다. 시간이 가기 전에…… 해야겠지?
결심했으니 이제 행동은 물 흐르듯 할 수 있다. 당장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뭐라고 검색해야 나오지……?!"
최근 검색어가 전부 관련된 단어로 뒤덮였을 쯤, 나는 내 능력의 벽에 가로막혔다.
그, 그래. 괜찮아. 예상했던 결과야. 여기서 기 죽을 수는 없지.
포털 사이트를 닫고, 메신저 앱을 켰다.
[저기, 제가 이번에 30대 여성분에게 생일 선물을 드리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을까요?]
[문자사이로 지성이 느껴져. 너 미르 아니구나?]
[무슨 소리세요???ㅠㅠ]
[아 아니네. 본인이다]
여자 친구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대체 과거에 무슨 이미지를 쌓아온 걸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인 성향에 따라 다르지?]
[실용적인 걸 바라는지, 꽃 같은 것도 좋아해주는지...]
[꽃은 스승의 날에 드렸어요.]
[뭐야? 누구한테 주는 거야?]
아, 아아! 상대랑 내가 어떤 관계인지를 말 안 했구나. 음, 그러니까…….
나는 살짝 요약해서 보냈다. 일하는 곳에서 만난 선배고, 나보다 7년이나 먼저 이 일을 했어서 많은 걸 가르쳐준 사람, 덧붙여서 최근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외삼촌에게 조금 맞고, 대련실에 뻗어서 자고 있을 때 깨워준 일이지만 적당히 얼버무렸다.
친구들은 제대로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스승 같은 선배인 30대 여자라는 것은 이해해준 것 같았다. 자기를 가르쳐준 선배한테 스승의 날 선물을 드리는 건, 이상한 걸까?
[그리고 엄청나게 멋있는 사람이에요!]
[???]
[어.. 적당히 무난한 건 역시 액세서리 같은 거 아닐까...? 디자인은 잘 생각해봐야겠지만.]
[진짜 잘 생각해야 돼.]
액세서리……하고 중얼거리며 이것저것 떠올려보았다.
평소에는 착용하지 않지만 중요한 날이라면 목걸이 정도는 걸고 가시는 모습을 봤다.
그런 걸 드리면 될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당장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래서 이런 걸 봤는데 어때?]
인터넷에서 다양한 종류의 목걸이를 찾아본 나는 혹시 모르니까 동생들과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보내봤다.
그랬더니…….
[형 취향 드러내지마]
[제정신이야?]
우, 우와…….
[그 정도야?]
[그 선배분께 드린다며]
[좋게 말해봐도 안 어울림]
[내 취향이 어떻길래?]
[등짝에 용자 써진 티셔츠 입고 이름값하는 사람이 무슨 소리야 정신차려]
[금에 집착하지 마]
아, 이거 용이라고 읽는 거구나…….
굉장히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달은 나는 후보군을 전부 지웠다.
그리고 우리 셋은 백화점에서 만났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귀한 것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누가 그랬지?
"근데 너희 공부는 안 해? 고3이잖아."
""…….""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찔리는 질문을 들었을 때의 우리 형제 특유의 버릇이다. 아마 곧 있을 시험 때문에라도 이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시험기간이라는 거,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괜찮아. 내 동생들은 착실하니까…….
쌍둥이는 몇 초, 그 상태로 굳었다가 이쪽을 다시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데?"
"선배님께 어울리는 거!"
계속 생각하던 것을 입으로 내뱉었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그 생각으로 그걸 골라……?"라는 소리도 들린다.
너, 너무해!
"다른 건…… 평소에는 걸리적거리니까 안 쓰실 거고, 중요한 날에 쓸 만한 화려한 게 좋아."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군."
그 말에는 조금 멋쩍게 웃어넘긴 후, 바로 물건을 골랐다.
마음속으로 선배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런 건?"
"좋아!"
"이쪽이랑 이쪽은?"
"둘 다 어울릴 거 같아!"
""…….""
그랬더니 이상한 결과가 나와버렸다. 어라?
"이 자식, 예스맨인 걸 잊고 있었어!"
"이렇게 된 이상 스무고개로 간다!"
결국 거의 하루종일 돌아보고 말았다. 괘, 괜찮아. 그만큼 좋은 걸 고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기다리던 당일이 되었다.
"선배님! 생일 축하드려요!!!!!!"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걸?"
그날 아침, 집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다른 집은 어떨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우리 집은 언제나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가족들이 모여서 아침을 성대하게 차려 먹는다. 그 날은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아무리 가족보다 친구가 좋은 애라도, 아무리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어도 가족이 전부 모여서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다. 그 후의 일정은 물론 각자 마음대로.
그런 일상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 소중한 스승이자 선배인 사람에게 꼭 해드리고 싶었다.
내가 차린 생일상……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밀키트고, 미역국 정도만 직접 끓였지만 선배는 기쁘게 받아주었다.
선배는 친한 사람이 많을 테니까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지 몰라도, 기뻐해 준다면 무엇보다 다행인 일이다.
"그리고……."
"응? 또 뭐가 있어?"
나는, 먹을 것과는 별개로 준비한 선물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작은 종이봉투를 받아든 선배는 바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응……?"
"솔직히 제가 고른 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선배가 들고 계신 것은 얇은 금으로 된 체인에 보라색 보석이 달린 목걸이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고민한 보람이 있는 듯, 선배와 목걸이는 잘 어울렸다.
아니, 내가 보면 뭐여도 어울린다는 감상을 뱉겠지만…….
"이렇게 선물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히힛."
"……그래……. 고마워, 정말 예쁘네. 오늘은 기념삼아 하고 나갈까?"
분명 선배를 기쁘게 해드릴 생각으로 산 선물인데 내가 더 기뻐진 것 같다.
외출하기 전에 정말로 그 목걸이를 걸고 계신 모습을 보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옆에 있어주셔서 감사해요."
옆이랄까, 늘 내 앞에 있는 사람이지만.
"미르야, 우리 쇼핑이나 갈까?"
"네?"
정말로…… 앞서가는 선배 뒤를 쫓는 것만으로 벅차다.
선물을 들자마자 머릿속으로 애가 얼마나 돈을 썼는지 계산이 돌아간 류소명 씨.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옷이나 먹을 걸 사주면서 두 배 이상으로 돌려준 류소명 씨.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받아버린 후에 뒤늦게 당했다!! 하면서 복잡해질 장미르 녀석.
근데 정작 목걸이 모델은 소명씨 오너님이 직접 찾아주심... 내가 찾은 거 아님........
자목련 나무 아래서 - 미르
소명씨가 크게 다쳤을 경우 미르의 반응에 대해서
사랑과 혼인의 행방불명 - 미르
상현미르 약혼썰 요약해드리는 용도로 썼던 3인칭 시점 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