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세루사이트 타로 백업
다이아몬드 박사는 생각보다 세루사이트의 많은 면모에 있어 자신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들을 새겨넣은 전적이 있어요. 세루사이트는 자신이 자아를 배우고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지금의 모습이 되기 이전, 그러니까 전쟁 병기로써 활용되고 가장 '공포스러운' 무기로 살아가던 시점에서 '다이아몬드 박사'가 그 자기 모습에서 몇 없이 아끼는 장점(용모)과, '자신이 되기를 바란 이상향'을 몰아넣어 만들어낸 일종의 갈라테이아 모형이라는 의미지요.
다이아몬드 박사는 이 관계에서, 비록 자식의 속을 썩이고 세루사이트와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교류가 어려운 상황과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세루사이트를 세상에 존재하게 한 창조주라는 사실과 자기 영향력이 그만큼 강력하단 사실, '자신에게서부터 세루사이트가 태어났으므로, 세루사이트가 이뤄낸 결실과 행보는 자신으로 하여금 발생한' 것이라는 자만과 욕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예요. 다만 세루사이트는 그러한 태도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다이아몬드의 갈등이나 불안을 자신이 전이 받아 소화할 생각은 없죠. 이 관계 대다수의 문제는 '세루사이트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고 싶어 하며' 그 자기 내면에 내재한 문제에 짓눌리고 있는 다이아몬드 박사와 그와 완전히 독립된 자아와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출신과 탄생을 부정할 수 없어 이 관계에 처음으로 '막막함'을 느끼며 상대를 대하는 관계성과 태도를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는 세루사이트의 혼란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이 둘의 관계가 일방적인 억압, 그리고 강요 같은 것으로 이루어진 불건강하고 기형적인 방식으로 오인당하기 쉽지만, 다이아몬드 박사의 그러한 욕망은 세루사이트에게 무언가를 강제하거나, 억압하거나, 삶의 방식을 통제하는 식의 '압제'보다는 자신의 은연중의 소망을 감출 수 없이 투명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사랑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가까워요 다이아몬드 박사는 세루사이트의 존재가 자아를 갖기 이전에는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이 병기로 쓰인다는 사실에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는' 만족감을 얻으면서도 '이 아름다운 것이 그저 병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양분된 감정을 느껴왔고, 그 강력함에 매료되면서도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살육과 전쟁뿐이란 사실에, 자신의 나약한 몸뚱이가 증명해내는 것은 오로지 이러한 기계장치 공학으로서의 성과뿐이며 자기 피조물 또한 피투성이의 삶에서만이 가치를 드러낸다는 사실에 침울하게 체념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세루사이트는 그러한 삶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을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으로, 결국은 다이아몬드 박사와 함께 제국에서 탈출하여 연합군에서의 생애를 선택한 존재에요. 따라서 박사는 이 관계에서 자신이 창조주라는 자각 외에도 '세루사이트가 자신보다 많은 것이 낫다'는 인식 또한 가지고 있죠.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자신의 가능성 이상의 것을 내보일 때에 느끼는 경외와 애착이라고 할까요. 동시에 '더 이상 세루사이트에게는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우울과 가로막힌 막막함 또한 존재한다고 할까요. 이런 감정들은 세루사이트에게도 안타까울 정도로 분명히 전해지죠.
세루사이트는 이 관계에서, 초반에는 다이아몬드 박사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병기에 불과했고, 무엇인지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지금에 다다라서도 상대의 그 여러 결로 나누어진 애정과 욕망과 이상과 염원 같은 것들을 정확한 방식으로, 그 형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해요. 세루사이트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미숙한 면이 많고, 다이아몬드 박사 본인도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 판단하고 섬세히 이해할만한 역량은 없으니까요. 다만 그렇기 때문에 세루사이트가 받아들이는 다이아몬드 박사는 자신을 만들어낸 자이며, '자신에게 무언가 포기했으나 바라는 사람'이며,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나 죽여서마저 세루사이트를 위하려는 낌새가 비추어지는 사람인데 이 모든 행동과 방향의 개연성이 세루사이트에게는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늘 그래왔듯이 '상대를 더 곁에 두고, 알고, 묻고, 배우는 것으로' 이 관계를 지속해나가고 싶어 해요.
세루사이트는 기본적으로 다이아몬드 박사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없어요. 증오나 미움을 갖기에는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책임'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것이 죄나, 고통이나, 그런 여러 가지 일이라고 인식하기엔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이 지나치게 무뎠으니까요. 그러나 자신이 지금 같은 삶을 살고 무언가 선택하고 생각할 수 있던 까닭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 '인간의 가능성을 가진 휴머노이드'라는 사실 덕분이며 다이아몬드 박사가 자기만족을 위해 자신을 만들었든, 아니면 다른 욕망이 있었든 그 행동이 자신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사실도 변치 않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으나, 모든 것을 부정할 필요도 악한 것으로도 판단하지 않고 '자신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인간으로 치자면 부모'인 존재가 다이아몬드 박사라고 생각하니 이 사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지금에서 더 많은 것을 성장하고 보기 위해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욕심 정도는 있죠. 애착과 욕망보다는 '알고 싶다'는 호기심과 의지로서요.
다만 다이아몬드 박사의 자존감이나 자기혐오, 스스로에 대한 쓸모없음에 질식할 것 같은 그 우울 등이 이 행보와 선택을 방해하곤 하며, 세루사이트가 '곤란해하는', '속을 썩이는' 지점도 그런 영역이에요. 하지만 세루사이트가 언제나 다이아몬드 박사의 목숨을 구해내고 그 사람을 자신의 잃을 수 없는 중요한 관계로 수용하는 이상 다이아몬드 박사도 유년 시절부터 강박적으로 새겨져 온 '나약한 자신에 대한 자학과 불안, 전쟁으로만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세루사이트와 함께 살아가는 길을 볼 수 있게끔 '삶의 방법'을 배우게 되는 미래가 존재하네요.
세루사이트도 다이아몬드 박사도 서툴지만, 그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로 인해 다지는 의지와 가지는 욕망이 있어 가능한 길이라면 적절한 설명이 될 듯 해요.
- 카테고리
-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