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탕] 만 나이 룰다깨
※ 캐해는 잘 모르겠고 보고 싶은 걸 씁니다. ※
※※ 본문은 펜슬 내에서만 감상해주세요 🫶 ※※
잘 사귀고 있던 21살 동갑 커플, 이번달부터 시행된 만 나이 제도로 인해 2개월 동안 성인미자 커플 되다. 그로 인해 김태영이 형이라고 부르라 하는 것도, 짭 미성년자가 된 것도 다 괜찮았다. 지금 내가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문제에 비하면 말이다. 그 문제라 함은, 룰다깨 할 것 같이 생긴 외양과 다르게 유교맨 자아 강한 김태영에게 있었다.
연애 초반에도 자잘한 스킨십은 본인이 더 잦으면서 키스 이상의 진도는 좀처럼 나가지 않긴 했었다. 손잡기나 머리 쓰다듬기 같은 간단한 스킨십은 김태영이 먼저 했지만 뽀뽀나 키스, 그리고 더 한 건 내가 먼저 시작했다. 기다리고만 있다가는 적어도 5년은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그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안 지켜도 아무도 모를, 벌금도 형도 없는 새로 생긴 제도 때문에.
"성민아, 너 아직 미성년자잖아. 좀 참아주라. 형 잡혀가면 좋겠어?"
"......"
지랄하고? 자빠졌네.
만 나이 룰다깨
w. Dahlia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휴일, 나는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뒹굴고 있었다. 다만 그 평화로운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태영이 외출했다 돌아와서는 어디서 만 나이 제도가 오늘부터 시행이라는 걸 듣고 왔는지 자긴 스무살이고, 나는 열아홉이라며 형이라고 부르길 종용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둘 다 03년에 태어났는데 네가 왜 형이냐고 듣는 둥 마는 둥 김태영이 입술 대빨 내밀고 삐친 티 잔뜩 내도 아랑곳 않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이나 했다.
한참을 칭얼대던 김태영이 조용해졌길래 슬쩍 보니 무표정한 얼굴로 상의를 벗고 있었다. 뭐야, 진짜 많이 삐쳤나. 이걸 달래줘 말아 생각하는 동안 김태영이 들어간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나오면 함 안아줘야지. 기분 풀리면 키스도 하고. 내키면 형이라고도 해줄까.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다. 내 이 기특한 생각을 무용지물로 만든 건 샤워를 마치고 나와 속옷을 입고, 머리를 말리고, 바닥에 여분의 이불을 깐 김태영이었다. 바닥에 이불을 왜 깔아? 우리 원래 같이 자잖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김태영이 하는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눈길도 안 주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쫌생이 같이 아직도 삐쳐있는 게 틀림없었다.
너무 밝으면 잘 자지도 못 하면서 왠일로 불도 안 끄고 누워? 오기는 부리고 싶은데 핸드폰 보고 있는 내 눈은 걱정되고 뭐 그런 건가. 그게 귀여워서 어른스러운 내가 봐준다 하는 마음으로 김태영이 좋아하는 조명을 켜고 형광등을 껐다. 핸드폰은 얌전히 침대 옆 협탁에 두고 등돌리고 누운 김태영 뒤로 파고들었다. 온수로 씻어서 그런지 따끈하고 부드러운 맨살의 감촉이 기분 좋았다. 야, 김태영. 삐쳤어? 귓가에 소근거리며 은근슬쩍 김태영의 복근을 더듬었다. 그리고 회심의 한마디. 엉덩이 만질래?
여기까지 얼마나 분위기 좋아. 그런데 그 뒤에 일어난 사건이 바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미자 발언이다. 의도가 분명하게 복근을 쓸어내리는 내 손을 밀어내면서, 난 성인이고 넌 미자니까 참으라고. 김태영 말대로라면 지금 내가 스무살 되는 2개월 동안 금욕하자 이 말이었다. 진짜 단단히 삐쳤네. 장난을 치는 건지 진심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웃어넘겼다. 말이 안 되잖아. 네가 날 참는다고? 시동은 내가 걸지만 늘 브레이크 못 밟는 건 너잖아. 하지만 빈정은 좀 상해서 그냥 일어나 침대에 누워버렸다.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김태영에게서 전해지던 온기와 비교되어 충분치 않았다.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보는 거야.
"김태영, 너 진짜 거기서 잘 거야?"
"......"
아마 김태영도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다시 침대에서 내려가 어깨를 쿡 찔러봤다. 김태영은 몸이 살짝 흔들리자 으음, 하고는 뒤척였다. 호흡이 어색하지도, 속눈썹이 떨리지도 않았다. 진짜 자네. 바닥에서. 나 없이. 와, 솔직히 이때 제대로 마음 상해버렸다. 그래서 나도 그냥 은은하게 켜둔 조명 끄고 침대로 다이빙해 이불 뒤집어썼다. 난 잘 때 어두운 게 좋아.
***
부산스러운 분위기에 잠에서 깨어보니 김태영은 이미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게 김태영이 내 몫의 아침도 시킨 모양이었다. 내가 깬 줄 모르고 전신거울을 보며 머리를 점검하고 있는 김태영의 뒷모습이 누구 애인인지 잘빠졌다. 어제 있었던 일 새카맣게 잊고 잠긴 목소리로 김태영을 불렀다.
"김태영..."
"어, 깼어? 아침 네가 좋아하는 걸로 시켜뒀으니까 먹어."
"응, 뽀뽀."
낯간지럽지만 김태영이 엄청난 고집을 부려 이제는 익숙해진 모닝 뽀뽀였다. 각자 외출하기 전은 물론이고 같이 나갈 때도 빼먹지 않는 아침 일정. 다가온 김태영에게서 독한 향수 냄새 대신 옅은 바디 스프레이 냄새가 났다. 누워있는 내게 몸을 숙이고 가볍게 볼에 뽀뽀한 김태영이 입술에도 뽀뽀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 김태영의 목에 팔을 둘러 입술을 붙였다. 당연하듯 벌어지는가 싶던 입술이 다물리고 닿아있던 가슴이 떨어졌다. 당황한 내가 눈을 깜박이자 다시 한 번 짧게 뽀뽀한 김태영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 다녀올게. 뒹굴거리다 수업 늦게 오지 말고."
내가 정신을 차리고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을 땐 김태영이 바람같이 집을 나선 뒤였다. 원래 같았으면 도발을 참지 못하고 날 넘어뜨리는 김태영을 지각하겠다며 진정시키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 반대처럼 되어버렸다. 혀엉? 혀어엉? 김태영이 미자 어쩌구 한 건 삐쳐서 그런 게 아니라 진심이었던 거다. 유교맨 전적이 있어서 납득이 갔다. 아니, 아니면 따로 잔 걸 보니 일부러 그러는 걸 수도 있겠다. 날 골려먹으려고. 진짜 해보자 이거지? 김태영 넌 뒤졌어. 너는 네가 네 무덤을 판 거야.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고. 나답지 않게 쓸데없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아직 시간은 한참 여유로웠지만 벌떡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이 상황에서 김태영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나도 똑같이 키스 이상의 스킨십은 하지 않는 것. 다른 하나는 스킨십 종류를 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스킨십 하는 것. 두번째보다 의외로 첫번째 방법이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았다. 연애 초반을 떠올려보면 김태영은 생각보다 참는 걸 잘 하는 자제력 갑 유교맨이었다. 내가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말이다. 그러니 두번째 방법이 딱 좋았다. 김태영, 각오는 했겠지.
더 안 쓸 것 같아서 그냥 조각으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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